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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고로 떠오른 대만해협:
대만 문제는 무엇이며 왜 악화되고 있는가?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진행된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표문을 조금 손본 것이다.

요즘 대만해협의 긴장이 심상치 않다. 10월 6일 대만 국방장관 추궈정은 “내가 군에 몸담은 40년 동안 [지금이] 가장 엄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불길한 시나리오도 언론에 자주 언급된다.

양안관계, 즉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최근 들어 악화일로이고, 대만해협은 미국과 중국의 무력 시위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월 바이든이 취임한 이래 11월까지 미국 군함이 11차례나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미국이 벌이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는 미국의 동맹국 군함들도 동참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도 강경하다. 대만의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군용기를 빈번하게 보내어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10월 1~5일에는 중국 전투기와 폭격기 도합 150여 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은 11월 16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표출됐다. 바이든은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지 말라고 중국에 경고했고, 시진핑은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넘으면 부득이하게 단호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지금 대만해협은 수년 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화약고로 꼽힌다. 왜 대만해협의 긴장이 커지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첫째, 양안관계의 기원과 변화를 살펴보고, 둘째, 그것이 왜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지, 셋째, 왜 이 문제가 한국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닌지를 살펴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안관계의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지 얘기하려 한다.

대만 문제(양안관계)의 기원

양안관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대만 문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보자.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된 대만은 곧 국민당의 통치를 받게 됐다. 1949년 국민당 장제스 정권이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해 대륙에서 대만으로 도피했다.

국민당과 함께 대만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외성인(外省人)이라고 한다. 장제스 정권의 외성인들이 대만에서 정치·경제의 요직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당이 오기 전부터 대만에 살던 한족인 본성인(本省人)들은 도리어 이등시민 취급을 당했다. 표준어를 쓰지 못하는 본성인들은 행정기관과 학교에서 일자리를 잃었고, 일본인들이 떠나며 남긴 적산(敵産)은 모두 국민당과 외성인들이 차지했다.

국민당 정권은 본성인들의 반발을 총칼로 다스렸다. 1947년 2월 본성인들이 차별에 항의해 대거 시위를 벌이자, 군대를 동원해 2만 명 넘는 사람들을 학살했다(2·28 사건). 이후 국민당 정권은 ‘대륙 수복’을 핑계로 1987년까지 계엄령을 유지했다.

한편, 중국공산당은 1949년 이후 즉각 대만을 점령해 무력 통일을 완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가로막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바로 제7함대를 보내어 대만해협을 봉쇄했다. 중국의 대만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1954년 미국은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대만을 한국 등과 함께 냉전의 전초 기지로 삼았다. 이 무렵 양안 간에는 무력 충돌이 빈번했다. 특히 1954~55년, 1958년에 두 차례의 대만해협 위기가 일어나 중국과 대만 양측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

양안관계의 두 번째 시기는 1970년대 미·중 데탕트와 관련있다. 1972년 2월 베이징에서 닉슨과 마오쩌둥의 회담이 열리면서, 양안관계가 크게 바뀌게 됐다. 미국이 소련을 고립시키고자 중국과 비공식 동맹을 맺었던 것이다. 이제 미국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주장을 존중하기로 하고, 1979년에는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며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그러나 미국은 비록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했지만, 대만을 미국의 세력권에서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국교를 끊은 후에도 미국은 국내법인 대만관계법과 무기 판매 등으로 대만의 안보를 보장했고,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양안관계에 관여해 왔다.

냉전 해체와 양안관계

양안관계의 기류는 냉전 해체 이후 다시금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정계의 유력 인사들은 점점 중국을 위협으로 보게 됐다. 미국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미·일 동맹 등을 정비했다.

중국은 중국대로 경제 성장 덕분에 패권을 주장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식민지 시대에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고자 했고, 양안 통일을 절대 포기 못할 숙원으로 여겼다. 그러면서 미국의 중국 견제가 대만의 독립 선언을 부추길까 우려했다.

이런 기류 변화는 1996년 대만해협 위기로 나타났다.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미사일 발사와 실탄 훈련을 벌였는데, 당시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독립 주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두 개의 항모전단들을 대만해협에 보내어 대만 방어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미국은 1996년 일본과 ‘21세기 미일공동안보선언’을 내놓고, 1997년에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대만해협 분쟁 같은 “주변 사태”에 일본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중국은 미군 항모전단에 맞서기 힘든 자국 군사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후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물론 냉전 해체 이후 상황은 모순적이다. 민간 교류가 허용돼 양안관계는 활발해졌다. 무역·투자 관계도 점차 깊어져, 2002년에 중국은 대만의 제1 무역상대국이 됐고 대만 기업들의 중국 투자도 급증했다. 2010년에는 중국-대만의 자유무역협정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체결됐다.

중국-대만 당국 간 협상도 이뤄져, 1992년에 ‘하나의 중국’에 관한 잠정 합의도 했다(이른바 ‘92공식’).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하되, 그 해석은 중국과 대만이 각자 알아서 하자는 게 합의의 골자였다.

냉전 해체 이후의 이와 같은 모순된 상황 전개 속에서 대만의 공식 정치권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대만 공식 정치의 양대 세력은 국민당과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이다. 국민당은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식 통일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양안의 점진적 통일을 지향해 왔다. 반면 국민당 독재에 대한 반발로 성장한 민진당은 양안 통일에 반대한다. 대만 국가는 중국과는 분리된 정치적 실체라는 것이다. 민진당은 2000년부터 여러 차례 집권해 왔고, 그 소속의 현 총통 차이잉원은 92공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만 사람들의 정서: 84.9퍼센트 ‘양안관계 현상 유지’ 원해 자료: 대만 대륙위원회 양안관계 여론 조사(2021년 11월)

외성인 중심의 독재 정권에 억압받은 경험,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대한 반발로 대만에서는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 하는 생각이 점차 커져 왔다. 1994년 한 여론조사에서 ‘나는 대만인이다’ 하는 답변은 20.2퍼센트였지만, 올해 조사에선 63.3퍼센트까지 올랐다. 특히, 중국에 일국양제 형태로 편입된 홍콩에서 민주적 권리가 후퇴하고 2019년 이후 보안법 제정 등으로 공안 탄압이 자행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흐름이 더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대만의 대중 정서가 독립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 대륙위원회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가 양안관계의 현상 유지를 선호했다. ‘당분간 또는 무기한 현상 유지’를 선택한 비율이 84.9퍼센트다. ‘가능한 빨리 독립 선언’을 선택한 사람은 6.8퍼센트에 불과했다.

한편 중국 지배자들은 대만 내 분리 독립 주장을 예의주시하고 거칠게 반응해 왔다. 2005년 중국은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대만이 독립하거나 평화통일의 틀이 깨지는 경우’에 중국 정부가 “비평화적 수단”을 즉각 동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유사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경고이자 위협이다.

미·중 갈등과 양안관계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관계가 양안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 현재 양안 간의 긴장 증대도 미·중 갈등의 악화라는 맥락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수십 년의 경제 성장으로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고,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은 인도·태평양에서 나름의 제국주의적 목표를 성취하려고 한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을 밀어내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중국 재통일도 완수하기를 바란다.

중국의 이런 시도는 미국의 세계 패권 지위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아니지만, 미국 지배자들이 보기에는 중대한 도전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래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쥐었고, 이는 미국의 세계 패권에 매우 중대한 기반이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장악한다면 태평양에 군사력을 투사하기 쉬워지고 지정학적 영향력도 매우 커질 것이다. 그만큼 미국의 아시아 동맹 체계도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 지배자들이 중국의 위협을 우려하고 도전을 누르려고 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도 변해 왔다. 일례로 2019년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 대만을 ‘국가’로 명시해 중국을 자극했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 때보다 대만에 훨씬 더 많은 미국 무기를 판매해 줬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만 정책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심지어 대만 문제로 동맹들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거론됐는데, 이처럼 대만 문제가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것은 52년 만에 처음이었다. 또 바이든 정부는 영국, 호주와 오커스(AUKUS) 군사동맹을 결성하면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바로 이 핵잠수함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지에서 중국을 견제할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변화된 대만 정책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 선언을 방지하지 못하면,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된다고 본다. 그러면 애국주의를 강조해 온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이 약화될 것이고, 분리 독립을 원하는 중국 내 소수민족들도 자극할 것이다. 소련이 여러 민족공화국들로 해체되면서 쇠락하는 것을 지켜 본 중국 당국은 절대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한다.

10월 초 대만 남쪽 해상 미국·영국·일본 등 6개국의 해상 연합훈련 ⓒ출처 영국 해군

대만해협 위기와 한국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은 이제 양국의 전략가들이 공공연히 논의하고 검토하는 문제가 돼 있다.

물론 지금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결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긴장이 점증하면 예기치 않은 사건이 커다란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 양측이 대만 문제를 잘 관리해야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핵무기를 보유한 데다 경제적으로 상호 밀접한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것은 말 그대로 “공멸”을 의미한다는 게 그 근거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은 경제적으로 상호 밀접했지만, 이 점이 양국의 전면전을 예방하지 못했다. 냉전 당시 소련과 미국 통치자들도 핵전쟁 직전까지 여러 차례 갔었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여기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특히, 지금 바이든이 공들이고 있는 동맹 체계를 따라 충돌이 빠른 속도로 번질 수 있다. 한국도 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미국은 대만해협 분쟁 등에 대비해 노무현 정부 시절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관철시켰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바깥의 분쟁에도 개입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타협했다.

그래서 요즘에 미군 고위 인사들이 주한미군의 임무에 관해 얘기할 때 전략적 유연성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1월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주한미군의 임무에 한반도 방어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 안정화 지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 내 군사기지가 유사시 미군의 발진 기지가 돼 한반도가 대만해협 전쟁에 휩쓸릴지 모른다. 중국에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인 평택 기지와 오산 공군기지, 유사시 미해군의 거점이 될 제주 해군기지, 중국 미사일을 레이더로 감시하고 막을 성주 사드 포대가 바로 그런 곳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행동은 대만해협의 긴장을 보태고 한국을 전쟁에 휘말리게 만드는 위험한 도박이다.

대만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

앞서 살펴봤듯이, 대만해협은 미국과 중국 두 제국주의 국가가 갈등하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됐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패권 유지 전략 속에서 양안관계의 긴장을 증대시켜 왔다. 한국의 좌파는 한국 정부가 그런 미국 편을 드는 것에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서도 안 된다. 혹자는 중국이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는 진보적 세력이라고 보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중국도 국내에서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미국과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일 뿐이다. 즉, 한국 좌파는 미국과 중국 두 제국주의와 그들의 긴장 증대 행위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의 좌파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먼저, 자국 정부가 무력까지 동원해 대만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국제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은 대만의 자결권을 지지해야 한다. 분리 독립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중국 당국과 같은 편으로 보여 대만 노동자·대중과의 연대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 지배자들이 한족 민족주의를 부추겨 내부 저항을 억제하려는 것에도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대만의 국제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은 양안 문제에서 국민당과 민진당 모두에게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중국과 미국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사실, 대만은 오래 전부터 독자적인 자본 축적의 중심을 형성해 왔고 오랫동안 중국과는 별개의 독립 국가로 지내왔다.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는 통치 명분을 세우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수단으로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가, 바이든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미국·일본 제국주의와 협력을 다지고 있다. 대만의 국제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민진당에 종속돼선 안 되고, 노동계급의 단결과 계급투쟁에 헌신해야 한다.

양안관계를 바라보는 좌파의 출발점은 통일이나 독립 선언이 아니라 양안 노동계급의 단결이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하면서 대만해협이 새로운 전쟁의 발화점이 되지 않게 막을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바로 양안관계에서 좌파가 추구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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