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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오늘날 자본주의가 낳은 세계적 식량 위기

유엔식량계획의 에티오피아 내 식량 배급소. 에티오피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고통을 겪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출처 WFP

전 세계적 식량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유엔식량계획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의 30퍼센트와 옥수수 20퍼센트를 수출하고 있다. 두 나라와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비료의 주요 성분인 질소와 칼륨의 주요 생산국이다.

그런데 전쟁과 제재의 영향 등으로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인 러시아의 수출이 막히자 비료값이 치솟고 있다. 이미 고공행진을 하던 식량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식량 가격 상승의 여파로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産) 밀을 주로 수입하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여파는 일부 나라들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전부터 심화하던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의 여파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 취약한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남반구 국가들이 그 직접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의 밀 수출은 지난해 동일 기간 대비 무려 275퍼센트나 증가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수출이 급감하자 인도가 그 빈자리를 채웠던 것이다. 인도는 기존에도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이다.

그런데 지난 3월 갑작스런 폭염으로 인도의 밀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122년 만에 가장 더운 3월을 보내야 했다. 전국 평균 기온은 33.1도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46.5도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온도에 민감한 밀 생산량이 올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망했다.

기후 위기는 이런 상황이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벌어지게 한다. 과거에는 반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이런 폭염이 이제는 4년마다 한 번씩 나타나고 있다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또 다른 주요 밀 생산국인 캐나다와 호주도 지난해에 각각 고온현상과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가뭄도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 3위 옥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4월 강수량이 예년 대비 70퍼센트나 줄어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화와 빈곤

‘2022년 국제 식량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53개국에서 1억 9300만 명이 ‘재앙적’ 수준의 식량 위기로 ‘위급 상황’에 처해 있다. 가장 심각한 기근을 겪는 곳은 콩고민주공화국,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그리고 예멘이다.

2020년 보고서에 기록된 수치인 4000만 명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반영되지도 않은 수치다. 최악의 피해를 입은 나라들은 대개 제국주의 전쟁과 점령을 겪었거나(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자원을 수탈당한(콩고민주공화국 등) 나라들이다.

영양실조 진단을 받은 3세 예멘 아동 ⓒ출처 WFP

식량 위기는 가뜩이나 경제 침체와 양극화로 고통받아 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특히 코로나19가 세계경제의 침체를 불러온 2020년과 2021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반면, 같은 기간에 부가 4조 4000억 달러나 늘어난 전 세계 억만장자들은 식량을 구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전쟁과 기후 위기의 상호 작용

전쟁과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다.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려고 나토를 확장시켜 온 서방과 인접 국가들을 자신의 제국주의 영향력 밑에 유지하려는 러시아의 각축전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민중이다. 러시아의 평범한 이들도 서방의 제재로 고통을 겪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서방이 폭격한 이라크와 소말리아 같은 곳은 사회 인프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열악해,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19년 이라크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배경에는 5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폭염하에서도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기후 위기는 부국과 빈국을 가리지 않고 그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열악한 집단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힌다. 2005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보여 준 것처럼 미국에서도 가난한 흑인 노동계급 밀집 지역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폭염은 신자유주의 공격에 시달려 온 인도의 농민들과 수단의 노동계급이 가장 먼저 겪는다.

자본주의 체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금의 위기는 저항도 낳고 있다. 수단, 이라크, 페루, 스리랑카 등에서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와 저항이 벌어졌다.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저항의 규모도 커질 수 있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흔들었던 ‘아랍의 봄’ 혁명의 배경에도 물가 인상과 생활고가 있었다. 이런 저항만이 인류의 미래에 희망도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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