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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8일차 파업 집회:
“정규직을 늘리고 조건을 개선하라”

파업 8일차인 고대의료원지부 노동자들이 9월 9일 오후 고대의료원 안암병원에서 ‘현장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파업 8일차를 맞는 고려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 노동자 1000여 명이 안암병원에 모여 파업 집회(현장노동자실태 증언대회)를 열었다.

고대의료원 사측은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 노동자들의 간절한 조건 개선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 임금을 올리면 병원 시설에 투자할 돈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10년 넘게 퇴직자 자리를 채워 주지 않아 남은 노동자들이 그 몫까지 해 오느라 휴일마저 반납하며 일해 왔는데 말이다.

사측이 인력 충원과 임금을 올려줄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파업 기간 동안 병원이 입은 손실액을 계산해 보면, 우리 요구를 들어주고도 남는다. 2020년에만 1000억 원의 수익을 남겼다. [수익이] 대학병원 중 1,2위다.” (노재옥 지부장)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다며 10년 만에 파업에 나서자, 사측은 노동자들이 병원을 망치고 있다는 식의 태도다. 이런 태도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붉은 머리띠 매고 있는 고대의료원 노동자 ⓒ조승진

이번 파업은 고대의료원 사측이 급속히 성장하고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은 안중에도 없는 병원측에 대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병원 측이 새 건물을 짓고 시설을 확충하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면서 노동자들에겐 희생과 헌신만 강요하는 것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고대의료원] 위험 수당이 하루 4200원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코로나예방접종센터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하루 위험수당은 하루에 50000원이라고 한다. 코로나 확진 환자와 자가격리 환자를 간호하며 받는 수당이 4200원이다. 어떤 간호사가 4200원 위험수당을 받고 4종 보호복을 입은 채 글로브를 끼고 서리가 끼는 페이스쉴드까지 착용하고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는가.”(고대안산의료원 응급실 5년차 간호사)

“그동안 내가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서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조금만 더 해보자, 나아질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일해 왔다. [불규칙한] 말도 안 되는 근무 형태를 감내해 왔다. 21세기 첨단의료시스템이 있다는 고대의료원에서 직원들은 땀으로 옷이 흠뻑 젖어 가며 일하고 있다. 또, 일부 의사들의 폭언과 병원 시스템 문제로 인한 환자들의 컴플레인을 우리는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다.”(고대안암병원 3년차 소화기내과 간호사)

현장노동실태 증언에서 고대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열악한 근무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조승진

고대의료원 세 곳의 간호사들이 처음으로 함께 파업하고 있는데, 그만큼 불만이 쌓여 왔다.

다른 노동자들도 인력 부족으로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는 현실을 토로했다.

“나는 임상병리사다. 신경쇠약, 불안장애, 원형탈모,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성 고혈압. 이 병명들은 제 주변의 진단검사의학과 선생들이 받은 진단명들이다. 작년 말까지 안산병원 외래 채혈실은 5명이 일했다. 800병상이 넘는 병원에서 말이다. 그나마 나를 제외하고 4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검사실 자동화가 급격히 갖춰졌다. 검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똑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업무량을 처리하기 하도록 해 우리는 업무가 더 가중됐다.”(고대안산의료원 임상병리사)

노동자들은 고대의료원이 지난 10여 년 동안 비정규직을 급격히 늘려온 것을 폭로하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요구했다.

“2012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언젠가 될지도 모르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10여 년간 계약직 생활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아파도 아픈 티를 낼 수 없었고 정당한 휴가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 일은 똑같이 했지만 각종 상여금과 임금 차이로 임금은 더 벌어졌고 매년 재계약 기간 때마다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정규직이 된 나마저도 고대의료원에 맞서 투쟁을 하고 있다. 나와 같은 설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파업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비정규직 동료들이] 힘내기 바란다.”(고대구로병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

“보호요원 전원 정규직이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신관을 짓고 또 본관을 리모델링하면서 부족한 보호요원은 계약직으로 늘렸다. 또, 정규직 퇴직자 자리도 모두 계약직으로 채워졌다.

“지금 나이트 근무 2명이 한다. 한 명은 응급실을 맡고, 다른 한 명은 1000병상이 넘는 병동을 혼자서 맡아서 근무한다. 주간에는 이송업무를 다 소화하지 못해 병동 간호사들이 같이 하고 있다. 이송업무를 전적으로 보호요원들이 할 수 있다면 간호사들은 간호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 거다. 제발 정규직화로, 정규직 인력 충원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대구로병원 보호요원실 노동자)

집회 내내 노동자들은 그동안 쌓인 엄청난 불만을 쏟아 냈고, 파업 열기도 꽤 높았다.

뜨거운 날씨에도 1000여 명의 노동지들이 구호를 외치며 활력 있게 파업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조승진

파업에 함께 돌입했던 한양대병원 노동자들이 전날 성과를 낸 것도 노동자들에게는 파업을 지속할 자극이 됐다.

9월 7일 한양대병원 노동자 1300여 명이 병원 안에서 집회를 여는 등 파업 대열이 늘어나자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임금 총액 2.2퍼센트 인상, 인력 충원 46명(비정규직 20명), 나이트근무[밤샘근무] 월 6일 이내로 제한, 리프레시휴가 5, 10년에 1개월 부여 등.

파업이 지속되며 병원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노동자들의 투지도 높다.

고대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파업 8일차인 고대의료원지부 노동자들이 9월 9일 오후 고대의료원 안암병원에서 ‘현장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방호복까지 입은 1000여 명의 노동지들은 뜨거운 날씨에도 활력 있게 파업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조승진
방호복까지 입은 1000여 명의 노동지들은 뜨거운 날씨에도 활력 있게 파업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조승진
9월 9일 오후 고대의료원 안암병원에서 ‘현장노동실태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고대의료원지부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현장노동실태 증언에서 노동자들은 고대의료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노동문제들을 증언 했다 ⓒ조승진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의 현장노동실태 증언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조승진
파업투쟁 승리하자! 파업 8일차인 고대의료원지부 노동자들이 고대의료원 안암병원에서 ‘현장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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