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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제국주의에 맞서기:
왜 “주적은 국내에” 있는가?

특정 국가의 지배계급이 전쟁을 벌일 때면 언제나 상대국의 호전성과 폭력성을 비난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 하에 있는 사회주의자들과 반전 활동가들은 자국 지배계급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유리 프라사드는 주장한다.

두 제국주의 강대국이 전쟁 일보 직전으로 치달을 때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크라이나를 두고 미국—그리고 나토와 유럽연합의 동맹국들—이 러시아 연방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재, 이런 질문이 첨예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파와 언론들은 다른 어떤 나라와 맞서더라도 “우리” 나라를 지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취한다. 특히 전쟁 문제에서는 더 그렇다.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이 여기에 합세했는데, 노동당은 러시아 정부가 특히나 호전적이고 부패한 정부라며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끔찍한 인권 억압 전력을 지적하며, 당연히 모두가 이 불한당에 함께 맞서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그럼으로써 노동당은 영국도 세계 곳곳에서 폭격과 고문, 착취를 자행한 바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물론,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은 러시아 국가가 반동적임을 인정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체첸공화국 등지에서 푸틴이 벌인 범죄를 은폐하려 들지 않는다. 푸틴 지배 체제하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성소수자 혐오를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일으키는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주적은 국내에 있는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 복지에 투자하라 2월 5일 미국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 ⓒ출처 Massachusetts Peace Action

기만

우리는 보리스 존슨과 조 바이든의 명령에 따라 동유럽 노동계급을 학살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국제주의의 기치를 내걸어서 러시아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그들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 푸틴에 맞서도록 러시아 노동계급을 고무하기를 바란다.

이런 태도는 제1차세계대전에 맞선 혁명적 저항을 본받은 것이다. 제1차세계대전은 최소 1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14년에 전쟁이 발발하자 자유주의자들과 개혁주의적인 사회주의자들은 곧바로 자국 정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상대국의 “잔혹 행위”와 “제국주의”를 맹비난했다.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은 독일의 팽창주의를 비난했고, 독일 사회민주당은 러시아 차르의 폭정을 비난했다. 러시아 자유주의자들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억압당한 세르비아인들의 대의를 옹호하겠다고 나섰다.

좌파의 상당수조차 자국 지배계급이 다른 나라 지배계급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수의 혁명가들은 이러한 기만에 반대했고, 자국 지배계급의 범죄에 맞서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집중함으로써, 이런 전쟁을 일으키는 체제와 약소국에 대한 억압을 끝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좌파 의원 카를 리프크네히트가 가장 처음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그는 의회에서 연설 기회를 거부당하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유인물을 발행했다.

그 유인물에서 리프크네히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주적은 국내에 있다.” “모든 인민의 진정한 적은 그들 자신의 국가 안에 있다. 독일인들의 주적은 독일에 있다. 독일 제국주의, 전쟁을 지지하는 독일 정당들, 독일의 비밀 외교가 바로 그 주적이다.” “독일인들이 맞서 싸워야 할 적은 바로 우리 독일인들이 사는 이 땅에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프롤레타리아들이 자국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투쟁하는 동안, 그들과 함께 이 정치적 싸움을 계속 벌여야 한다.”

혹독한 대가

이는 독일 지배계급의 적들이 자행하는 억압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리프크네히트는 자국 지배계급에 반대하면서도 영국이 아일랜드와 인도, 아프리카 도처에서 벌인 악행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은 “상대편” 지배자들이 학살자이고 억압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국 지배자들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더 나쁘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리프크네히트는 힘줘 말했다.

이런 원칙 있는 입장 때문에 리프크네히트는 의회에서 고립됐고 독일 사회민주당에서도 고립됐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러시아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의 입장과 일치했다. 레닌은 1915년 이렇게 썼다. “혁명적 계급은 반동적 전쟁에서 자국 정부가 패배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유일한 구원의 길은 ‘자국’ 정부를 혁명으로 전복하는 것뿐이며 바로 이 목적을 위해 지금의 전쟁에서 자국 정부가 처한 곤란을 이용해야 한다고 사회주의자들은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리프크네히트는 독일 사회민주당 내 동료들에게 외면당했지만 그의 주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1916년이 되자, 전쟁에 지친 병사들과 굶주린 민간인들 사이에서 전쟁 반대 여론이 커졌다. 1916년 5월 1일 리프크네히트의 조직은 베를린에서 불법 집회를 열었고 1만여 명이 여기에 참가했다.

“전쟁 반대, 정부 타도” 1918년 12월 베를린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는 독일 혁명가 카를 리프크네히트 ⓒ출처 독일연방기록보관소

일설에 따르면 리프크네히트는 군중 한가운데서 “전쟁 반대, 정부 타도”를 외쳤다. 이 때문에 그는 체포됐고 결국 수감됐다. 그의 두 번째 재판일에는 베를린 노동자 약 5만 5000명이 리프크네히트 지지 파업을 벌였다. 형을 선고받자 리프크네히트는 재판정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 어떤 장군도 내가 입게 될 죄수복만큼 명예로운 제복을 입은 적이 없을 것이오.”

리프크네히트는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도 이런 저항을 벌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된다. 1919년 1월 그는 우익 무장 조직에 의해 살해됐다.(공식적으로는 체포를 피해 “도주를 시도하다” 사살된 것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리프크네히트의 죽음 이후에도 제국주의 전쟁에 맞선 투쟁과 계급 전쟁의 융합은 노동계급의 분노가 폭발하는 형태로 계속 이어졌다. 어느 전쟁에서든 가장 혹독한 대가를 요구받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전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전투가 매우 광범하고 참혹하게 벌어져서 직업 군인만으로는 역부족이 된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과 중간계급의 일부가 징집된다.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때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1950년 한국 전쟁과 1964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타지에서 싸우다 죽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정부가 시민적 자유를 축소하고, 세금을 올리며, 복지를 삭감한다.

저항의 결합

전쟁을 멈추려면 반전운동은 이런 문제와 다른 쟁점들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제1차세계대전 동안에는 대중 파업과 반란이 가장 핵심적인 전술이자 저항을 결합시키는 수단이 됐다. 매 불법 집회는 “국민”을 대변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약화시켰다. 파업, 특히 군수 공장에서 벌어진 파업은 전쟁 수행을 갈수록 더 어렵게 만들었다. 참호 안에서 일어난 반란은 지휘관들 사이에서 공포를 자아냈다.

식민지 억압을 받던 인민들의 반란은 그 전쟁을 벌이던 제국들을 산산조각 날 위험에 빠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투쟁에 가담하려면 단지 목숨만 걸어야 했던 것이 아니었다. 주적은 자국의 지배계급이라는 리프크네히트와 레닌의 입장을 지지해야 했다.

이후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하자”는 레닌의 구호가 옳았음이 입증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1917년 4월 서부 전선에서는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벌인] 공세로 25만 명이 목숨을 잃은 후 절반에 달하는 프랑스 병사들이 전선으로 복귀하기를 거부했다. 몇몇 부대들은 붉은 깃발을 들고 혁명가 “인터내셔널가”를 불렀다.

뒤이어 이탈리아에서는 병사 5만 명이 반란을 일으켰고, 프랑스 북부의 영국군 기지에서도 반란이 일어났다. 러시아에서 2월 세계 여성의 날 시위는 노동자 40만 명이 ‘차르 타도’와 ‘전쟁 반대’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사건들은 1917년에 일어난 두 차례의 혁명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1919년 헝가리에서는 노동자들(러시아의 전쟁 포로였던 사람이 이들을 이끌었다)이 권력을 장악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공산당원들과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다. 대중 파업이 유럽 대륙 전역에서 벌어지자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는 [비밀 서신에] 이렇게 썼다. “유럽 전체가 혁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모든 기존 질서가 유럽 전역의 대중에게 의문시되고 있다.” 기존 질서를 공고히 하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결국, 자본주의 지배계급이 그 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가장 심각한 위기를 낳았다. “혁명의 기운”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조직하고 제국주의와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킬 가능성을 열었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진정한 적은 다른 나라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선언할 태세를 갖춘 사람들이 성취한 것이었다. 그들은 혁명적 분노가 자국과 전쟁터에서 학살을 지시하는 자국 지배계급을 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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