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왜 윤석열 책임인가?
〈노동자 연대〉 구독
이 글은 11월 8일에 같은 제목으로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과 발제자의 정리 발언이다.
발제에 앞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156분과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부상자 분들이 부디 온전하게 하루 빨리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10월 29일 밤 누구나 갈 수 있는 서울 한복판의 한 골목, 파출소도 소방서도 지척이었던 곳에서 그저 길을 지나가던 300여 명이 압착돼 목숨을 잃거나 다쳤습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요?
참사로 가는 길을 닦은 명백한 책임자들이 있습니다. 그 책임은 무한책임, 공동체적 책임 따위의 모호한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것입니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해서 먼저 참사의 핵심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
우선 다룰 문제는 이 참사를 정부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냐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먼저 부정한 것이 이 점이죠.
재난 대응의 주무 부처이자 경찰청과 소방청이 소속된 행정안전부의 장관 이상민은 참사 직후 말하기를, “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11월 3일 〈조선일보〉는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은 사고가 터진 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며, ‘사후 끼워 맞추기’라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같은 날 진중권 씨는 〈중앙일보〉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사고’이고 ‘모두가 공범’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진실 은폐이자 정부에 면죄부 주기입니다. 핵심 문제는 정부와 경찰이 심각한 인파 집중과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세웠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치안과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이지, 일반 시민이 질 수 있는 종류의 책임이 아닙니다.
정부와 경찰이 이번 핼러윈 기간에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집중될 것이고 그에 따른 안전 사고 위험이 있음을 예상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11월 2일 〈한겨레〉가 입수해서 보도한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의 ‘핼러윈 기간 이태원로 안전 대책 현황’ 보고서에는 이렇게 명시돼 있습니다. “(핼러윈 데이에) 평일이나 통상 주말 대비 이태원 지하철역 승하차 인원이 1.5배에서 2배 이상 증가하고 곳곳에 인파가 운집해 무질서와 사건·사고가 빈발한다.” “올해는 핼러윈 데이가 주말과 이어지며, 작년과 달리 클럽 등 유흥업소 영업 재개로 주말에 더 많은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의 ‘2022 핼러윈데이 종합치안대책’과 용산서 정보과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11월 1일 경찰청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핼러윈 축제를 앞둔 10월 26일 경찰과 용산구청은 이태원 상인회와 간담회를 열어 ‘다중운집 질서 유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는 “인파 밀집 예상”, 심지어 “압사 사고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상에도 불구하고 인파로 인한 안전 사고 대비는 전혀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참사를 막거나 피해를 대폭 줄이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그리 많은 인력이나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좁고 경사진 주요 출입 골목에 대한 일방통행 조처,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등 단순하지만 핵심적 조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조처들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은 군중 관리를 위해서 드론이나 위치 정보 추적 같은 과학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국무총리 한덕수는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군중 관리 제도와 경험에 미비점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집회, 최근 여의도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 연말 타종 행사, 월드컵 응원 행사 등을 떠올려 보면, 대규모 군중 행사 관리 경험이나 기술 부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의 우선순위가 참사를 낳았다
참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윤석열 자신과 경찰의 우선순위였습니다.
2017년부터 2022년의 ‘핼러윈데이 종합치안대책’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경찰은 이태원역 주변 10곳을 지정해 ‘군중 분산 조치’를 주요 임무로 하는 경찰과 구청 직원들을 각 지점에 배치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인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집중적으로 7곳이 지정됐고, 이번 참사가 발생한 골목의 위쪽에도 관리 인력이 배치됐습니다.
경찰은 2017~2019년에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 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고 이 보고서에 명시했고, 2020년에는 심지어 압사의 위험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핼러윈 대책에서는 이런 대비 지침과 인력 배치 조처가 전혀 없었습니다. 핼러윈 대책의 압도적 초점이 마약 단속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그 배경에는 경찰 지휘부 차원의 대대적인 핼러윈 마약 단속 기획이 있었습니다. 서울경찰청장은 용산경찰서의 핼러윈 대비 계획을 수정해 마약 단속 경찰력을 거의 3배로 늘렸습니다. 용산구청의 핼러윈 데이 긴급 대책도 (코로나19 문제를 제외하면) “마약류 범죄” 단속에 강조점이 있었습니다.
요컨대 경찰 지휘부와 용산구청은 압사 사고의 위험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기존의 안전 인력 배치 조처를 없앴고,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마약사범 검거 기회로만 여겼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경찰의 이러한 뒤집힌 우선순위가 다름 아닌 대통령 윤석열 자신의 우선순위였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마약 범죄와 흉악 범죄의 피해를 부각시켰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은 윤석열의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특히, 지지율 추락 이후에는 마약과의 전쟁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일선 경찰에 총기 지급 예산을 늘리고 총기 사용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지난 10월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무리를 해서라도 마약 범죄를 막겠다,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경찰청장 윤희근도 올해 8월 취임한 이후 1호 강조점이 ‘마약류 집중 단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자신이 참사 8일 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참사 5일 전에도 윤석열은 국무총리에게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에 따라 참사 3일 전 국무조정실은 마약류 관리 총괄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한 것일까요? 윤석열은 전두환이나 노태우가 범죄 소탕에 대대적으로 나섰던 것처럼 경찰력 강화와 서민층 통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범죄를 부각시킨 것입니다.
금리 인상과 물가 폭등으로 대중의 불만이 큰 가운데 부자 세금 감면해 주고 민영화나 연금 개악 등을 추진하려면 권위주의적 수단을 강화해야 하는데, 바로 이를 정당화해 주는 수단이 마약과의 전쟁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본다면, 10만이 넘는 군중 동선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대참사로 이어지게 만든 책임, 곧 일선 경찰이 공공 안전보다 마약 단속을 우선하게끔 만든 책임은 윗선의 명령권자들, 무엇보다 최고위 지시자인 윤석열에게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가진 자들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안전은 나 몰라라 하고, 그에 대한 불만과 항의를 권위주의적으로 억누르려 한 윤석열 자신의 우선순위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이는 참사 당일 경찰의 관심사가 윤석열 퇴진 집회 통제와 대통령 경비에 쏠려 있었던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평화적 시위일 뿐인 당일 집회 통제에 투입된 기동대의 수만 1100명에 달했습니다. 용산경찰서장은 9시 24분까지 집회 통제를 하고 있었고, 서울경찰청장이 8시 32분 퇴근 전에 내린 마지막 지시도 집회 관련 격려였습니다. “압사 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쏟아지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말입니다.
집회에 배치되지 않은 2개의 기동대 부대는 신고된 집회도 없는 대통령 사저 주변에 배치됐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는 대비하지 않으면서, 혹시 모를 대통령 사저 주변 집회는 철저하게 대비했던 것입니다.
책임 회피, 저항 단속은 발 빠르게
참사가 벌어진 이후 윤석열의 대응은 책임을 회피하고 대중의 분노와 저항을 단속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윤석열은 10월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참사”가 아니라 “사고”로,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로 정부 용어를 통일시켰습니다. 유가족들과 평범한 사람들은 참사라는 말로도 차마 다 표현하지 못하는 비통함을 느끼고 있는 순간에 윤석열은 책임 회피적인 언어를 개발한 것입니다.
윤석열이 참사 직후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을 지시했는지 여부도 의문입니다. 오히려 정부는 다른 방면에서 아주 발 빨랐습니다. 경찰청이 대통령실과 행안부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것이 의심되는 내부 문건을 보면, 진실 은폐, 꼬리 자르기, 책임 전가, 항의 억압에 발 빠르게 대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건은 과거 참사와 유가족·언론·사회운동단체 등의 동향을 꼼꼼히 분석해 정부 책임론 확산 방지책을 다방면에 걸쳐 제시했습니다. 특히, 유가족 회유책을 제시하며 유가족이 정부를 따르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때처럼 집단적 투쟁에 나설까 봐 우려하는 것이죠. 유가족과 정부 직원을 1대1로 매칭해서 관리한다는 방침의 저의가 의심되는 까닭입니다.
현재 경찰청은 CCTV를 확보해 참사 현장에 있던 개인들을 수사하는 파렴치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태원 파출소와 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 정진석은 “참사의 첫 번째 원인은 용산서 차원에서 큰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어제 윤석열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 회의를 열어 “왜 4시간 동안 보고만 있었냐”고 경찰을 질타했습니다. 말뿐인 사과로 퉁치고 자기 책임은 회피한 채 말입니다. 이런 시도들은 모두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 여지 없이 반복되는 진정한 책임자들의 케케묵은 꼬리 자르기 수작입니다.
또, 경찰은 방송심의위원회와 협력해 참사 관련 온라인 게시물들을 삭제·차단하고 있습니다. 너무 참혹한 영상이라거나 가짜뉴스라는 명분인데요. 물론 참사 생존자나 참사 유가족이 괴롭게 느낄 촬영물이 유포돼선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경찰이 하고 있는 일은 생존자나 유가족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번 참사의 진실을 덮고 여론을 무마하고 항의 확대를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그동안 진보진영 주류는 혐오 표현의 국가 규제를 제안해 왔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이번 대응은 경찰과 검찰 같은 억압기구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즉 저항 억압이나 좌파 탄압을 위해 혐오 표현 규제를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퇴진이 추모다
국민의힘은 지난 토요일 열린 참사 추모 및 윤석열 퇴진 집회를 “국민의 슬픔을 이용한 정치 선동”이라고 비난하며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핏대를 세웠습니다. 항의 운동이 빠르게 확산될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우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석열과 고위 권력자들이 이번 참사가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대통령 퇴진 운동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경찰청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들의 우려는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부에 심원한 타격을 미쳤음을 알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몇 개월 만에 지지율이 20퍼센트대로 떨어진 초유의 정부입니다. 고금리,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층 사람들을 구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자와 기업주들 같은 특권층 봐주기에 여념 없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노동자 등 서민층의 불만이 그만큼 크고 광범한 것입니다.
윤석열은 이런 위기에 대응하려고 법 질서를 앞세운 권위주의적 수단들을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고자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우면서 경찰력 배치 등의 우선순위를 조정했습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이태원 참사가 윤석열이 추진하는 정책 노선의 한 결과임을 보여 줍니다. 대중의 안전이 아니라 대중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는 데에나 관심이 있고, 결국 이것은 대중의 삶과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권력의 지휘자 윤석열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가 물러나지 않으면 이태원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정책과 우선순위가 유지되고 비극이 반복될 것입니다. 윤석열이 물러나지 않으면 그가 추진하는 온갖 개악 속에서 노동자 서민의 삶은 완전히 망가질 것입니다.
윤석열에 대한 분노와 퇴진 요구가 이미 상당합니다. 정부가 조용한 애도를 앞세우며 상황을 통제하려 애쓰는 와중에도 11월 5일 윤석열 퇴진을 바라는 사람들의 집회에 1만 5000명 이상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진보진영과 노동계의 주요 지도부들은 윤석열 퇴진 요구를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윤석열의 진심 어린 사과와 국정 조사, 장관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진보당도 윤석열의 공식 사과와 장관 해임,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1월 12일 큰 규모의 노동자 대회를 예고한 민주노총도 ‘대통령 사과, 국무총리 사퇴, 책임자 처벌’로 입장을 정하고, 퇴진 촛불 집회와는 별도로 ‘규탄 촛불’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 운동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좌파와 노동운동 주요 지도부들의 이런 입장은 퇴진 운동의 확대를 막고 자칫 고립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반길 것은 윤석열과 권력자들, 대기업들일 것입니다.
윤석열이 이번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다면 머지않아 반격과 보복을 가할 것입니다. 좌파와 노동운동 주요 지도부들은 퇴진 요구와 선 긋는 기존 입장을 바꿔, 퇴진 운동이 더 확대되고 더 심화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합니다.
윤석열 퇴진 운동을 키워 그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하는 것이 또한 억울하게 희생된 156명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자의 정리
발언들, 너무나 유익했고 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우선,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발언해 주신 분이 계셨는데요. 정말이지 당시 세월호 참사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윤 우선, 안전 뒷전, 부정부패,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 같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집약돼 있었습니다. 참사 이후 유가족에 대한 멸시와 탄압은 그 정부의 우선순위를 밑바닥까지 보여 줬죠. 그래서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은 몇 년 뒤에 벌어진 박근혜 퇴진 운동의 가장 중요한 일부가 됐습니다.
지금의 이태원 참사에도 윤석열이 반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에 강력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던 악행들이 집약돼 있습니다. 윤석열은 고물가나 고금리로 고통스러워하는 서민들에게 부자 감세나 공공요금 인상, 민영화 등으로 더 큰 고통을 안겨 줬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저항할까 봐 경찰들한테 더 많은 총을 쥐어 주고는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라, 그래서 사회 분위기를 경색시키고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을 고분고분 받아들이게 만들라’고 주문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결코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당일 경찰 배치라는 구체적인 우선순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서민 쥐어짜기와 대중 억압이라는 윤석열의 근본적인 우선순위도 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이것을 방치하고 윤석열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이 또 다른 모습으로 결국 우리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윤석열 퇴진 운동과 좌파의 과제
한 분이 참사를 정치화한다는 국민의힘과 우파의 비난에 대해서 굉장히 좋은 발언을 해 주셨는데요. 국민의힘은 지금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이자 참사에 항의하는 집회를 민주당과 이재명의 꼭두각시, 응원 부대쯤으로 비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이 몇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부터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광범위한 반윤석열 정서를 대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참사 직전에 윤석열이 이재명 대선 자금 수사와 민주당 압수수색 같은 야당 탄압을 벌이자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좌파는 대중의 누적된 이런 반윤석열 정서를 가장 앞장서서 대변하고 또 그것을 모아 내기 위해서 애써야 합니다. 지금 대중의 적잖은 일부가 윤석열 퇴진 요구에 지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윤석열 지지율이 박근혜 퇴진 직전 수준인데, 좌파가 윤석열 퇴진 운동을 건설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분이 지금 여러 좌파와 노동운동 지도부가 왜 윤석열 퇴진 운동과 선을 긋고 있냐고 질문을 하셨는데요. 저는 국민의힘이 하는 비난, 즉 윤석열 퇴진 집회가 민주당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에 노동운동과 주요 좌파 정당의 지도자들이 속으로 동의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또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라 어차피 퇴진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이 운동을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윤석열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에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고 그러면 윤석열 정부를 끝내기 위한 투쟁을 한 걸음이라도 당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반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이 퇴진하면 민주당과 이재명만 수혜를 입는 것 아닌가?’ 윤석열 퇴진을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강제한다면 그것은 좋은 일일 것입니다. 노무현 탄핵 반대 운동을 보면서 노무현 자신이 ‘저 촛불이 언젠가 나를 향할 수도 있다’라는 말을 했다는 일화가 있는데요.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것의 즉각적 결과가 이재명의 집권이더라도 운동이 더 나아갈 힘 또한 생기는 것입니다.
반대로 윤석열이 이 위기에서 무사할수록 좌파 운동에 대한 반격과 보복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앞서 한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투쟁의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분이 이 운동이 정쟁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다른 분이 어떻게 해야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지 질문해 주셨습니다. 지금 윤석열 퇴진 운동의 지도부가 민주당 개혁파에 친화적인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바꿔 낼 유일한 길은 이 운동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운동의 규모와 투쟁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저변이 넓어진 운동은 자신감이 커져서 급진화할 여지도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 퇴진 운동의 지도부와 민주당 지지자들이 김건희 특검 같은 부차적인 쟁점을 앞세우는 것은 이 운동의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좌파들은 이 운동에 적극 뛰어들어서 이 운동이 경제 위기 상황과 직결된 사람들의 생계비 위기, 이태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 같은 윤석열의 더 중요한 악행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 참사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고 지금 윤석열을 물러나게 하지 않으면 참사에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윤석열의 정책과 우선순위가 또 다른 비극을 낳을 것입니다. 윤석열이 우리의 삶을 더 망가뜨리기 전에 우리가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이 토론하고 설득하고 함께 행동해 주시기를 호소하면서 발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