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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시진핑은 공동부유를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대중을 쥐어짜 국가와 국유기업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출처 UN Geneva(플리커)

8월 17일 시진핑은 중앙재경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인민 중심의 발전 사상을 유지하고, 높은 수준의 발전을 통해 공동부유를 추진해야 한다.”

그 뒤로 ‘공동부유(다 함께 잘 살자)’가 중국 내외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사실 시진핑은 2012년에 집권했을 때부터 공동부유를 언급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선부론(先富論)을 주장했던 덩샤오핑조차 “사회주의의 목표는 전국 인민의 공동부유이지 양극화는 아니다” 하고 말했다.(1985년 3월 전국과학기술공작회의)

그래서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은 빈부격차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중국 지도층의 의지 표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집권 초기에 공동부유를 3~5차례 정도 언급했던 시진핑은, 지난해에는 30회 언급했고 올해 들어 65차례나 언급했다. 확실히 강조점의 이동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는 단지 빈부격차 축소를 추진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학업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쌍감(雙減)정책’을 발표하고,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을 규제하며,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등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밉보인 스타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등의 일들도 벌어졌다.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언급하자 주요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자발적’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문화대혁명?

시진핑의 통제 강화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시진핑의 행보는 문화혁명과는 다르다.

첫째,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은 지배계급 내에서 소수파였다. 당시 마오쩌둥은 다른 지배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사령부를 폭파하라”거나 “조반유리”(반란을 일으키는 데엔 이유가 있다) 같은 대중을 선동하는 주장을 했지만, 시진핑은 이런 주장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진핑이 추진하는 통제 강화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일치단결해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 문화대혁명 때와 지금의 이데올로기 지형이 정반대다. 문화대혁명 당시 덩샤오핑, 류샤오치 등을 ‘주자파’(자본주의 노선을 주장하는 파)로 몰아 공격하던 광풍이 일었던 반면, 오늘날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 강단에서 “금융시장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강의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마르크스나 마오쩌둥 사상을 진지하게 다루면 시진핑 정부의 탄압을 받는다.

중국 정부에 맞서다 구속된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캠페인. 2019년 8월 홍콩 ⓒ출처 China Labour Bulletin

얼마 전에도 홍콩의 한 대학에서 중국의 노동운동을 연구하는 대륙 출신의 박사과정생 팡란이 당국에 잡혀갔다.

적어도 이 두 가지 점에서 시진핑의 통제력 강화 행보는 문화대혁명과 다르다.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꺼내든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빈부격차 확대로 커져 가는 불만을 줄이지 못하면 중국공산당 지배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빈부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쌍순환을 통한 소득 증가와 내수 중심의 경제 활성화를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전면 샤오캉(小康)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방침도 현실의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임을 반영하는 셈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이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높이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 시진핑 정부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가들을 모조리 잡아가뒀고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한 노동자들을 짓밟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플랫폼·게임·사교육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곤 있지만, 기업 전체(민간기업과 국유기업 모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이른바 ‘홍색 규제’를 받는 기업들은 신산업으로 성장한 전자상거래, 공유경제, 핀테크, 플랫폼 경제 같은 영역의 거대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이 너무 거대해지는 것을 시진핑이 우려했기 때문에 이번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인데,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 디디추싱은 국유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의 새 수장 쉬레이가 인민해방군의 전설적 영웅 쉬샹첸의 손자라고 한다.

결국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홍색 규제’가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에 약간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진정한 목표는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홍색 규제’의 진정한 목적

시진핑의 이런 행보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첫째는 앞으로 더 강화될 미국과의 대결에 대처하고자 내부 결집을 강화하려는 시도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정책에서 오히려 트럼프보다 더 강경하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파이브 아이즈’ 확대 같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시진핑도 미국의 공세 강화에 맞춰 중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시진핑이 성공시킨 첫째 조처는 홍콩의 민주 세력들을 탄압해 일시적으로 굴복시킨 것이다. 이제 정부와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민간기업들을 손보기 시작했다.

최근의 국제 정세를 볼 때 중국 변경과 주변국들에서 불안정성이 증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최근의 사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자, 중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왕이 외교부장을 급히 보내 탈레반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조처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분리독립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다.

중국은 일찍부터 중앙아시아를 겨냥해 상하이협력기구를 운영해 왔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물러났지만 중앙아시아 전역을 중국과 러시아가 차지하도록 내버려둘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제2의 ‘그레이트 게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둘째 목적은 시진핑 자신의 장기집권 토대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관례를 무시하고 10년의 통치기간 외에 적어도 5년이나 10년의 통치기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지배계급 내에서 시진핑에 대한 반발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인민 중심?

중국의 빈부격차는 최악인 수준이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고 있는 사람들 ⓒ출처 Sheila(플리커)

중국의 유명 인터넷 논객인 리광만은 시진핑의 일부 민간기업 통제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공동부유의 길은 자본 집단에서 인민대중으로의 회귀이며, 자본 중심에서 인민 중심으로의 변혁이자 사회주의 본질로의 회귀[다.]”

중국 내에서만 이런 입장이 나오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중국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여기는 세계의 많은 좌파들이 시진핑의 공동부유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노회찬 재단의 김형탁 사무총장은 공동부유론이 “부와 소득의 격차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됐다는 방증”이자 “덩샤오핑의 선부 논리를 수정해 함께 잘살자는 마오쩌둥의 공부(共富) 논리를 결합하겠다는 노선”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독점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지지하고, 중국 최대 배달업체 메이퇀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에 기뻐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진핑은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대중에게서 더 많은 부를 빼앗아 국가와 국유기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의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없다는 모순에 처해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경제 회복도 지지부진하다.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면,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에 대한 중국 노동자들의 의구심은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실수를 하거나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대중의 불만이 증대하면 지배계급 내에서 쉽게 반대 세력이 형성될 수 있다.

최근에 시진핑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듯하지만, 그의 앞날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그가 높이 오를수록 추락의 두려움도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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