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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 창설과 쿼드 정상회의:
바이든의 대중국 공세로 아시아가 더 위험해지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미국 제국주의가 가장 최근에 겪은 패배였다. 게다가 철군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에서 공세를 펴고 있다. 자국의 패권이 건재함을 보이고 중국을 제압하려는 이런 행보로 아시아에서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새로운 안보 동맹체 오커스(AUKUS)를 창설하기로 한 미국·영국·호주의 합의는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오커스를 창설하면서 미국과 영국은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호주는 핵추진 잠수함을 적어도 8척 보유할 계획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훨씬 오래 잠항할 수 있고, 더 빠르고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에 따르면 호주에서 출항한 디젤 잠수함은 남중국해에 11일간 머물 수 있는 반면, 핵잠수함은 두 달 이상 작전이 가능하다.

호주 핵잠수함은 대만해협, 오키나와 근해에서도 장기간 머물며 중국 해군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다. 해군력을 급속히 강화해 온 중국을 겨냥해 미국이 강력한 대응 카드를 집어든 것이다.

호주 핵잠수함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핵확산 불씨가 될 것이다. 핵잠수함에 쓰일 농축 우라늄이 핵폭탄에 들어가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핵잠수함 연료로 쓰는 농축 우라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핵확산까지 일부 용인하면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호주의 야심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는 중국과 맺은 경제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전략적으로 더 밀착하기로 했다.

친여권 전문가인 문정인 교수는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같은 관련국들과 협력을 도모해 미·중 신냉전을 피해야 한다고 했는데, 최근 상황은 제국주의 경쟁 속에서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평화를 실현하기가 불가능함을 보여 준다.

오커스 창설과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자극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단연 가장 중요한 동맹인 일본도 중국 봉쇄의 선봉을 자임하며 항공모함 건조 등에 들이는 군비를 늘리고 있다. 이런 것들이 아시아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군비 증강을 더 자극할 것이다.

핵확산 위험

오커스 창설은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영국·호주 3국은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안보와 관련된 과학·기술·산업기반·공급사슬의 통합 강화를 촉진하기로 했다.

미국의 지정학 전문가 로버트 캐플런은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오커스] 협정은 … 앵글로-색슨 핵심 군사 동맹을 세우는 효과를 냈다.”

이 동맹은 “영국을 통해 나토를 인도·태평양으로 연결해 줄 것”이고, 미국의 다른 태평양 동맹국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의 기술 지원 때문에 호주와 프랑스의 잠수함 계약이 파기돼 프랑스가 발끈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에게 프랑스와의 관계가 잠시 소원해지는 것은 아시아에서 동맹 강화를 위해 충분히 치를 만한 대가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논평가 기디언 래크먼은 오커스를 옹호하며 이런 동맹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에서 집단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나토가 유럽에서 러시아를 억지하듯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힘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의 잠재적인 가입국은 최근 미국·호주와 해군 연합 훈련을 하는 국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에는 영국, 일본, 캐나다, 한국, 인도가 포함돼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은 새 국방수권법안에 영미권 국가들의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를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동맹국들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가했다.(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상원 군사위는 국방수권법안에 인도·태평양의 각종 군사·안보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정보융합센터를 평택 미군기지에 짓는 방안을 포함했다.)

미국 중심의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바이든의 노력이 여러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보완

미국은 오커스가 아시아에서 기존의 군사동맹뿐 아니라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협의체)와 상호 보완적인 구실을 하기를 기대한다.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도 오커스와 쿼드의 관계가 “상호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쿼드와 오커스는 참가국의 면면과 다루는 의제 면에서 중복되는 게 많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기존 참가국 외에 더 많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쿼드에 협력할 여지를 넓히려 해 왔다. 그래야 대중국 봉쇄에 가담하기를 꺼리는 그들을 한 걸음 더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쿼드가 중국을 겨냥한 안보 협의체가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지원, 기후 위기 대응, 신기술 협력 등으로 쿼드 의제를 확장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확장된 의제들도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9월 24일 쿼드 정상회의에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정상들은 기존 합의를 확장해 위성 데이터 정보 공유, 5G 등 통신기술,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한 인프라 파트너십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기술 디자인·개발·거버넌스·이용에 관한 쿼드 원칙’에도 합의했는데, 이는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 표준 제정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번 합의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핵심·신흥 기술 분야 등에서 한국과 쿼드 간 협력의 접점이 커질 수 있다.

이 밖에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있는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에서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관은 미국 현지에서 대만의 비공식 대사관 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런 명칭 변경은 중국 정부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공세에 중국은 반격할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의 핵무기 관련 투자는 지난해 대비 4배가량 늘었다. 오커스 때문에 중국은 기존 계획보다 더 큰 규모로 빠르게 핵잠수함 능력을 키우려 할 듯하다. 물론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에 많이 뒤처져 있지만 말이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 무대인 남중국해에서 자국이 주장하는 ‘영해’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은 사전에 신고하고 진입하라고 선포했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아시아의 불안정이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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