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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4년: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임신중단권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지 4년이 지났다. 헌재 판결은 여성 대중의 임신중단권 염원과 여성 운동이 이뤄낸 성과였다.

임신중단은 더는 불법이 아니지만, 지난 4년간 평범한 여성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후속 조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률적·제도적 공백의 대가는 노동계급 등 평범한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임신중단 시술이 가능한 병원과 시술 방식 등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조차 여전히 어렵다. 임신중단 시술은 대부분 의료 보험 적용이 안 되고,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

‘문제 발생시 임신부의 책임’임을 명시한 각서나 남성 파트너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임신중단 시술 자체를 거부하는 병원도 있다.

비싼 비용도 큰 문제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임신 10주 이내 임신중단 시술 비용은 대략 40만~100만 원, 14주~20주는 대략 200만~300만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20주 이상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렇게 비싼 비용은 생계비 위기에 고통받는 노동계급 등 서민층 여성, 특히 청년 여성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미프진이라도 빨리 도입되길 원했다.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으로 안정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먹는 유도유산제다.

하지만 정부는 대체 입법 부재 운운하며 미프진을 도입하지 않으려 했다. 코로나 의약품 긴급 승인처럼 미프진을 도입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미프진 허가 신청을 냈던 제약회사가 지난해 말에 신청을 자진 철회해 버려 도입 논의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 약이 활개를 치며 그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여성의 임신중단권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이미진

여성의 몸은 여성 자신의 것

기독교 우파는 임신중단을 대폭 금지할 수 있는 입법을 요구하며 국회의원들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0년 말 임신중단을 크게 제한하는 법 개정안들을 발의해 놓았고,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입법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임신중단권이 인정되지 않아 여성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 그저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둘 뿐이다.

이 점에서는 민주당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임신중지 규제 법안을 낸 바 있고, 민주당은 지금껏 임신중단권을 인정하는 입법을 회피해 왔다. 민주당의 핵심 기반도 자본가 계급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배계급 전체가 출산율이 OECD 중에서도 가장 낮고 계속 하락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저출생으로 미래의 노동력과 병역 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타격을 준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임신중단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의 몸은 여성 자신의 것이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 몇 명을 낳을지는 전적으로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여성이 원하면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임신중단 서비스는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아 무상으로 제공되고, 휴가도 보장돼야 한다.

임신중단은 단지 여성의 쟁점이 아니라 계급적 쟁점이다.

부유한 여성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안전한 시술을 받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우파는 물론, 민주당도 노동계급 등 서민층 여성의 삶에 별 관심이 없다.

민주당의 개혁파 의원들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임신중단권은 조금도 전진하지 못한다.

정치권이 임신중단권 문제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려면 여성과 남성이 대거 참여하는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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