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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불법”이라고 비난하지만: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 정당하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8월 16일부터 서울 본사 안팎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6월 2일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생애 첫 파업에 나선 노동자 130여 명은 지난 세 달간 끈질기게 싸워 왔다.

이천과 청주 공장에서 대체수송을 막아 서며 소주 공급에 차질을 주고, 그러다 경찰 병력에 밀려 나자 다시 홍천 공장에서 대체수송을 막아 이틀간 맥주 공급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의 폭력 진압 속에 거기서도 밀려나자, 본사 점거 농성에 나섰다. (노조는 8월 24일 본사 1층 로비 농성을 해제하고 옥상 농성을 남겨 두겠다고 밝혔다. 본사 건물 밖에는 나머지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끈질기게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이미진

노동자들은 물가와 유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십수 년째 낮은 운임(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언제까지 쪼들리는 생활비에 빚을 지며 살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반면, 사용자 측은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내 왔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2월과 3월에 소주, 맥주 가격을 연속으로 올렸다. 올해 1분기에만 58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음료까지 포함하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641퍼센트나 증가했다.

그런데도 사용자 측은 임금 인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되레 노동자들을 무더기 해고(계약 해지)하고, 28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동자들이 운송료 인상, 계약 해지 철회,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노동자들이 본사 점거에 들어가자, 한동안 미디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투쟁이 주목을 끌고 있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강남 한복판”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점거 농성 화물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불법’으로 몰아가기 바쁘다.

윤석열은 점거 다음 날인 8월 17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법과 원칙”을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은 “대한민국을 숙주 삼은 연가시” 운운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하이트진로 사용자 측은 점거 농성자들을 건조물 침입,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도 했다.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는데도 경찰력 투입을 재촉하고 있다.

친기업 언론들도 일제히 “강남 한복판 불법 점거”라며 비난을 쏟아냈고, 정부에 ‘법과 원칙’을 말로만 끝내지 말고 실행하라고 닦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가 본사 점거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질타하며 정보 경찰의 기능을 회복·강화하라고까지 주문했다. 노조 사찰과 민간인 사찰을 더 노골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이런 행태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농성장과 집회에서 〈조선일보〉 같은 친기업 언론들은 노동자들의 항의를 받고 쫓겨났다.

그들은 고물가와 고유가로 생계비 위기에 직면한 화물 노동자들의 처지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비슷한 생계비 위기를 겪는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 기업의 이윤 획득에 방해될까 걱정할 뿐이다.

안 그래도 정부는 그간 사측의 경비대 구실을 충실히 해 왔다. 대체수송 차량을 보호하고, 파업 노동자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고, 강제 연행하고, 구속영장을 남발했다.

군색한 거짓말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처지다. 그래서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과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를 립서비스라도 말해야만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용자 측도 군색한 거짓말과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사실은 10년간 운송료를 26퍼센트 인상해 줬다거나, 전원 계약 해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면서 말이다.

하이트진로 그룹은 부당내부거래를 들켜 거액의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박문덕 회장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고 장남 박태영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시민단체는 이 과정에서 회사가 입게 된 손해가 “최대 168억 8000만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최저운임으로는 못살겠다!” 하이트진로 서울 본사 앞 농성자 ⓒ이미진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사용자 측의 거짓말에 어처구니없어 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측은 운송료를 인상해 줬다지만, 근거 자료를 내놓으라니까 답이 없어요. 운송료가 26퍼센트 올랐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우리는 받은 게 없거든요.”

“12명만 해고했다는 것도 말장난입니다. 수양물류는 이미 계약 해지한다는 내용 증명을 보내 왔어요. 수양물류의 하청업체 명미인터내셔널과도 운송 계약을 해지해서, 그 조합원들도 덩달아 해고된 것입니다.”

사용자 측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윤석열 정부와 경찰, 보수 언론들이 사용자 측을 비호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에 대한 관심과 공감은 늘어나고 있다.

점거 다음날 긴급하게 호소된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 지지’ 행동에 노동자, 청년, 학생 수십 명이 모여 점거 농성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그 다음날에는 5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을 편드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화물연대 조합원을 주축으로 하이트진로 본사 앞 대로에서 1000여 명 규모의 결의 대회도 열었다.

노동자들은 이런 연대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 가닥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힘이 나고 버틸 수 있습니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생계비 위기와 지배자들의 고통 전가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연대가 늘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