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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고려대·한양대 병원 파업:
“인력 부족으로 화장실도 못 갈 지경”

9월 2일 고려대·한양대 병원 등 대형 민간 병원 중심으로 보건의료노조 소속 11개 지부가 파업에 돌입했다.

그날 보건의료노조와 정부 사이에 산별교섭이 타결됐지만, 이 병원들에서는 인력 부족과 임금 등 처우 개선 요구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월 7일 현재, 고려대 병원, 한양대 병원, 광주전남지역의 3개 병원 등에서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9월 6일 고려대의료원지부 파업 집회에 안암, 구로, 안산병원의 조합원 1000여 명이 모였다. 10년 만에 벌이는 파업에서 노동자들은 쌓인 불만을 쏟아 냈고,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팻말을 들고 재단까지 행진했다.

9월 6일 고려대의료원지부 결의대회 “이대로는 못견딘다, 사람에게 투자하라” ⓒ출처 보건의료노조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다른 병원들이 적자를 볼 때도 고대의료원은 100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그런데도 전체 직원의 20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10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날은] 화장실 변기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식사도 불가능하다. 한 달에 한 번 급식비 정산을 하는 날이 있는데, 카드를 찍으니 밥 먹은 횟수가 ‘1회’라고 나왔다. 너무나 비참하고 우울했다.”(9년차 간호사)

“정년 퇴직과 명예퇴직 등 사직자 자리에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비정규직 채용만 늘리고 있다. 사측은 건물과 장비에만 투자한다. 두세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하도록 한다. 그래서 위험에 처하고 있다.”(구로병원 시설팀 조합원)

임금 불만도 상당하다. “지난해에도 임금은 동결했다. 이제 우리 고생한 직원들에게도 적정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노재옥 고려대의료원 지부장)

한양대병원 노동자들의 조건도 다르지 않다. 병원 측이 인력 충원 요구를 외면하고, 정규직이 정년퇴직한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은 보건의료노조가 9월 2일 파업을 예고하며 내건 핵심 요구들이기도 했다. 9월 2일 협상이 타결돼 산별 파업이 철회됐음에도 여러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것은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불만

물론, 보건의료노조와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노조 측이 얼마간 소득을 얻었다.

정부는 10월까지 코로나 전담병원들의 인력충원 세부 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1월부터 생명안전수당을 제도화(법 개정)해 국고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민간 병원을 포괄하는 간호 인력 확충 방안들도 합의했다. 2022년부터 직종별 인력기준을 마련하고, 2023년부터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기준으로 인력 충원을 시행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4개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2025년까지 70여 중진료권마다 1곳 이상의 책임 의료기관 지정 운영 등 공공의료 확충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가 이런 양보안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전담병원을 포함해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파업이 벌어지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파업 예고가 단지 엄포용이 아니라 실제 돌입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지에 대해 우려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세부 실행 방안, 인력 충원 규모, 예산 확보 등이 정해져야 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합의를 비틀거나 대폭 후퇴시키려 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특히 민간 병원의 인력 충원은 2023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해, 현 정부 임기 후로 시행 시기가 잡힌 것들도 있다. 당장은 인력 부족 문제가 계속되는데다, 차기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라 이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에 민간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이유다.

그 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파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과 연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향후 노정 합의의 이행을 강제하는 데서도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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