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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심각한 사회 불평등

지난 2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빈곤퇴치 전쟁에서 전면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는 “역사책에 빛날 기적”이라고 했다. 모든 인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소강小康) 사회를 실현했다는 얘기였다.

4월에 중국 국무원은 개혁·개방 이후 농촌 빈곤 인구 7억 7000만 명이 가난에서 벗어났다며 빈곤 퇴치 성과를 선전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사회 불평등 앞에 시진핑 정부의 자화자찬은 빛이 바랜다. 중국에서 하위 20퍼센트의 가처분소득은 상위 10퍼센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불평등 수준을 보여 주는 지니계수는 중국에서 0.46~0.49를 왔다갔다한다. 0.4만 넘어도 불평등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중국인 10명 중 4명은 월 소득이 1000위안(한화 약 17만 원) 미만이다. 5억 5000만 명이 넘는 규모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노동자와 농민들의 삶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중국의 부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더 부유해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후룬연구원은 중국 부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명단에 들어간 기업가들의 총자산이 2019년 17조 9000억 위안에서 27조 5000억 위안으로 54퍼센트 늘었다고 했다. 중국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는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지난해 팬데믹 여파로 소비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중국의 사치품 매출은 금세 회복됐다.

996

집값 문제도 중국의 청년과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적극 동원했다. 그런데 그로 인해 시중에 풀린 많은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고 투기도 조장됐다. 2020년 상반기에 집값이 10퍼센트 이상 오른 중국 도시가 10곳에 이르렀다. 부자와 투기꾼들은 자산을 늘린 반면에, 집값 상승으로 많은 청년과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거비 부담에 버거워하며 불만이 커졌다.

경제성장률 둔화 속에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청년층(16~24세) 실업률이 13.1퍼센트에 이른다고 했다. 일자리 수백만 개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실질적인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더 높을 공산이 크다.

평균 임금은 느리게나마 오르고 있지만, 생활비 부담이 그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 시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를 최근 상징적으로 드러낸 신조어가 바로 “996 근무제”다. 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6일 일하는 관행을 가리키는데, 주로 중국 IT 업계의 엄청난 노동 강도를 보여 주는 말이다. 996 외에, ‘주7일, 하루 15시간 근무한다’는 “715” 같은 말도 유행한다.

알리바바, 화웨이 등 중국의 대표 첨단 기업들이 모두 이런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이 높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996처럼 장시간 초과 근무를 옹호했다가 빈축을 샀다. 996은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키워 온 첨단 산업의 이면이다.

많은 노동자들(주로 청년)은 낮은 기본급을 초과근무 수당으로 벌충하려고 이런 장시간 노동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받아들인다.

쌍순환

시진핑 정부도 이런 불평등의 증대로 대중의 불만이 커지고 사회적 불안정이 커질 수 있음을 의식한다.

한편,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와 무역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내수 중심의 성장에 기반한 ‘쌍순환’을 경제 계획의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 이런 전략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노동자와 농민의 소득이 증대돼야 한다. 즉, 중국의 심각한 빈부격차가 완화돼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은 수출에 의존해 왔다. 미국 등에 견줘 여전히 생산성이 낮은 상태에서 중국이 수출을 계속하려면 임금이 낮아야 했고, 따라서 오랫동안 내수 시장의 성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요구를 억압했고 이것이 급격한 사회 양극화를 초래했다. 예컨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53퍼센트에서 2005년 41.4퍼센트로 떨어졌다.

이후 중국 정부는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내수 위주의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분명 임금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생산 능력과 인프라의 급속한 성장에 견줘 소비와 임금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훙호펑, 《차이나 붐》, 2021). 그만큼 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고 높은 투자율이 유지될 수 있었다.

수출 주도형 모델은 중국 자본주의에 깊이 뿌리 박힌, 그래서 바꾸기 어려운 계급 관계와 이해관계의 실타래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에 성공하는 것은 복잡하고 길며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이 와중에 시진핑 정부는 단지 홍콩뿐 아니라 대륙에서도 노동자 운동을 비롯한 여러 운동을 지속적으로 탄압하며 불만을 억누르고 있다. 시진핑 집권 후 광둥성 등의 노동자 운동과 노동 관련 엔지오(NGO)가 당국의 혹독한 탄압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1인 장기 집권으로 시진핑의 권력을 집중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국내외의 온갖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억눌렸던 불만은 언제든 활화산이 돼 폭발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