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국민의힘과 민주당, 그게 그거다?

11월 5일 서울 숭례문 인근 윤석열 퇴진 집회 ⓒ이재혁

본지는 지난호 헤드라인과 논설을 통해 윤석열 퇴진 요구와 집회를 지지했다.

이에 대해 SNS에서 일부 사람들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그게 그거일 뿐인데 뭣 하러 민주당 좋은 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들이 윤석열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대중의 삶을 공격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뜻은 아닐 게다.

아마도 얼마 전까지 집권당으로 있으면서 개혁 염원을 저버린 민주당이 꼴보기 싫다는 심정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게 그거다’ 하는 반응은 문재인 정부 집권기 대부분 기간에 많은 개혁주의자들이 민주당에 (때로 비판적인) 지지를 제공한 것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퇴진 운동이 윤석열 정부를 강타해 그로부터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챙기는 꼴을 못 보겠다며 퇴진 요구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를 명백히 하는 자본주의 정당이지만, 현재 집권당이 아니라 야당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이재명 대선자금 수사라는 법치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수사의 진정한 목적은 정적 제거와 권위주의적 통제이다.

윤석열 정부의 제1 야당 탄압을 반대해야 하는 것은 그 칼끝이 결국 노동운동과 좌파로도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11월 9일 검찰이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던 그 시간에 보안경찰이 통일운동 활동가들을 체포·압수수색했다.

이 점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앞세워 우파 야당을 수사한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당시 좌파가 우파 야당을 방어할 까닭은 하등 없었다.

그러나 우파 정부의 중도파 야당 탄압은 그 반대 효과를 낸다. 윤석열 정부의 목적이 권위주의적 수단들을 앞세워 경제 위기의 책임과 대가를 노동계급 등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민주당을 “주사파”라고 비난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비난이지만, 윤석열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싸잡아 북한을 이롭게 하는 세력으로 매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다를 바 없다고 일축하는 것은, 당면한 적에 맞선 투쟁의 힘을 분산시킬 것이다.

물론 〈노동자 연대〉가 우파 정부의 중도 야당 탄압을 반대하는 것은 민주당과 전략적 동맹을 맺는 민중주의(진보적 포퓰리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윤석열 정부 반대 진영의 전열이 흩어져 우파 정부가 그 틈을 비집고 운동을 각개격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당면 전술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때조차도 〈노동자 연대〉는 민주당에 아무런 환상을 갖지 않고 필요한 경우 결코 비판을 삼가지 않을 것이다.

‘(선거) 심판’론은 대중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민주노총과 (대다수 좌파를 포괄하는 연대체인) 전국민중행동은 11월 12일 윤석열 퇴진 집회와 같은 시각에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시민 추모 촛불”을 개최하기로 했다.(애초 집회 제목은 “국가는 없었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시민 촛불”이었는데, 최종 제목에서 “대통령 책임”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민주노총 등은 윤석열 퇴진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경쟁적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과 기성 좌파 밖에서 일찍부터 벌어지고 있었고 10월 하순부터는 수만 명 규모로 늘어난 윤석열 퇴진 집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퇴진 집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2018~2019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해 노동조합과 기성 개혁주의 정당 지도자들이 취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당시 사회당과 공산당 등의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저항을 지지하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그 시위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별도로 (대체로 효과가 없던) ‘행동의 날’ 집회를 조직했다.

이를 통해 조직 노동계급이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며 마크롱 정부에 대항하는 노란 조끼 운동과 만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시민 추모 촛불” 집회 주최 측은 집권한 지 반년도 안 된 대통령을 끌어내릴 만한 대중 동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동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눈덩이를 굴리듯 만드는(‘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 추모 촛불’ 집회 조직자들은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들이 열려고 하는 활로는 주되게 선거인 듯하다. 민주노총은 “11.12 10만 조합원 총궐기로 윤석열정권 심판투쟁을 시작하자”고 주장했다(2022년 전국노동자대회 읽기 자료).

그러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2024년 총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대중의 분노를 점점 커질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대중의 수동성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 이 순간 윤석열 정부를 강타할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총선에서 좌파가 선전할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윤석열 퇴진 집회는 더 커져야 한다

윤석열 퇴진 집회에는 (주류 언론의 외면과 축소 보도에도 불구하고) 우파 정부에 적의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 (민주당에 친화적인) 사회운동 단체들, 청년과 미조직 노동자들 등. 10월 22일 집회에는 특히 청년과 미조직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퇴진 집회 측 조직자들이 친민주당 사회운동가들이긴 하지만, 민주당 자체가 이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현재 윤석열 퇴진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퇴진 집회에서 연설한 것을 두고도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민주당은 선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이 윤석열 정부를 심각한 불안정에 빠뜨리는 것을 꺼린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 때도 민주당은 최초의 가두 시위가 분출한 지 석 주가 지나서야 그 운동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퇴진 운동을 헌정 질서 틀 내로(탄핵) 가져가려고 애를 썼고 (운동 내 개혁주의 세력의 도움을 받아) 이럭저럭 성공했다.(운동의 규모가 아주 컸기 때문에 탄핵 절차가 시작됐음에도 퇴진 운동은 3개월 더 지속됐다.)

지금조차도 민주당은 대정부 투쟁을 일관되게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을 연거푸 허용했고(10월 24일, 11월 9일), 10월 24일 국정감사도 반나절 중단하다가 복귀했다.

윤석열 퇴진 집회는 이태원 참사를 윤석열 퇴진 요구와 결합시키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광범한 대중이 겪는 생계비 위기 문제를 연결시킨다면(사회경제적 요구들을 결합시켜), 퇴진 운동은 폭이 더 넓어지고 더 (계급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 퇴진 집회 리더들의 정치가 온건하기 때문에, 이런 전진이 자동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퇴진 운동에 이런 약점이 있다고 해서 그 운동의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예측하기 쉽지 않고 또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이러저러한 사건들이 이 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람시 말대로 투쟁의 구체적 계기들을 (수정 구슬 보듯이) 예견할 수는 없다. 능동적 투사들이 그때그때 그런 계기들을 만들려 애써야 한다.

대학에서 윤석열 퇴진 유인물을 나눠 주는 학생 ⓒ출처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과제

윤석열 퇴진 운동은 잠재력과 약점이 공존한다.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윤석열 퇴진 집회가 노동자들의 힘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움직이면 노동계급이 윤석열에 맞선 투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 상황은 철도 등 조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거리 시위가 융합됐던 박근혜 퇴진 운동 때와는 다르다. 그렇기는커녕 “윤석열 퇴진”과 “시민 촛불”로 나뉘어 있고, 집회도 따로 개최하고 있다. 특히, 지배계급도 분열하지 않고 있다(박근혜 추문의 핵심 인물 최순실을 처음 폭로한 게 조선일보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본지 독자들은 윤석열 퇴진 운동이 확대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재 조직 노동계급의 정치 의식은 노조 지도부의 선거 심판론을 비판하며 퇴진 투쟁을 지지하라고 압박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노동자들이 투쟁적으로 싸울 때조차 조합주의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훨씬 광범한 대중에 계급의 능력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퇴진 운동과 노동자의 잠재력이 융합될 수 있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가능성은 퇴진 집회가 대규모로 성장해 그 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이 노동조합 내부로 확산되는 것이다.

퇴진 운동이 커지려면 또한 청년들이 더 많이 참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본지 청년 독자들은 거리와 대학에서 청년들의 퇴진 운동 참가를 호소해야 한다.

김인식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