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식량 위기로 세계 곳곳에서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의 30퍼센트, 해바라기유의 69퍼센트를 생산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수출이 차질을 빚으며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후 위기도 식량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전쟁이 불평등, 기후 위기 등 자본주의가 낳고 있는 다른 위기들과 중첩되며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위기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 기후 위기, 불평등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세계 곡물가가 치솟자, 3월 초 이라크 남부 나시리아 등에서 식량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2019년 대규모 반란 후 3년 만이다. 시위대의 구호는 “혁명은 배고프다”였다.

식량 위기는 이미 오랜 제국주의 개입으로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라크 같은 나라에서 사막화와 폭염은 식량 위기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라크에서 열린 식량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모래 폭풍이 수 주째 지속되며 인근의 이란과 걸프 국가들까지 뒤덮고 있다. 이라크 보건부는 모래 폭풍 때문에 호흡기 환자 5000여 명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모래 폭풍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늦봄과 초여름에 자주 찾아오는 자연 현상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3월부터 한 주도 빠짐없이 벌어지고 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강수량과 더불어 사막화가 그 원인이다.

이라크의 사막화는 기후 위기로 더 가속화하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이라크를 흐르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의 염분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녹지가 메마르고 농지가 황폐해지며 사막화가 가속하고, 기록적인 모래 폭풍이 발생하고 있다.

이라크는 수십 년간 지속된 서방의 제재와 전쟁, 그리고 점령이 남긴 폐허와 권력층의 부패 때문에 이런 기후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 2019년에 이라크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5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과 전기가 하루에 2~3시간 간신히 들어오는 전력 부족 문제에 항의한 것이다.

남아공 출신 고 데즈먼드 투투 추기경은 기후 불평등 상황을 두고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라 꼬집은 바 있다. 값비싼 자가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는 부유층과 지배계급은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을 켤 수 있지만, 절대 다수의 이라크인들은 속수무책으로 기후 위기에 노출돼 있다.

이라크는 위기에 처한 세계 여러 나라 중 하나일 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곡물에 크게 의존하고, 기후 위기에 취약하다. 오랜 전쟁과 내전을 겪어 온 북아프리카·동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기근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서방의 위선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을 막으며 식량을 무기화한다고 비난한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식량 공급이 “러시아군에 사실상 인질로 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서방은 러시아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미국과 서방도 식량을 무기화해 온 오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서방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전쟁 범죄나 쿠데타를 저지른다고 규정한 “불량” 국가에게는 식량 수출을 막아 왔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동맹이 똑같은 범죄를 저지를 땐 철저하게 눈을 감아 왔다.

현재 예멘은 식량 수입과 원조가 막혀 1700만 명이 식량 불안정* 상태에, 수백만 명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의 주요 동맹이자 원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예멘의 항구를 폭격하고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조차 예멘에서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어떤 서방 국가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팔 뿐이다. 트럼프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 판매한 무기는 9조 원어치가 넘는다.

저항

서방 지도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걱정하는 듯한 말을 늘어 놓지만, 진정한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관계뿐이다.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후 위기와 불평등으로 불만이 쌓여 온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이라크와 수단, 이란 등에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있었다. 물가 인상과 생활고에 분노한 스리랑카의 시위대는 총리와 대통령 일가의 호화 저택들을 불태워 버렸다.

식량과 생필품을 배분할 수 있는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된 이 체제 자체에 도전해야만 이런 위기를 끝낼 수 있다. 멀게는 1917년 러시아 혁명, 가깝게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에서 전쟁과 물가 인상에 맞선 반란과 파업의 물결이 있었다.

이런 대중 저항은 독재자와 제국주의 세력을 무너뜨릴 잠재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