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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7):
예견된 실패, 반복된 말잔치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에서 제27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렸다.

그러나 앞서 열린 26차례의 회의에 이어 또 한차례 초라한 실패 기록만 남기고 끝났다. 최종 결정문은 7년 전 파리 회의에서 합의한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를 “확인”할 뿐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은 하나도 없었다.

과학자들은 1.5도 목표를 위해 늦어도 2025년부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IPCC 제6차 보고서 제3실무그룹) COP27은 이를 위한 어떤 합의도 이루어 내지 못했다.

책임 회피하는 선진국 정부들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피해를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문제가 이번 총회에서 최대 관심사였다. 일부 언론은 이번 회의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을 마련한 것을 두고 ‘역사적인 첫 발걸음’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 기금의 재원은 모두 자발적 기여에 기초하고 있을 뿐 아무런 강제력이 없다.

프란스 티머만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브라질,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국은 회의 초반부터 돈을 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들이 역사적으로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기후 범죄자들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 기금이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법적 보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한 뒤에야 기금 설립에 찬성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한 세기 가까이 막대한 이득을 얻은 선진국들이 기후 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한 것이다.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기념 사진 찍는 각국 정상들 ⓒ출처 UNclimatechange

그린워싱

COP27은 올해 초부터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부패한 이집트 독재 정권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민주적 권리를 위해 싸우는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구속해 왔다. 이집트 정부는 사실상 회의장 밖 기후 집회를 금지했고, 시위할 수 있는 공간도 엄격하게 제한해 일부에게만 허용했다.

COP에서 기업들의 그린워싱은 악명이 자자하다. 이번 회의에도 셸, 셰브론, BP 등 화석연료 기업 로비스트들이 636명이나 참가했다. 이는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과 비교했을 때(503명) 25퍼센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번 총회에 참여한 한국 환경부 장관 한화진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 목표를 대폭 낮춘 자신의 공약에서도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윤석열 정부는 2018년 기준 68.7퍼센트인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2027년까지 40퍼센트대로 낮추겠다던 국정과제를 취임 6개월 만에 사실상 폐기했다. 최근 산업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화석연료 감축 목표조차 명시하기를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는 화력발전과 위험천만한 핵발전은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축소하려 한다.

예견된 실패

COP27의 실패는 이미 예견됐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이제 더 많은 지배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자본가들과 그들이 기반을 둔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본질 때문이다.

지배자들은 기후변화를 막고 싶어도 이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윤 경쟁에서 패배하면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이는 그 기업과 연계된 국가의 위상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배자들에게 이윤이냐 환경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기후 위기가 이윤에 타격을 입힐까 걱정할 때조차 이윤 창출의 논리 속에서 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같은 조삼모사식 조처나 아직 개발도 안 된 신기술에 매달리는 이유다.

200년 넘게 자본주의에 뿌리를 내린 거대하고 막강한 화석 연료 기업들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국가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 그리고 이를 유지해 줄 체제를 지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뤄진 26차례의 기후 회의에서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강제력 있는 합의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종 결정문에는 COP26에서 합의된 “석탄 발전 단계적 감축,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퇴출”이 확인차 언급됐을 뿐이었다.

인도를 비롯해 일부 대표단들은 석탄 외에도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요구했지만 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권력자들이 회의장에서 기후 위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동안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로 살 곳을 잃거나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 위기를 멈출 희망은 권력자들의 회의장 안이 아니라 그 바깥의 대중투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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