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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집배원 사망·안전 사고:
“코로나로 물량 늘어도 (정규) 인력 충원은 제로”

우체국 집배원들은 장시간·중노동 등 열악한 조건 때문에 매해 20명가량 사망한다(지난 6년간 114명). 그런데도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는 정규 집배원 2000명 증원 약속마저 파기하며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 코로나19로 우체국 택배 물량이 증가했는데도(2019년 12월 대비 10퍼센트 증가) 현장 인원은 단 1명의 증원도 없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비용 절감에만 혈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 두기가 격상되면서 택배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특히 지난해 추석 이후부터 수도권은 계속 명절 수준의 물량이다. 그런데도 인력 증원은 없어, 2020년 집배원 사망과 안전사고가 증가했다. 전년 대비 2020년 집배원 사망자는 19명으로 2명이 더 늘었고, 안전사고도 전년 동월 대비 11.9퍼센트나 증가했다(2020년 11월 기준).

늘어난 고중량·고부피 택배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집배원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한다. “오토바이 뒤에 고중량 택배를 많이 실으면 앞바퀴가 들릴 정도”다.

해가 짧아지는 동절기는 도로가 얼어 오토바이 운행이 더욱 위험한 시기다. 그런데 최근 하루에 택배만 100개 이상인데다 등기와 일반우편물까지 있어, 집배원들은 빨리 배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데, 2020년 11월 교통사고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3배나 늘었다.

집배원들은 무거운 택배 때문에 오토바이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지고 노동강도도 높아진다 ⓒ제공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전년 동월 대비 69건(11.9% 증가) 늘어난 집배원들의 안전사고 ⓒ제공 전국민주우체국본부

물량 증가는 노동시간(초과근무) 연장으로 이어진다. “최근엔 물량이 많아 배달 중간에 2~3차례 물량을 더 싣곤 합니다. 그만큼 퇴근 시간도 늦어지죠. 그런데도 우정본부는 일한 만큼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남상명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면 노동자들은 퇴근 시간에 맞추려고 더 서두르게 되고, 이는 다시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 같은 노동조건의 악화는 우편서비스의 질 하락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택배 물량이 늘었는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코로나19[를 핑계]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이정원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안양지부장)

물량이 더 늘어나는 설 명절을 앞두고 노동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인력 충원 등 우정본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이다.

이중 삼중의 고통

대부분 정규직인 집배원뿐 아니라 대부분 비정규직인 우편물 분류 노동자들, 위탁 택배원들도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정본부는 우편사업 적자를 이유로 분류 작업 인력도 줄여 왔다. 계약직 분류 노동자 일부가 해고되고 나머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길어졌다. 집배원과 위탁 택배 노동자들도 부분적으로 분류 업무를 떠맡게 됐다. 우정본부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인력 투입을 약속했지만, 실제 투입된 인력은 약속한 규모의 60퍼센트로 추정되며(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대부분이 시간제였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분류 업무를 하는 이중원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장은 말했다. “최근 물량이 늘어 분류 노동자들의 근무시간도 늘었습니다. 보통은 명절을 앞두고 연장근무를 하는데, 최근엔 매일 연장근무를 하고 있어요.”

1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동절기 집배원 과로사 예방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우정본부는 또, 그동안 정규직 집배원 인력을 묶어 두고 특수고용직인 위탁 택배원을 늘려 왔다. 인건비를 더 최소화하려고 위탁 택배원의 임금 수준을 억제하면서 말이다.

위탁 택배원에게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고, 그조차 일정 수준의 인건비를 넘기지 않으려고 물량을 제한적으로만 준다. 그러면 (월급제로 임금을 받는) 정규직 집배원들은 인력 부족 속에 넘쳐 나는 우편물을 처리하느라 허덕인다. “택배 물량은 늘었는데, 우정본부는 위탁 택배원들과 약속한 기준 물량(하루 190건)조차 준수하지 않고, 남는 물량을 집배원들에게 전가합니다. 집배원들은 힘들고 위탁 택배원들은 소득이 줄어들게 되죠.”(윤중현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장)

위탁 택배원들은 계약대로 기준 물량을 제대로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같은 사업장 안에서 어떤 노동자들은 일을 더 해서라도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받고 싶어 하고, 어떤 노동자들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돈 안 들이고 노동자들만 쥐어짜겠다는 우정본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

더구나 우정본부는 지역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강한 반대에도 소형 우체국 폐쇄도 강행하고 있다. 위탁 택배원의 임금 수준을 억제할 뿐 아니라, 우체국 시설, 경비, 청소 노동자들(우정본부 자회사 소속)의 시급도 계속 최저임금 수준으로 묶어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배원 과로사 근절과 정규 인력 증원을 공약했지만,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심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누더기로 만들었다. 기업의 이윤 걱정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생명과 안전은 뒷전인 이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량이 늘어난 만큼 인력을 늘려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시 투쟁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최승묵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장)

우체국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확산과 한파 속에서도 공공서비스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바람대로 정규직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