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항의 유인물 반포 제지하는 연세대 당국과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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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회원들은 이태원 참사의 주된 책임이 대통령 윤석열에게 있고, 따라서 윤석열은 퇴진해야 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이런 주장을 담은 유인물을 대학가에서 반포하고 있다.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은 이태원 참사에 슬퍼하고 정부에 분노하는 청년들과 소통하고, 또한 윤석열 퇴진 요구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려고 힘을 모으는 중이다.
그런데 서울시립대(7일)와 연세대(8일)에서 회원들이 이런 활동을 하던 중에 경찰이 출동해 이 활동을 제지하려는 일이 벌어졌다.
신경질적 반응
이날 유인물을 반포한 각 대학 학생들은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들이다. 수년 동안 학내에서 아무 문제 없이 매주 정기 신문 홍보 활동을 하며 정치적 주장을 펼쳐 왔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왔다’고 했지만, 대학 캠퍼스 내 학생들의 평화로운 의견 표명 활동에 대해 경찰이 직접 출동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그 자체가 유인물을 받아 가는 학생들을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학생 양선경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문 〈노동자 연대〉 판매 활동 중이었는데, 30분도 안 돼서 경찰이 왔어요. 경찰은 소음 문제로 신고받았다는데, 저희는 이런 방식으로 수년간 해 왔거든요. 이태원 참사 당시 참사 전부터 4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은 다른 나라 경찰인가 보죠?
“저희는 경찰에게 ‘학내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것이니 얼른 캠퍼스에서 나가라’고 요구했어요. 그런데 경찰은 정보과 경찰도 불렀더군요. 저희는 항의 후에도 굳건히 유인물을 반포했어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과 저희 활동에 대한 응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더더욱 경찰이 왜 이러는지 알겠더라고요.”
연세대는 더 기막히다. 대학 당국이 직접 경찰을 불렀기 때문이다.
학교 당국 관리자 일부가 와서 “학교 밖으로 나가서 하라”고 강요하고, 총무처 팀장은 “확성기 쓰지 마라, 경찰에 신고했다”며 대놓고 활동을 방해하고 거친 반말로 학생들을 겁박했다.
당시 유인물을 나눠 주던 연세대 임재경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경찰과 학교 관리자들이 [유인물 반포 활동을 못 하게] 저희를 둘러싸고 있자 지나가던 분들이 ‘왜 학생들을 괴롭히냐’고 하시고, ‘유인물 달라’며 직접 받아 가는 분들도 많았어요.
“오랫동안 학생 사회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 같은 민주적 권리를 위해 싸워 오고 [이를] 전통으로 여겨 왔는데. 확성기 사용이 불법 집회라뇨. 완전히 억지고 윤석열을 정면으로 문제 삼는 주장을 겨냥한 정치적 대응이에요.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교환이 기본 가치가 돼야 할 대학에서 학교 당국이 앞장서서 학생들의 자주적이고 평화로운 교내 의견 표명 활동을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을 직접 부르기까지 한 것이다.
연세대재단은 조선일보사 회장 방우영이 재단 이사장에 장기 재임한 뒤 지금은 GS칼텍스 회장 허동수가 이사장으로 있다. 연세대재단은 전통적으로 조선일보사, 보수적 기독교 등이 재단을 이끌어 왔다.
보수적인 대학 당국이 윤석열 정부를 돕는 활동을 한 것이다.
또한 이태원 참사 직후 정부 책임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 비판 여론에 대한 사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을 경찰이 대학생들의 학내 활동에 대해서까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의견 표명 활동에 대한 대학 당국의 방해와 경찰의 사찰 행위는 이 정부가 결코 이태원 참사 후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이따위 위협으로 윤석열 퇴진 주장이 사람들에게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