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 바이든의 새로운 제국주의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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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보며 일부 좌파는 미국 제국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는 일면적인 예측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후 미국·영국·호주가 맺은 새로운 제국주의 동맹 오커스(AUKUS)는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공세 강화의 신호탄이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가망없는 전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부시 행정부 이래 3명의 미국 대통령(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이 공통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말이다.
그들은 미국의 역량을 중국을 제압하는 데 쓰는 것으로 미국 제국주의의 “중심축 이동”을 시도해 왔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 목적에 맞게 동맹 체계를 재조정하고 확대하려 해 왔다.
오커스는 그런 노력이 낳은 성과다. 오커스 협정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하기로 했다.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중국 해군을 인도-태평양 일대에서 견제할 것이다.
오커스는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커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응해 패권을 유지하는 데서 유리한 수단, 즉 동맹 체계를 본격 확대·강화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미국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 커트 캠벨은 자신의 저서에서 호주를 가리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오랜 동맹인 호주가 갖고 있는 지리적 이점, 전략적 중요성 등을 감안하면 “미국이 아시아에서 입지를 넓히고 더 남쪽으로 군사력을 재배치하는 데 호주가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오커스 협정을 계기로, 기존에 호주 북부 다윈에 순환 배치되던 미국 해병대 외에 “미국의 모든 형태의 군용기”가 호주에 순환 배치된다.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벌어질 잠재적 분쟁에서 호주와 영국의 군사력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여길 것이다. 지난 9월 영국 해군의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해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한 게 그 점을 보여 주는 한 사례일 것이다.
대만해협
오커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호주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동맹이다.
영국은 인도-태평양의 경제적·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 지역에 더 많이 관여하려 해 왔다. 유럽연합 탈퇴 후 영국은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을 천명하며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맺는 군사적·경제적 관계를 넓히고자 한다.
영국은 아세안과 대화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 신청도 했다. 올해 영국의 최신 항공모함이 인도-태평양을 찾은 데 이어, 영국 초계함 2척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상시 주둔하게 됐다.
영국 정부는 1971년에 체결된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맺은 ‘5개국 방위협정’(FPDA)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은 기존 동맹을 재정비하고 오커스를 추가로 맺어, 중국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고 인도-태평양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확대하려 한다.
호주는 중국과 깊은 교역 관계를 맺어 왔다. 대중국 자원 수출과 중국과의 서비스 교역은 호주 경제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호주 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군사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하자, 지정학적 야심을 키워 온 호주 지배계급은 이에 자극받았다.
예컨대, 호주는 자국의 ‘뒷마당’으로 여겨 온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위협을 크게 느꼈다. 중국이 남태평양 국가들에 차관과 인프라 사업을 제공하자, 이 국가들에 대한 호주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이다.
2018년 중국이 남태평양 바누아투에서 군사기지 건설을 물색하자, 호주 정부는 “태평양 섬나라들과 우리 이웃에 외국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중대한 사안”이라며 경계를 높였다.
호주는 중국의 군사력과 지정학적 영향력 증대에 점차 공격적으로 반응해 왔다. 2017년 외교백서에서 호주 정부는 이렇게 선언했다. “호주는 더 강렬하고 의욕적으로 태평양에 관여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 제국주의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왔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에서 미국 군사력을 강화하고자 미국은 호주를 무기와 장비를 사전에 배치하는 전초 기지로 삼으려 할 것이다.
쿼드
미국은 호주, 영국의 이해관계를 아울러 새로운 제국주의 동맹을 결성했다.
인도-태평양에서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오커스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오커스 협정 체결 발표 후에 바로 쿼드 정상회의가 열렸다. 쿼드에는 미국, 호주 외에 일본과 인도가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인도·태평양에서 중요한 미국의 동맹 축이며, 인도는 미국이 대중국 봉쇄에 끌어들이려고 공들이는 국가다.
이들의 군사동맹은 더 강화될 수 있다. 지난해 호주와 일본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었고, 호주와 인도, 일본과 인도 사이에 군사 협력도 증진돼 왔다. 지난해 쿼드 4개국은 말라바르 해군 연합훈련도 함께 했다.
미국 하원 군사위에 이어, 최근 하원 정보위도 앵글로색슨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를 한국, 일본, 인도, 독일, 프랑스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놨다.
12월에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연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자는 취지로 여는 회의인데, 미국 중심으로 주요 국가들을 결집시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성격을 띤다.
이처럼 미국은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로 중국을 제압하고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중국 제국주의는 자국이 그동안 확보해 온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반격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심화는 인도-태평양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게 뻔하다.
또한 동맹 체계의 확대·강화는 작은 불씨가 이 지역 전체로 번지게 되는 핵심 고리가 될 수도 있다.
11월 8일 로이터 통신은 대만해협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만약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난다면 미국 외에 동맹국인 호주와 일본이 관여하면서 동아시아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 주한미군이 있는 한국도 무풍 지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동맹 확대는 인도-태평양에 새로운 먹구름을 가져다줬다. 이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을 편들지 않으면서 말이다.
호주는 제국주의 국가다
호주는 미국, 영국의 동맹이면서, 그 자체로 제국주의 국가다. 호주 지배계급은 자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야망 때문에 미국과 영국의 동맹에 참여해 왔다.
호주 지배자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세기 후반부터 태평양의 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하고자 했다. 그래서 태평양에서 더 많은 식민지를 확보하라고 영국에 촉구했다. 또한 다른 강대국을 남태평양에서 몰아내고자 했다. 독립 후에도 호주는 영국과 함께 이 지역을 지배하고자 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영국 제국주의가 쇠퇴하자, 남태평양의 통제력을 확보하고자 미국과 손잡았다. 영국과 프랑스가 아시아에서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미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다. 1951년 호주는 미국, 뉴질랜드와 함께 앤저스(ANZUS) 조약이라는 군사동맹을 맺었다.
1998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 정권이 붕괴하자, 호주는 그때까지 인도네시아가 지배해 온 동티모르에서 군사 행동을 벌였다. 이런 군사 행동은 이후 솔로몬 군도 등지로 확대되기도 했다.
호주는 미국의 파트너로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미국의 요청 때문이자 호주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호주 정부는 중국의 성장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이 호주의 역내 지배와 호주에 이득이 돼 온 미국 주도의 경제와 동맹 체제에 위협이 돼서다.
현재까지 남태평양에서 호주의 영향력은 중국을 능가한다. 호주는 여전히 태평양에서 가장 큰 원조국이다. 이는 군사 개입과 함께 호주가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오커스 체결에서 보듯이, 서방 제국주의의 일원으로서 호주는 오늘날 인도-태평양의 불안정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