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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폭증:
정부 방역 정책은 재택 방치와 각자도생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입원환자와 중환자, 사망자 수도 차츰 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이면 확진자 수가 하루 20만 명을 넘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월 18일 지하철 승강장 안내판에 신규 확진자 10만9831명이 나왔다는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이미진

그런데 방역은 거꾸로 완화하고 있다. 이제 확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고 백신 접종 덕분에 더 안전해졌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보고, 감염을 방치해 면역력을 획득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듯하다.

“예방접종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치명률이 0.13∼0.14퍼센트 정도 ... 보통 계절독감의 치명률이 0.1퍼센트라고 할 때 이보다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

“한 차례 정도 큰 유행을 거치면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치명률이 높은) 델타보다는 오미크론이 유행하는 상황이 더 유리하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실제로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앞둔 시점에 방역을 완화하고, 검사를 유료화하는 등 사실상 감염 확산을 방치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고 매일 확진자 수 등을 발표하는 등 방역 체계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여 주려 애썼다.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에 관한 정확한 통계도 발표하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으로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먼저, 아무리 치명률이 낮아져도 감염자가 늘어나면 사망자와 중환자가 늘어난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데도 이미 하루 사망자 수는 델타 변이 확산이 한창이던 1월 초와 비슷해졌다. 11월에 시작한 ‘위드 코로나’ 실패 때문에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2월 말~3월 초를 정점으로 확산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틀릴 수 있다. 그러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감염병 유행이 한창인 상황에서 치명률을 속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아직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전에 감염됐던 사람들과 똑같은 비율로 완쾌되거나 사망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에 코로나19의 진행 과정도 달라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예컨대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확산된 남아공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12월에 이미 정점을 찍었지만, 사망자는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병의 경과가 길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부 의료진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폐렴이 심하지 않지만, 다른 장기의 혈관을 파괴해 오랫동안 입원해 있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했다. 델타 변이는 입원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평균 3주가량 걸리는 반면, 오미크론은 8~10주나 걸린다는 것이다. 비록 당장은 치명률이 낮아 보여도 전체 기간을 누적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여유를 부리지만 어느 순간 중환자 수가 예상보다 많아지면 의료 체계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본 것처럼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방역당국이 사실상 감염 확산을 방치하는 상황에서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미 50만 명가량이 ‘재택치료’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다. 얼마 전 확진 판정을 받은 복지부 차관도 병원에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정도이니, 평범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체 확진자의 90퍼센트를 집에 머무르도록 하고 있어,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임신부가 출산할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고, 7개월된 영아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 머무르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50대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가 감염 확산이 ‘유리하다’고 하는 판이니 기업주들은 사업장에 확진자가 생겨도 검사와 격리를 무시한 채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방역 완화로 인한 부담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법원에서 연이어 패소하는 백신패스 의무화 조처를 정부가 여전히 철회하지 않는 것도 방역 책임과 부담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또한, 신뢰하기도 어려운 신속항원검사를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두 개에 만 원이 넘는 키트를 구입하거나 병원에 가서 진찰료를 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한 달에 20만 원을 추가로 써야 하는 것이다.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도 일자리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통과시킨 추경은 기업주들과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팬데믹으로 소득이 줄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아예 관심 밖이다.

보여 주기에만 급급한 방역 때문에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응급환자 관리를 담당하던 경기 용인시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져 의식을 잃기도 했다. 입원환자도 빠르게 늘고 중환자도 늘어나면서 병원 노동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단지 오미크론 변이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벌이는 이 도박에서 문재인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재정 지출을 줄이고 기업 이윤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인상, 인플레 압력 속에서 한국 정부는 재정 지출 감축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 경제부총리 홍남기가 ‘여야가 합의해도 안 한다’ 하며 추경 규모 확대에 격렬히 반대한 이유다.

정부의 인식이 이렇다 보니 수만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하루 검사 비용만 수십억 원씩 지출해야 하는 PCR 검사 등을 유지하는 것이 낭비라고 여기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앞서서 이 정신 나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막힌 현실이 문재인 정부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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