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3년:
낙태권,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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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선고하자 많은 여성들이 기뻐하며 환호했다. 국가가 처음으로 낙태가 죄가 아님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의 낙태죄 폐지 염원과 여성운동이 이뤄낸 소중한 승리였다. 많은 여성들이 “우리가 쟁취했다”고 말하며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2020년 1월 낙태죄의 형법 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낙태는 아직도 법적 권리로 인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존속과 낙태 제한이 포함된 대체 입법을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혔고, 지금껏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 채 법적·제도적 공백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여성들은 낙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싼 낙태 비용, 많은 병원들의 시술 거부, 낙태약이 여전히 금지된 현실 등, 여성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극적인 일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20대 여성이 임신 후기에 낙태약을 먹고 출산한 조산아를 변기에 방치해 ‘살해’ 혐의로 구속됐다. 많은 언론은 “끔찍한 영아 살해” 운운했지만, 이 여성은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거부당해 이런 비극으로 내몰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낙태 현실 개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초기 낙태에 안전한 낙태약(미프진) 도입조차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만 끌었다.
게다가 정부는 안전한 낙태 정보와 낙태약을 제공하는 해외 낙태권 단체 ‘위민온웹’ 사이트마저 차단했다.
비극
헌재 판결 후 3년 동안 낙태 권리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제, 낙태 대체 입법 논의는 윤석열 정부 하에서 이뤄지게 됐다. 낙태가 첨예한 쟁점이다 보니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낙태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대체 입법은 지방선거 이후에 다뤄질 공산이 크다.
낙태 반대 세력은 윤석열의 당선과 미국에서 보수 우파의 낙태 반대 운동이 크게 일어나는 것에 크게 고무받았다.
가톨릭 교회 등 낙태 반대 세력은 4월 9일, 낙태 반대 집회인 ‘생명대행진’을 3년 만에 도심에서 개최한다. ‘낙태법 과제’와 ‘미국 반낙태 캠페인의 성과’를 다루는 연설도 예정돼 있다.
가톨릭 교회의 다수 주교들은 가톨릭 신자 의원들이 낙태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낙태 허용 주수를 6주~10주로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낙태 반대 세력은 대체 입법 과정에서 낙태 허용 범위를 최대한 축소하고 낙태죄를 부활시키려 할 것이다.
아직까지 윤석열은 낙태죄 대체 입법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의 여성 정책은 거의 전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생율이 0.81명에 그쳐 미래 노동력 공급에 ‘빨간불’이 켜지자 지배계급의 우려가 상당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종종 낙태 단속이나 처벌 강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윤 획득에 중요한 노동력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낙태를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낙태는 여성이 결정할 문제이다. 여성의 요청에 따른 낙태는 기간과 사유 등의 제한 없이 모두 합법화돼야 한다.
또, 낙태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하고, 낙태약(미프진)은 무상으로 제공돼야 한다. 그래야 노동계급 등 서민층 여성에게 낙태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4월 10일 오후 2시 ‘낙태죄 폐지 1주년 4.10 공동행동’의 주최로 “낙태권 보장”과 “미프진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가 서울 보신각에서 개최된다.
우파 정부 하에서 낙태권 운동이 성과를 얻으려면, 의회 내 법적 대응에 초점을 두기보다 기층의 운동을 확대하는 데 중심을 둬야 한다.
민주당에 기대를 걸어서도 안 된다. 2020년 10월 민주당의 권인숙 의원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이면서도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여성과 남성이 대거 참여하는 개방적이고 폭넓은 대중 운동만이 정치인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고, 이로써만 낙태권을 성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