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충돌이 낳고 있는 세계 식량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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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식량 가격 상승을 부추기면서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밀의 약 4분의 1을 생산하고, 옥수수와 대두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이 곡물 교역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대폭 올랐다.
곡물 사료 가격도 오르면서 육류와 축산 가공품 가격도 올랐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때문에 질소비료 가격이 올라 식용 작물 전반의 생산비가 뛰었다.(전쟁 전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질소비료 수출국이었다.)
2021년에도 기후 위기 때문에 주요 식량 가격이 31퍼센트 올랐는데, 전쟁이 이를 더 심화시킨 것이다.
가난할수록 식량 가격 인상의 타격은 더 크다.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빈국들이 받을 타격은 훨씬 크고, 부국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옥스팜은 2022년에 절대빈곤선(하루 생활비 1.9달러 이하) 이하에서 사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2억 6300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2021년 현재 기아 상태인 8억 1100만 명(유엔식량기구 추산)을 더하면, 10억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의 삶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중첩
이런 빈곤은 체제의 경제적·생태적·지정학적 위기가 중첩된 결과다. 장기 불황이 10년 넘게 지속돼 빈곤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기후 위기가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고 제국주의 간 충돌로 이것이 더한층 심해진 것이다.
이를 완화하겠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쟁의 여파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중남미 국가들에 곡물 증산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이상 기후 때문에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주요 식량 생산국에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IMF의 증산 요청에는 수출세 인하, 토지 사용 규제 완화 등 시장 지향적 조처들의 주문까지 따라붙었다. 이런 조처들은 중남미 국가들 경제의 다른 부문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인 지배자들은 지금까지 서술된 중첩된 위기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
다른 한편, 식량 가격 폭등은 사회적 투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 이미 지난달에만도 페루·스리랑카 등지에서 물가 인상에 대한 저항이 벌어졌다. 위기의 피해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데 대한 대중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