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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해제하니 토사구팽?:
병원 노동자들이 인력확충‍·‍임금인상 파업을 예고하다

병원 노동자들이 인력 확충, 임금 인상, 공공의료 강화 등을 요구하며 7월 13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 7월 파업의 주요 부대가 될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병원 노동자들은 헌신적으로 일하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정부가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지원하지 않은 탓에 노동자들은 만성적 인력 부족 속에서 자신을 희생해 가며 환자들을 돌봤다.

동시에 병원 노동자들은 정부에 항의하며 투쟁도 벌였다. 이들을 지지하는 여론도 컸다.

그 속에서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9월 2일 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대 등의 약속을 받아 냈다. 산별교섭 타결 후에도 한양대의료원지부와 고려대의료원지부 등은 파업을 벌여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그 뒤 2년 가까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2021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관 모두가 나서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 대 5 등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 실현된 것이 없습니다.”(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윤석열 정부는 약속 이행을 위한 지원은커녕 재정 긴축과 복지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은 간호사들이 바랐던 간호법마저 거부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간호법은 윤석열 자신의 공약이었는데도 말이다.

모멸감

정부는 노동시간 연장 시도 등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는 노동개악도 추진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인력이 부족해 불규칙한 3교대 근무를 하며 연장수당 청구도 못 하고 있는데 말이다.

병원 사용자들도 정부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 노동자들은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다 번아웃과 사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코로나 영웅’이라고 추켜세웠을 뿐, 그에 합당한 보상과 처우 개선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 병원들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중단했다. 이 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임금 체불 위협에 직면해 있다.

가파른 물가 인상으로 임금 인상 요구도 상당하다.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 4만 8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임금 인상 요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번아웃으로 내모는 게 윤석열 식 “코로나 영웅” 대접? 6월 8일 보건의료노조 파업 결의대회 ⓒ조승진

병원 노동자들의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 이로 인한 높은 이직률은 의료 체계를 붕괴시키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도 위협한다.

노동자들은 “정부에 씻을 수 없는 배신감마저 든다”며 불만이 엄청나다. 6월 27일 동시 쟁의조정 신청에 참가한 지부와 조합원 수가 역대 최대다. 6월 8일 산별파업 결의대회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5000여 명이 모일 만큼 열기가 상당하다.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성과를 얻길 응원한다.

전 세계 병원 노동자들도 같은 요구를 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사용자들은 병원 노동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해 왔다.

이에 맞서 여러 나라 병원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 투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됐다. 특히 지난해 국제적인 물가 급등과 생계비 위기 상황이 노동자들의 저항을 촉발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영국과 호주, 독일에서는 실제 파업이 벌어졌고 미국 뉴욕에서는 파업 예고로 성과를 얻었다. 이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도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이었다.

영국에선 지난해 말부터 약 50만 명이 참여한 공공부문 파업이 이어졌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헌신한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가 상당했다. 영국 병원 노동자들은 코로나 초기에 적절한 개인 보호 장구도 없이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쓰고 일했다. 또, 간호사들은 10년간 낮은 임금으로 지난해에만 2만 5000명이 퇴사를 했다.

참다못한 영국 병원 노동자들은 올해 2월 국민보건서비스(NHS) 역사상 최대 규모로 파업을 벌였다. 환자 수백만 명이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랐을 정도였다.

결국 영국 정부는 한발 물러서 임금 인상과 2037년까지 의료 인력 30만 명 확충을 약속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간호사들은 지난해 4차례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간호사 1명 당 환자 4명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인력을 증원하고 이를 법제화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뉴욕시 병원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번아웃이 올 정도였다.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 임금 인상, 업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고 사용자들이 파업 직전 요구를 받아들였다.

병원, 대중교통, 교육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파업에 나선 독일에서도 정부가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약속해야 했다.

한국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국제적 투쟁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