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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파업 참가자들이 말한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6월 2일부터 70일 넘게 파업 중이다.

노동자들은 8월 16일 기습적으로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투쟁에 돌입했다. 70여 명이 건물 로비와 꼭대기 광고탑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16일 오전 현재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본사 앞으로 속속 모이고 있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그동안 소주를 생산하는 이천·청주 공장 앞에서, 8월 초부터는 맥주를 생산하는 홍천 공장 앞에서 대체수송을 막아서며 투쟁해 왔다. 경찰 수천 명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며 밀어내기 전까지 물류에 일부 차질도 빚어졌다.

노동자들은 지금 다시 서울로 거점을 옮겨 본사 점거 투쟁을 시작했다. 이 투쟁은 물가 폭등으로 생계비 위기가 심각해진 상황에 맞설 대안을 보여 주고 있다. 6월 초 화물연대 파업, 지난달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그랬듯이 말이다.

정부와 사용자 측의 탄압 속에서도 끈질기게 싸우고 있는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을 인터뷰해 투쟁에 나선 이유를 들어 봤다.

본사 로비와 광고탑에서 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들 ⓒ제공 화물연대본부

김건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청주지회 조직차장

“소비 요소 늘었는데 운송료는 십수 년째 제자리”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어요.

2009년부터 현재까지 3번에 걸쳐 운송료 인상이 있었습니다. 3년에 한 번꼴로 지금까지 7.6퍼센트 정도 올랐어요. 13~14년 동안 7.6퍼센트 올랐으니 1년에 1퍼센트도 안 되는 거죠.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올라도 오른 게 아닙니다.

여러 소비 요소들은 늘었습니다. 10년 전 7000만 원 하던 차량 구입비가 지금은 3억 원 가까이 됩니다. 차량 정비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 사이에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이번 달에 타이어 갈아야 하는데” 하면, 옆 사람이 “타이어에 철심도 안 보이는데 왜 가냐” 하고 말합니다. 한두 달 더 아껴 타라는 거죠. 타이어는 한 번에 많게는 8짝, 적게는 2짝을 교체합니다. 타이어 한 짝에 30만~40만 원 하니까, 8짝 교체하면 240만 원이 넘어요. 너무 부담이 큽니다.

제때 정비해야 하는데, 운송비가 낮으니 안전마저 내팽개치고 무리하게 운송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지면 2차 사고까지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그래서 운송료를 올려 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하이트진로] 마산 공장이 맥주에서 소주로 [생산 품목을] 변경했어도, [그곳 화물 노동자들은] 같은 소주를 운송하는 이천·청주 공장보다 20~30퍼센트 많은 운송료를 받아요. [운송사도] 같은 수양물류 소속이에요. 그러니까 그 격차를 줄여 달라고 했던 겁니다.

게다가 유가가 폭등하면서 훨씬 힘들어졌어요. 회사가 유가 연동제를 운용하기는 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아요. 운송료가 안 오르는 상황에서, 유가 연동제로 일부 인상분이 있더라도 유가보조금이 깎여 손해가 더 커요.

원청인 하이트진로는 책임을 회피하기만 합니다. 자신들이 관여하면 하도급법 위반이니 운송사와 얘기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운송사 수양물류는 100퍼센트 하이트진로 자회사예요. 하이트진로 사내 이사들도 수양물류에 겸직하고 있습니다. 수양물류는 실질적 권한도 없습니다. 하이트진로가 그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거죠. 원하청 문제가 있는 곳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하이트진로 사측을 비호해 왔습니다. 공권력(경찰력) 강화, 법적 엄정 대처 등을 통해 우리를 옥죄고 있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노조 파괴자들이 더 활보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이트진로 사측에 금속노조 만도지부, 유성기업에서 노조 파괴를 하고 온 사람이 있습니다. 2016년 즈음 한국노총 소속 하이트진로 생산직 노조가 파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전후로 들어온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노총 소속의 생산직 노조는 화물 노동자 파업을 반대하고 있다.]

지금 조합원들이 많이 지치고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우리가 돌아갈 곳조차 없게 만들었습니다. 손배소부터 집단 해고까지.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 투쟁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러나 결국 우리가 투쟁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럴 때 연대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원진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

“계약 해지, 손배소는 항복하라는 압박”

[2011년 맥주 회사] 하이트가 [소주 회사] 진로를 인수할 때, 회사는 통합됐지만 운송비는 통일이 안 됐어요. 통합하기 전에 홍천, 전주, 마산의 맥주 공장의 운송료가 이천, 청주의 소주 공장보다 30퍼센트 정도 높았어요. 그 차이가 지금까지 계속돼 왔습니다.

우리는 차이 나는 운송료를 맞춰 달라는 것입니다.

운송료도 낮은데, 작년에 요소수 값 오르고 올해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더 힘들어졌습니다.

이천에서 성남까지 운반비가 10만 6000원이에요. 어쩌다 공병 실으면 3만 원 정도 돼요. 그런데 기름값이 왕복 8만~9만 원 들어갑니다. 하루 2~3회전 하면 고작 10만 원 남는 거예요. 차량 감가상각비는 제외하고요.

이천 공장에서 대기 시간 있지, 직매장 가면 출하 우선이라고 하차 안 해 주지, 대기 시간만 4시간씩 빠져요. 결론적으로 손해 보고 다니는 거예요.

하이트진로 본사 로비에서 점거농성 중인 노동자들 ⓒ제공 화물연대본부

[예전에] 우리는 이런 삶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어요. 회사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살았어요.

기름값이 폭등하기 전에는 그래도 생활이 근근이 유지됐지만, 지금은 대책이 없어요. 기름값으로 200만~300만 원이 그냥 날아가 버리고, 고작 월 150만~200만 원으로 생활이 되냐고요. 도저히 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30퍼센트 운송료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100만 원 더 얹어서 300만 원이라도 벌면 그나마 생활이 가능하니까요.

[친기업] 언론들은 이런 사정도 모르면서 우리더러 잇속 채우려고 합의 안 한다고 공격합니다. 너무 화가 납니다.

사측은 올해 2월부터 운송료 5퍼센트 인상안을 제시하고는 받으려면 받고, 말라면 말라는 식입니다.

그러면서 공휴일 150퍼센트 수당을 주는 양보를 했다고 대대적으로 떠들어 댔습니다. 수치가 높아 운송료가 무척 많이 오르는 것 같지만, 사실 이 회사는 주말에 쉽니다. 공휴일 근무는 1년에 1~2번 있을까 말까 해요. 생색내기에 불과한 거죠.

사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복귀 시한인 8월 8일이 지나자 조합원 모두를 계약 해지했습니다. 손배소 청구도 7억 2000만 원에서 28억 원으로 액수를 늘렸어요. 우리더러 손들고 항복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복귀하는 것은 죽으러 들어가는 길입니다. 사람 취급이나 받겠어요? 여기서 숙이고 들어가면 예전보다 못한 대우를 받을 겁니다.

사측은 복귀하면 손배소를 면제해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이탈자는 한 명도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다른 곳에 가서 일하면 되지 않냐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평생을, 30~40년씩 일해 왔던 나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다른 곳에 가서 밑바닥부터 적응하며 일하기 쉽지 않아요. 게다가 우리가 운행하는 차량은 모두 윙바디예요. [차량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이 정해져 있어요. 일반 카고 차량처럼 목재나 철근 같은 짐을 실을 수가 없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장을 봐야 합니다. 노조 인정을 받아야 하고, 손배소 걸어 놓은 것 해제해야 하고, 해고된 사람 한 명 없이 전원 복직돼야 합니다.

우리 투쟁에 연대하러 오는 곳들이 늘었습니다. 든든하고 힘이 많이 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민주노총이 실질적으로 연대하고 개입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사측이 압박을 무척 많이 받을 겁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도 그랬잖아요.

〈노동자 연대〉 같은 언론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투쟁 기사,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황남열 지부장 인터뷰, 지부장이 감옥에서 보낸 독자편지까지 유심히 봤어요. 최근에 난민 환영하는 기사가 실린 것도 봤는데, 우리와 처지가 다르지 않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 투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판에 올라 구호를 외치고 있는 노동자들 ⓒ제공 화물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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