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오후,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 1주년 4.10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과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청년진보당, 녹색당,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장애여성 공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여러 단체가 참가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지 3년, 낙태죄의 법적 효력이 정지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낙태권이 법적 권리로 보장되지 않아 여성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평범한 여성들은 비싼 낙태 비용, 많은 병원들의 시술 거부, 낙태약 유통 금지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집회는 낙태죄가 사실상 폐지됐음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여성들의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는 발언들로 채워졌다.
두 번의 임신중지를 경험한 한 집회 참가자는 낙태죄 폐지 이후 시술받은 경험을 말했다. “‘비도덕적 의료행위인 중절 수술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병원 포스터 그리고 임신 중단 경험이 있음을 말했을 때 경멸하는 듯한 의료인의 눈초리와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여전히 심리적인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는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며 “강간에 의한 임신일 때만 의료비 지원이 가능한 현실”을 규탄했다.
의료인들의 생생한 발언도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즉각 유산유도제(미프진)를 도입할 것과 낙태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 제대로 된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부쩍 더워진 날씨에도 “유산유도제(미프진) 즉각 승인!”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심 일대를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