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터키 리라화 환율 급등: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더욱 심화되는 신흥국 불안정

올해 초 1달러에 약 7리라였던 터키 리라화의 환율이 12월 20일에는 1달러에 18리라까지 치솟았다. 1년 만에 리라화 가치가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터키는 수입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1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식료품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체감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터키 정부는 리라화 가치를 올리려고 수십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풀고 있으나 터키의 순외환보유고는 이미 바닥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터키에서 조만간 외환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처 pxhere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직접적 원인은 터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9월 이후 네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9월에 19퍼센트이던 기준금리는 14퍼센트로 5퍼센트포인트 내려갔다.

터키 에르도안 정부는 제조업과 수출·관광을 활성화하려고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고, 이에 반대하는 중앙은행 총재를 2년 새 3명이나 갈아치웠다.

미국은 1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했고 내년에 기준금리도 세 차례 정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들이 모두 금리를 올려 외국 투자 자금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마당에, 터키 정부만 금리를 인하하면서 리라화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국의 우파 언론들은 에르도안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에서도 국가 부채를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며 말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정부의 행보는 그동안 부채에 의존해 성장해 온 신흥국들의 딜레마를 보여 준다.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이면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성장률이 떨어져 위기가 심화할 수 있고, 반대로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외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위기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2014~2015년과 2018년에 신흥국들이 금리를 올리며 외환위기를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은 경험도 있다.

부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신흥국의 부채는 계속 증가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으로 세계 정부와 기업, 개인이 진 부채는 총 300조 달러(약 36경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의 부채는 36조 달러에 근접해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곳은 터키만이 아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연초보다 17퍼센트, 브라질 헤알화는 8퍼센트 떨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헝다가 파산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중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5퍼센트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흥국들의 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에서 자금유입은 올해 4분기에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미국 등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들의 불안정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타격은 선진국의 금융 부실로 확대될 수도 있다.

신흥국의 불안정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흥국 위기에 더해 한국의 가계부채 위기가 벌어지면 경제성장률이 -3퍼센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신흥국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1980년대 초반이나 1990년대 말처럼 신흥국의 도미노 외환위기로 이어질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약 외환위기로 이어진다면 파급효과는 그때보다 더욱 클 것이다. 신흥국의 경제적 비중이 전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낮은 이윤율과 증가하는 부채 문제는 여전하고 이 문제들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취약한 신흥국들이 위기의 촉발점이 될 수 있다.

위기가 심화될수록 전 세계 지배계급이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손실을 만회하려 할 것이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서 노동계급의 투쟁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