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코로나 방역 현장은 대혼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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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앙 부처에서 일하는 국가직 공무원 노동자입니다.
2월 25일 정부는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으로 방역 역량이 부족하다며 국가직 공무원을 지자체 코로나 대응을 위해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중앙 부처들은 정부 발표 이후 파견자를 선발했는데 대부분 제비뽑기 같은 방식으로 파견자를 정했습니다.
저도 2월 28일 원래 근무지가 아닌 지역으로 방역 업무를 위해 파견을 가게 됐습니다. 저는 확진자 기초역학 조사를 맡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가직 파견 공무원 노동자들은 저와 같은 일을 합니다.
제가 파견 온 지역은 하루 확진자가 3000~4000명에 이릅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컴퓨터 앞에서 일해야 합니다.
방역 일선에서 바라본 방역 현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입니다. 정부의 무대책 방침에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떤 확진자는 “PCR 검사도 의무가 아니여서 증상이 있어도 검사 안 받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그동안 감염 안 되려고 그렇게 노력했어도 확진되는 상황에서 기초역학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하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한 교사는 “개학 이후 수업에서 한 학생이 확진됐어요. 교사인 나도 확진됐는데, 왜 전수 조사를 안 합니까. 전체 학생들을 전수 조사해야만 확산을 막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방치할 거면 관리는 왜 합니까” 하고 하소연했습니다.
아이들만 확진된 가정은 부모 중 한 명이 돌봐 줘야 해 공동 격리를 요청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와 중대본에선 공동 격리 지침을 내리지 않아 방역 현장에서 공동 격리를 지정할 수가 없습니다. 확진된 아이의 부모 한 명은 회사에서는 출근하라는데 그러면 확진된 아이들은 도대체 누가 돌보라는 거냐며 분노했습니다.
현재 6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 중 증상이 심한 사람만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되고 자가관리키트는 60세 이상에게만 지급하지만 그것마저도 확진자 폭증으로 늦어지거나 지급되지 못하고 있고 모니터링도 잘 되고 있지 못합니다.
집중관리군에만 병상을 배정하지만, 증상이 있어야 하고, 그것마저도 신청 후 광역단체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에는 기초역학조사 페이지에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입원 희망자를 조사하는 항목이 있어서 확진자들이 신청하기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항목을 없애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입원은 더 어려워졌고 재택 치료가 원칙이 됐습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기초역학조사 이외에는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당장은 증상이 없어 병상을 배정받지 못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119를 불러도 받아 주는 병원도 많지 않고 국가가 관리하는 병상도 많지 않은 게 실정입니다.
개인 병원 의료진 확진자의 경우, 자가 격리 기간이 7일에서 3~4일로 완화됐습니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조처라고 해도 의료진도 사람이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료진만 피해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완화가 환자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그동안 코로나 확진은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인정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만으로도 확진 판정을 하겠다고 합니다. 비록 병원 신속항원검사가 집에서 하는 자가 검사보다는 민감도가 낫겠지만 PCR 검사보다는 높지 않습니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으로 검사량이 늘어나자 값비싼 PCR 검사보다 비교적 저렴한 신속항원검사로 확진자를 판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방역 현장에서 일해 보니 정부가 방역 완화도 모자라 방역 포기로 넘어가며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밀어 넣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정부가 방역 공무원 확충보다 부족한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이들의 노동조건과 임금 조건을 악화시켜 공공서비스 질을 떨어트려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인력 충원보다 국가직 공무원 파견으로 때우려는 심산입니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방역 인력 확충과 예산 증액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