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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COP26의 실패와 자본주의적 해결책의 한계

제26차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결과는 기후 변화에 맞선 투쟁이 계속돼야 함을 보여 줬다.

COP26에 참가한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 변화 대응에 관해 뭔가 진전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려 했다. 그러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비판한 것처럼 그들의 결정은 “떠벌떠벌 헛소리”라는 말로 요약된다. 즉,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COP26은 산업화 이전을 기준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 가능하면 1.5도 이내로 유지한다는 파리 기후협정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과학자들이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면 지켜야 할 상한으로 제시한 수치다.

목표

그러나 각국 정부의 기후 대책을 감시하는 ‘기후 대책 추적’(CAT)은 현재 정부들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더라도 2030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2.4도 오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각국 정부가 실제로 약속을 지키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지금껏 많은 정부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왔다. 그래서 현재의 추세가 고스란히 유지될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은 2.7도 오를 것이다.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다. 이로 인해 심각한 홍수와 산불, 폭염 등의 숱한 기상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대응이 시급한 것이다.

기후 위기에 가장 책임이 적은 빈국들이 가장 먼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작은 섬나라들은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마셜제도공화국의 수도 마주로는 도시의 96퍼센트가 만성적인 홍수 위협에 시달린다. 올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기후 변화가 촉발한 가뭄으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심각한 기아에 직면했다. 이 같은 가뭄이 케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의 목소리는 COP 합의에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백신 부족으로 말미암아 빈국 사람들은 회의 참가 자체가 어려웠다. COP26을 기해 영국을 방문하는 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했던 ‘COP 연대’에 따르면, 빈국의 여러 과학자들과 활동가들이 백신 부족과 영국 당국의 비협조 등으로 회의 참가를 포기했다. 한편, 회의장에 들어간 빈국 대표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강대국들끼리 마련한 합의안을 마지못해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화석연료 기업들은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대표단을 보냈다. 아마존 회장이자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우주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나, 핵발전 기술 개발을 지지하는 빌 게이츠 같은 대자본가들도 회의에 참석했다. COP는 철저히 부국과 기업주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사실, 선진국들은 12년 전 코펜하겐 COP에서 빈국들에게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선진국들 자신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2018년에 780억 달러, 2019년에 800억 달러를 지원한 것이 최대치였다.

약속

이조차도 상당히 부풀린 것이다. 국제 구호 단체 옥스팜의 조사를 보면, 선진국 정부들의 ‘지원금’ 대부분(2018년의 경우 74퍼센트)은 갚아야 하는 차관이었다. 이 중에서 시세보다 낮은 금리로 빌려 준 돈을 따져보면 2017~2018년에 225억 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옥스팜은 추산한다.

그러니 COP26에서 선진국들이 빈국들에게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한들 기후 활동가들이 믿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빈국들에 대한 지원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받는 지원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이번 COP26에서는 3억 5600만 달러 어치의 기후 적응 기금이 약속됐지만,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인정했듯이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 기업들은 1분에 1100만 달러 꼴로 지원금을 받는다. 35분만 지나면 기후 적응 기금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편, COP26은 시장과 기술적 해법을 강조했다. ‘탄소 넷제로’나 탄소 상쇄 같은 개념이 중심에 놓였고, 탄소 포집처럼 입증되지 않은 비싼 기술이 초점이 됐다. 이 모든 것들은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회피하려는 거짓된 해결책들이다.

연이어 실패한 COP, COP27도 벌써 헛되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COP26의 실패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멸종반란’ 활동가들 ⓒ출처 Mark Richards/ XR

사실 COP26의 실패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COP는 이미 사반세기 동안 실패한 역사가 있다.

이것은 COP가 기후 위기를 낳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일부 지배자들은 여전히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려는 모든 노력에 어깃장을 놓으려 한다.

더 많은 지배자들은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구조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최대한 자본주의의 기존 작동 방식을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예컨대, 인센티브를 도입해 시장을 교정하거나, 탄소 배출권 거래제처럼 인위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내는 등 시장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지구 공학이나 탄소 포집 같은 입증되지 않은 기술적 해결책에 매달리는 것도 신기술에 따른 새로운 사업 기회와 시장 창출로 기후 위기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윤을 여전히 지상 목표로 놓고, 기후 위기 해결조차 목표가 아니라 수단으로 보는 이런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낳거나 기존의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예컨대 모로코에는 남유럽으로 전력을 수출하는 태양열 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 따른 ‘청정개발체제’의 일부로 인정받았고, 모로코 정부는 이 사업을 자신의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원래 그곳에서 목축을 하던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게다가 모로코는 2040년에 심각한 물 부족이 예상되는데도, 농업 용수와 식수로 사용돼야 할 물이 태양열 발전기를 식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

지배자들이 추진하는 ‘녹색 전환’은 전환의 비용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길 공산이 크다. 빈국에 사는 사람일수록, 여성이거나 유색 인종이거나 그 밖의 여러 차별받는 집단에 속한 사람일수록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경쟁

한편, 지배자들은 경쟁 논리 때문에 화석연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일례로, 동지중해의 천연가스를 둘러싼 터키-그리스의 갈등은 국제적 수준의 경쟁이 화석연료에 대한 집착, 부정의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 준다.

올해 터키에서는 역대 최악의 산불이 일어나고 홍수로 81명이 사망했지만, 터키 정부는 2053년이 돼서야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면서 2030년까지는 오히려 탄소 배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한다. 석탄 발전소를 늘리고, 지중해와 흑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탐사·개발하려 한다. 터키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때문에 주변 지역에서 나름의 영향권을 구축하려는 야심이 방해받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터키는, 마찬가지로 동지중해에서 이스라엘 등과 천연가스를 개발하려고 하는 그리스와 충돌하고 있다. 이는 군사적 긴장을 낳고 주변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국내에서는 ‘녹색 전환’을 이유로 국영 전력 회사의 시설을 폐쇄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자나 불안정한 일자리 신세로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무기를 사들이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다.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무기 구입에 쓰인 예산은 보건 예산의 세 배나 됐다.

그리스 사상 최악의 산불 긴축과 소방 예산 삭감, 기후 변화가 낳은 재앙 ⓒ출처 Felton Davis(플리커)

지배자들은 ‘녹색 전환’을 약속한다 해도 경쟁에 필요하기만 하다면 언제든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려 할 수 있다. 미국의 바이든은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조했지만, COP26을 앞두고 열린 G20에서는 석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석유를 증산하라고 산유국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체제의 지배자들은 기후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위기의 대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미 200년 넘게 화석연료가 뿌리를 내려 온 체제다.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고쳐 쓰는 식으로는 위기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이룰 수 없다. “기후 변화가 아닌 체제 변화”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체제를 쟁취하자는 뜻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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