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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기후 변화가 낳는 식량 위기

기후 변화는 식량 생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기상 이변을 낳는다. 사라 베이츠는 이를 해결하려면 이윤을 위해 작동하는 식량 시스템에 도전해 완전히 바꿔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옥수수 농사에서 서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있는 기름야자 농장에 이르기까지, 기후 위기가 식량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

가파른 기온 상승, 물 부족 그리고 심각해지는 공해는 이미 대단히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체제는 이를 해결하지 못해 기아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기상 이변은 식량 수송에 차질을 빚고 경작지의 지력을 약화시킨다. 동식물은 멸종에 직면하고 있다.

식량 생산의 첫 단계에서 변화가 시작됐는데, 곤충 등 수분 매개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은 지구에 서식하는 종의 4분의 3 이상이 비교적 짧은 시기 안에 멸종될 것이라는 ‘6차 대멸종’이 진행되는 상황의 일부다.

예상할 수 없는 가뭄, 홍수, 폭풍, 폭염, 폭설 그리고 우박이 농작물들을 파괴할 것이다. 기후가 변한다는 것은 서로 의존해서 살아가는 동식물이 기존의 먹이를 얻지 못하고, 기존의 서식지에서 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 모든 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 혹은 아예 음식을 먹기 어렵게 할 것이다.

이 위기는 종종 슈퍼마켓에 수입산 과일 공급이 어려워지는 것으로만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진실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사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재앙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를 막론하고 이 위기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불균등하다.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살 재원을 가진 반면, 수백만 명은 다음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는 이미 기온과 강수 패턴을 바꾸고 있고, 작물과 가축을 기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한 주요 연구 프로젝트는, 전체 식량의 83퍼센트를 차지하는 전 세계 10대 작물을 조사했다.

4년 동안의 옥수수, 쌀, 밀, 대두, 기름야자, 사탕수수, 보리, 유채 씨앗, 카사바 그리고 수수의 생산성을 조사한 것이었다.

연구 결과는 이미 기후 변화 때문에 수확량이 줄고 있고, 특히 가난한 나라들에서 그렇다는 것을 보여 줬다. 단지 사람들이 조금 덜 먹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 혹은 기아로 고통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 위기는 식량 생산뿐 아니라 수송도 어렵게 하고 있다

필수 작물

중요한 필수 작물들의 생산량은 이미 줄어들고 있다. 위 연구진은 쌀 수확이 연간 평균 0.3퍼센트, 밀 수확은 0.9퍼센트 떨어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2018~2019년, 전 세계적으로 밀 생산은 대략 6억 6700만 톤이었다. 줄어든 수확량 0.9퍼센트는 흰긴수염고래로 치면 대략 6만 마리의 무게와 비슷하다.

하지만 수수 같은 다른 작물들은 가뭄과 고온에도 잘 적응한다. 이러한 작물들의 수확량은 1970년대 이래로 몇몇 지역에서 0.9퍼센트 증가했다.

위의 연구는 전 세계 상위 10대 작물들로 보자면 식량이 대략 1퍼센트 정도 줄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연구 결과가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5000만 명이 매일 1800칼로리 이상을 섭취하고도 남을 양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윤을 위해 운영되는 식량 생산 체제도 문제이다.

경쟁 때문에 식량은 전반적으로 과소 생산이 아니라 과잉 생산된다. 무역 협정과 정부 정책들은 기업주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산처럼 쌓인 버터” 혹은 “우유 호수”처럼 소비되지 않은 식량들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

무역업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가격이 오를 식량들을 비축할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 식량은 엄청나게 낭비되고 ‘남아도는’ 식량은 배고픈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분되는 대신 폐기된다.

이처럼, 이윤 체제는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하다. 다국적 기업들이 전 세계로 식량을 운반하고 있다. 이 공급 체계에서 하나만 잘못돼도 식량 공급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전체 식량의 절반은 수입된 것이다. 그리고 식량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은 나라들은 흉작이 들거나 수송이 어려워질 경우에 매우 취약해진다.

기후 변화는 위험 요인이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더운 기후는 이전에는 번식에 어려움을 겪던 지역들에 병충해가 창궐하게 만든다. 높은 기온과 기상 이변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대장균 등 세균성 전염병 유행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달 미국의 스물 두 개 주에서 로메인 상추를 통해 대장균 전염병이 번졌다.

비정상적으로 추웠던 날씨와 눈보라를 동반한 강한 바람들이 이 세균을 널리 퍼뜨렸다. 강한 바람은 상추 표면에 상처를 내 세균이 작물 내부로 전염되기 쉽게 만들었다.

이런 세균 전염은 단지 심각한 병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세균 전염은 시금치 같은 다른 잎줄기채소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

식량 가격 폭등은 식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후 재난의 한 형태다.

예상치 못하거나 예외적인 날씨 때문에 농사를 망치면 공급량이 줄어들고 기업주들은 비슷한 작물들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이번 달 초에 나온 ‘캐나다 식량 가격 보고서’를 보면, 캐나다인들은 2020년에 가구당 식료품비로 43만 20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그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위 보고서는 “식량 생산은 예상할 수 없고, 폭염이 가축과 목초지를 파괴하고, 해충과 질병이 창궐하는” 미래가 닥쳐올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들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습하고 추웠던 지난해 봄 가축을 기르는 영국 농부들은 동절기용 보관 사료를 좀더 일찍 꺼내 써야 했다.

그리고 여름의 긴 폭염은 밀과 보리에도 영향을 줘, 사료로 쓸 짚이 부족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농부들은 농작물을 더 일찍 수확해야 했다. 왜냐하면 더운 날씨가 작물들을 평소보다 더 빨리 자라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확된 작물들은 알곡 크기가 더 작았다. 충분히 여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경작지 중에는 현재 대략 38퍼센트의 우량 경작지가 있다. 하지만 [영국의 독립 정부자문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는 한 연구에서 이 경작지들이 2050년에는 9퍼센트로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영국의 식량 수입은 비교적 소수의 나라들에 의존하고 있다.

2017년에 네덜란드와 스페인에서 전체 식용 채소의 46퍼센트를 수입했다.

[싱크탱크인] ‘옥스포드리서치그룹’에 속한 올리버 스칸란 박사는 단순히 식량을 더 많이 수입하는 것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더 정기적이고 극심한 기상 이변에 식량 공급이 흔들릴 가능성에 내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스칸란 박사는 육류 소비를 줄이고 “제철 음식을 먹을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식량 위기는 개인 수준에서의 변화로 해결될 수는 없다. 우리는 사회 전체를 바꿔야 한다.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식량 부족, 빈곤 그리고 영양실조의 근본 원인은 우리의 경제 체제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의 모든 필요를 부자들에게 이윤의 원천인 상품으로 바꾼다.

수백만 명이 굶주리는 반면 기업들은 식량을 너무 많이 생산해서, 그것으로 충분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면 갖다 버리는 이상한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을 먹일 식량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기업주들의 가격 인상과 정부의 국경 통제 때문에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자본주의는 합리적이지 않다. 전체 과정을 통제하는 사장이나 정부 인사는 한 명도 없다. 그저 각자 이해관계만을 위해 싸울 뿐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낭비, 과잉생산, 경쟁 그리고 불합리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기업주들 입장에서 농작물을 직접 기르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식량은 전 세계를 가로질러 수입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식량 공급의 “요충지”들은 경쟁 탓에 작은 교란에도 크게 취약하다.

슈퍼마켓과 음식점들은 비슷한 종류의 음식들을 판매하는데 그토록 중복해서 수입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기후 위기를 인도적으로 관리하려면 합리적인 자원 분배를 위해 싸워야 한다.


“먹을 게 없어요. 그래서 싸움이 시작됐어요”

기후 위기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갈등과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18년에 21개 나라들 안에서 갈등과 불안정의 주된 원인은 식량이었다” 하고 발표했다.

소말리아가 좋은 사례다.

소말리아 정부는 지역 군벌과 미국 공군의 지원을 받아 이슬람주의 무장 단체 알샤바브와 싸우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올해 내내 지속된 가뭄 탓에 수십만 명이 이주해야 했다.

10월에는 넓은 지역을 강타한 홍수와 집중호우로 경작지와 주거지, 그리고 기반시설이 망가져 이재민이 27만 3000명 발생했다.

[서방과 전투 중인] 알샤바브는 농민들에게 막대한 돈을 요구하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농작물을 기르라고 요구한다.

한 여성은 올해 2월에 일곱 아이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수도 모가디슈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가뭄이 우리 동네를 덮쳤어요.” 그가 말했다. “우리는 농장에서 옥수수를 키웠지만 [가뭄으로] 말라버렸어요. 우리는 먹을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러고 나서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이곳에서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우리는 충분한 물과 음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일 제가 고향으로 돌아가도 극심한 가뭄 상태가 더 고통스러울까 봐 두려워요.”


식량 공급 경색

식량은 슈퍼마켓 선반까지 신속하게 직접 상품을 배달하는 복잡한 공급망을 통해 전 세계로 운송된다.

그러나 우리의 식량 대부분은 소수의 항구와 항로, 내륙의 열차 선로를 통해 운반된다.

이러한 소수의 ‘요충지들’에 잠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식량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

폭풍이나 홍수 때문에 요충지들로 가는 길이 폐쇄될 수 있는가 하면, 물에 의한 마모와 파손은 기반 시설을 손상시켜 기상 이변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 연구소는 전 세계의 식량 안정성에 중요한 요충지 열네 곳을 꼽았다.

그리고 세계경제포럼이 지적했듯이, “서로 떨어진 요충지들에서 동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경제포럼은 만일 [2005년 미국에서 2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3년] 브라질의 심각한 폭우 같은 최근의 재난들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당시처럼 미국 남부 항구가 막히고 브라질 내륙 운송로가 폐쇄돼] 전 세계 대두 생산의 50퍼센트가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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