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
일본 자민당의 핵무장(“핵공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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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싱가포르 총리 리셴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본, 한국 등의 핵무장 추진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위험성을 우려하고 경고한 것이다.
그의 우려는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일본에서 이른바 “핵공유” 논의가 활발해졌으니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전 일본 총리 아베는 유럽의 나토 국가들처럼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들여서 공동 운용하는 핵공유 방식을 검토하자고 말했다.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이웃한 러시아에 공격당하는 상황을 보고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베는 집권 자민당 최대 계파의 수장이기에, 그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베가 논의의 물꼬를 틀면서, 자민당 내에서 찬동하는 발언이 계속 나왔다. 이 중에는 자민당 정조회장, 간사장 같은 당 지도부 인사도 포함돼 있다.
자민당 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가 5월까지 핵공유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총리 기시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미국은 유럽 나토 회원국들에 전술핵 100여 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이를 미군이 관리하는데, 그 투하 임무는 나토 회원국 공군이 맡는다.
“핵공유”라는 말과는 다르게 나토의 유럽 국가들이 미국 핵무기에 실질적 통제권이 있는 건 전혀 아니다. 미국은 자국 핵무기의 통제권을 동맹국들과 공유한 적이 없다. 다만 나토의 핵공유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의 핵우산이 보장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비핵 3원칙
1967년 비핵 3원칙을 공언한 이래, 일본 정부는 이 원칙을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약속이다. 일본은 핵무기 공격을 당한 유일한 나라이고, 그만큼 핵무기에 대한 대중의 거부 정서가 뿌리 깊다.
물론 미국·일본 지배자들에 의해 비핵 3원칙은 야금야금 약화돼 왔다. 당장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또한 일본은 핵우산을 위해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핵전쟁 위협 아래 계속 살겠다는 결정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일본 자민당의 핵공유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설사 일본의 핵공유 제안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그 논의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위험을 내포한다.
핵공유 논의는 비핵 3원칙을 뿌리째 흔들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 전력이 일본을 오가는 게 이전보다 더 정당화되고 그만큼 용이해질 것이다.
핵공유 주장의 핵심에 ‘일본 땅에 핵무기를 들여야 한다’가 있기 때문에, 이는 일본 자체 핵무장 주장에도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도?
일본의 핵공유 논의는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선 기간에 안철수, 홍준표 등이 나토식 핵공유를 주장한 바 있다.
윤석열 당선자의 측근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도 지난해 다른 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쓴 보고서에서 “미 전술핵 재배치”, “동해상에 핵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핵잠수함을 배치하여 동맹공동관리 하에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하자고 했다.
호주에 이어, 이미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 타임스〉는 한국이 개발 중인 해양용 소형모듈핵발전(SMR)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핵무장을 향해 우회로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에서도 핵추진 잠수함을 들여오자는 목소리가 우파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유신회 대표 마쓰이 이치로는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에서 양도받거나 임대해 오자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한국의 핵무장 시도는 중국·러시아·북한 등을 자극해 이미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이 치열한 동아시아에서 핵군비 경쟁까지 일으킬 것이다.
중국은 35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했다고 알려졌는데,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이를 1000기까지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국주의 간 갈등이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킨 데 이어, 아시아에서도 핵무기까지 동원될 전쟁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위험천만하게도 ‘우리’의 정부도 일조하고 있다.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북한은 왜 미사일을 쐈을까?
— 격화되는 국제 갈등과 한반도
– 일시: 4월 7일(목) 오후 8시
– 발제: 김영익 (〈노동자 연대〉 기자, 《제국주의론으로 본 동아시아와 한반도》 공저자)
○ 참가 신청 https://bit.ly/0407-meeting
토론회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유튜브 접속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미국 모두 이를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난하고, 무력시위와 제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긴장이 높아질 듯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한층 불안정해진 국제질서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북한 미사일 발사의 배경과 효과, 좌파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 문의: 02-2271-2395, 010-4909-2026(문자 가능), wsorg@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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