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열 하이트진로지부장이 파업 이유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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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6월 2일 파업에 돌입했다. 6월 7일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을 기다리지 않고 닷새 먼저 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관련 기사: 본지 419호 ‘6월 2일 먼저 파업 돌입한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 낮은 운임, 열악한 처우 개선 위한 정당한 투쟁’)
이 투쟁은 첫날부터 “국민 소주” 공급망에 차질을 주며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소식을 앞다퉈 다루는 기업주 언론들은 노동자들이 왜 파업하는지는 관심도 없이 비난하기 바쁘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 앞에서 투쟁하고 있는 황남열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장을 인터뷰해 노동자들의 불만과 투쟁에 대해 들어 봤다.
세 달 가까이 이어진 태업과 시위
화물연대 총파업이 7일에 예고됐으니까, 어차피 우리도 때가 됐고 해서 6월 2일부로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어제부터 투쟁이 좀 격렬해졌지만, 사실 그 전부터 싸워 왔습니다. 2월 중순부터 태업을 하고 아침, 저녁으로 집회도 했죠.
[사용자 측은] 운송비 아끼려고 과적을 합니다. 5톤 차량에 10톤 이상을 더 싣게 하는 거예요. 아주 위험하죠. [차량] 뒤쪽이 축축 쳐질 정도니까.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건데, 이번에 투쟁하면서 우리가 그건 용인할 수가 없다고 저지했죠. 그러다 보니 [출고] 물량이 덜 나가고, 그렇게 세 달 가까이 [회사와] 부딪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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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화물연대로 되기 전에는 연합회, 그러니까 상조회 같은 건데, 거기가 3년에 한 번씩 회사와 운송료 협상을 했어요. 10년 전부터. 지난해 말 협상에서 [회사가 운송료] 1퍼센트 [인상안을] 가져왔더라고요. 거절하니까 3퍼센트, 최종 5퍼센트를 제시했죠.
우리는 수십 년간 회사가 어렵다는 말에 계속 참아 왔어요. [회사가] 다음번에 보자, 또 다음번에 보자 해서 이번엔 기대를 했는데,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죠. 이건 안 되겠다. 그래서 행동을 취하기로 한 겁니다.
지독한 차별과 낮은 운임
우리는 사실상 외부 용차 취급을 받아 왔어요. 이 회사 직원이 아니고, 고정 차도 아니고, 외부 용차라고 합니다.
그게 드러나는 효과가 기분이 나쁜데요. 코로나가 딱 터니지까, [화물차] 기사들은 [공장 내] 식당에서 밥을 안 줘요. 수년 동안 요구해서 복지 차원에서 5년 전부터 [회사가] 식사를 제공했거든요. 새벽부터 밥을 못 먹고 나가는 경우가 많고, 큰 차들은 어디 세워 둘 데도 없어서 일하다가 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딱 터지니까 식당에 못 들어가게 하고, 밥을 안 주는 거예요. 지독하죠. 대신 밥값을 좀 받아서 기사 대기실에서 아침에 라면을 먹고. 그렇게 2년 반을 해 왔어요.
심지어 화장실도 못 가게 했습니다. 우리는 인간도 아닌지, 참 기가 막혔죠. 철조망으로 딱 막아 버리더라고요. [이천 공장에] 기사들이 100명 정도 되는데, 소변기 2개 있는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서 따로 쓰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언짢았습니다.
운임도 동종 업계보다 많이 떨어져요. 여기 운송료라는 게 좀 복잡해요. 소주를 싣고 (편도) 10만 원짜리를 가면, 다시 돌아올 때는 공병을 싣고 오거든요. 제품 값과 공병 값을 책정해서 왕복 운송료가 되죠.
공병을 많이 실어야 [수입이] 좀 남는데, 동종 업계는 보통 공병 값을 6~7만 원 줘요. 그런데 우리는 3만 원 정도 줍니다.
게다가 공병을 다 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40퍼센트는 빈 차로 다니거든요. 그게 우리 탓도 아닌데, 공회전(빈 차)하면 안 주죠. 동종 업계는 공회전할 때 공병 값의 60~70퍼센트를 주거든요.
그래서 30퍼센트 운송료 인상, 공회전비 지급, 광고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도 요구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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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 하이트진로의 뻔뻔한 책임 회피
사측은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어요.
오늘 신문에 난 걸 보니까 황당한 핑계를 대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더라고요. 하도급법 때문에 [화주인] 하이트진로가 나서고 싶어도 못 나선다고. 사실은 자기들이 뒤에서 다 조종하면서 그런 말을 하네요.
여기 [운송업체인] 수양물류 지분의 100퍼센트를 하이트진로가 갖고 있어요. 하이트진로 계열사죠. 얼마 전에 사장이 갑자기 바뀌었는데, 하이트진로 상무로 있던 사람이에요. 전 사장은 하이트진로 회장의 친인척이라고 하고. 인사부터 다 자기들이 하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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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지금 너무 심해요. 병력이 우리 숫자에 비해 6~7배가 오니까. 우리를 포위하면서 ‘너희는 나가 있어라’ 압박이 많이 들어옵니다. 우리가 무슨 중죄를 진 것처럼 굴어요.
[대체수송 차량들이] 과적, 불법 부착물, 허가증 없는 운반 같은 걸 하니까, [우리는] 그걸 고발하고 위험을 막으려고 하는데. 전경이 방패로 우리를 막고, 넘어져서 다친 사람도 있고요. 그러니까 서로 과격해지고.
경찰은 진짜 회사 편인 거 같아요. 회사를 지켜 주기 위해 오는 겁니다.
파업과 연대의 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가 이천 공장하고 청주 청원 공장에 있는데, 같이 파업에 들어갔어요. 이천에 80명, 청원에 60명 좀 넘어요. 150명 정도가 싸우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 같은 큰 화물차들은 한 번에 팔레트 32~34개를 싣고, 하루 2회전을 하거든요. 그러면 우리 조합원들이 총 300번을 운반하는 거죠.
그런데 회사가 지금 대체인력으로 용차를 불러 써도 작아서 한계가 큽니다. 지금 3분의 1 정도 출고될까 말까 해요. 파업의 힘이 큰 거죠.
하이트진로는 월, 화, 수에 24시간 철야로 공장을 돌려요. 제품장에 그게 쌓여 있는데, 출하를 안 해 주면 쌓을 데가 없으니까 생산을 할 수가 없게 된 거죠. 라인이 멈추는 상태까지 간 겁니다.
직매장들은 지금 재고가 바닥 수준이에요. [공급이 안 되니까] 조그만 대리점, 도매장에서 직접 공장으로 술을 가지러 오기도 해요.
우리가 먼저 파업한다고, 다른 조합원들도 지나가다가 찾아오고, 손을 흔들어 주고, 음료수도 갖다 주고 있어요. 힘이 됩니다. 그런 게 연대 아니겠어요? 지역본부도 이쪽으로 올인하고 있고, 오늘 본조에서도 와서 격려사도 했습니다.
오비맥주 동지들은 다 한 동네에 있어요. 여기서 일하던 사람이 그리로 가기도 하고, 또 거기서 일하던 사람이 여기서도 일하고. 너무 서로 잘 알고 그러니까, [그동안 오비맥주 동지들의 투쟁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많이 미쳤죠.
화물연대가 7일부터 총파업을 하니까 다 같이 싸울 수 있습니다. 요즘 유가 [인상] 때문에 다들 불만이 많아요. 비조합원들도 이번 기회에 좀 운행하지 말고 쉬어 보자, 그런 기조가 강합니다. 화물연대 파업하면 같이 [차를] 세우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어제오늘 우리가 갑자기 깡패 집단처럼 돼 버리고 〈한국경제〉, 〈중앙일보〉, 〈조선일보〉 같은 데가 기사 올린 거 보면서 짜증이 확 밀려왔는데, 우리 편 언론을 만나니 기분이 좋네요. 많이 알려주고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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