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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난과 헝다 사태:
‘공동부유’는커녕 서민의 고통이 심화하다

올해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보다 낮은 4.9퍼센트(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중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발표했다.

하반기 들어,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부동산 대기업 헝다가 파산 위기에 처하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공동부유’(다 같이 잘살자)를 내세우며 사회 통합을 강조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불평등과 계급적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난한 지역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중국 전력난

중국의 31개 성 중 20곳에서 전력 사용을 제한할 정도로 전력난이 심각하다.

전 세계 기업주들은 중국 전력난으로 상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전력난이 왜 벌어졌는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탄소 배출 제한 정책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력난이 발생한 후에 중국 정부가 ‘일부 지역의 비합리적인 전력 제한 및 생산 중단 사태를 개선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도 전력난에 대한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발전량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료적 통제는 전력난의 한 요인일 수 있지만, 더 주요한 요인은 석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봐야 한다.

시진핑의 친환경 언사와는 달리, 중국의 석탄 사용량은 매년 증가해 왔다. 중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전력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 왔는데, 여전히 전력의 60퍼센트 이상을 화력발전으로 생산한다.

그런데 올해 경제 회복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 데다, 상반기에는 가뭄으로 중국 전력 생산의 18퍼센트를 차지하는 수력 발전이 차질을 빚으며 화력발전의 비중이 75퍼센트 이상으로 치솟았다. 석탄 수요는 급증했지만 중국 내 석탄 생산량 증가는 4.4퍼센트에 그치며 공급 차질이 벌어진 것이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이 호주에 무역 제재를 하며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도 공급 차질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시장 경쟁을 도입하며 석탄 가격을 자유화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전력 가격은 정부가 통제하지만 석탄 가격이 상승하니 발전소들은 수익이 맞지 않아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지 않았다.

결국 시장의 실패와 함께 미·중 무역 갈등, 기후 위기에 따른 가뭄·홍수 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전기 가격을 완전히 시장에 맡겨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발전소 이윤을 위해 전기료 인상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탄의 공급에서 시장 원리를 확대한 것이 이번 사태를 악화시켰듯, 전기 가격 시장화는 서민 가정의 부담을 키우는 등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석탄 증산도 지시했다. 시진핑은 탄소 중립 운운했지만 이윤이 타격받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전력난은 중국 동북3성 등 가난한 지역 주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혔다. 동북3성에서 생산된 전기를 중국 동부 산업 지역의 기업들에 공급하느라 가정용 전기가 차단되기도 한 것이다. 이곳은 소수민족 비율도 높은 곳이다.

경기 침체, 서민 주택난 심화시키는 헝다 파산 위기

헝다 파산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헝다는 최근 달러 채권 이자를 갚아 가까스로 파산 위기를 넘겼지만 여전히 올해와 내년에 갚아야 할 달러와 위안 채권이 74억 달러(8조 6000억 원)에 이른다.

헝다의 총 부채는 350조 원대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퍼센트에 이르는 만큼 헝다가 파산한다면 그 파장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미칠 것이다.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헝다 파산이 금융 위기로 번지지는 않더라도, 향후 중국 경제가 침체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는 부동산 투기에 기대 성장해 왔다. 1997년 중국 GDP의 10퍼센트가 되지 않던 부동산 부문은 2017년에는 30퍼센트 가까이로 치솟았다.

그러나 헝다 파산 위기는 부동산 개발에 기댄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 위축은 정부의 재정 부양 능력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방정부들이 재정의 약 46퍼센트를 토지사용권 판매 수입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헝다 위기는 특히 중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헝다가 직접 고용한 직원만 25만 명이고, 8000곳이 넘는 협력업체의 직원까지 고려하면 관련 노동자가 무려 4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 헝다가 돈을 미리 받고 분양하지 못한 아파트가 150만 채나 된다. 중국의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7퍼센트가 넘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어렵사리 집을 산 사람들이 헝다의 파산 위기로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헝다 회사 앞에서 시위하려고 온 사람 중에는 어머니 암 치료비를 위해 가족들이 전 재산을 모아 투자했는데, 다 날리게 생겼다며 울분을 토한 사람도 있었다. “만약 이 사태 때문에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다면 헝다에 맞서 매일 투쟁할 것입니다.”

반면 헝다의 최고위직들은 위기가 오기 전에 자금을 회수하는 등 약삭빠르게 이익을 챙겼다.

경제 위기의 고통이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보면, 서구 자본주의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얼마나 닮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