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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과학기구 협동 보고서:
기후 위기가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유엔 산하의 세계기상기구(WMO),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등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국제기구 6곳이 9월 13일 공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고 지적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팬데믹 전보다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등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기면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복원될 수 없는 임계점을 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수천만~수억 명이 기후 재난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고, 수억~수십억 명이 난민이 될 것이다. 기아와 질병, 경제 위기와 또 다른 팬데믹, 전쟁 등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NASA 랜드샛 위성이 촬영한 홍수 전과 후의 비교 ⓒ출처 NASA

그런데 공동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영국 기상청이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앞으로 5년 안에 1.5도를 넘길 가능성이 48퍼센트나 된다고 예측했다.

유엔 산하 기구들의 연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1.5도를 넘기는 시기가 더 일찍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해 온 것을 고려하면 이 예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IPCC는 2018년에는 그 시기를 2030~2052년 사이로 예측했지만, 2021년에는 2021~2040년으로 10년이나 앞당긴 바 있다.

보고서는 2022~2026년 사이에 가장 더운 해의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93퍼센트라고 발표했다. 남극의 얼음은 역사상 가장 적거나 둘째로 적은 수준으로 녹아 없어졌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후의 임계점을 보여 주는 주요 현상들을 관찰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유명한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AMOC)다. 이 거대한 해류는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을 순환하며 열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구실을 하는데, 기후 변화로 이 해류의 흐름이 정체되면 기후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심지어 빙하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이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2004년에 개봉된 〈투모로우〉인데, 사실 이 얘기는 2000년대 초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이 해류가 지난 1000년 사이에 가장 느려졌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 다른 임계점들 예컨대, 극지 빙하의 용해와 대규모 기후 패턴의 변화, 아마존 열대 우림의 건조화, 몬순(장마, 우기) 같은 주요 기상 시스템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고온 고습으로 인한 복합적인 영향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며, 기술적 지원 없이는 더는 야외 노동이 불가능한 생리학적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주요국 정부들이 스스로 약속한 바를 모두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2015년 파리협약의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전보다 2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협약이다.

“2021년 11월 4일 현재 각국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이전에 비해 진전했지만, 전 세계 배출량 감축 효과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충족하기에 불충분하다. … 온난화를 2도로 제한하려면 감축 목표는 지금보다 4배 높아져야 한다. 1.5도로 제한하려면 7배 더 높아져야 한다.”

보고서는 지금대로라면 이번 세기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2.8도나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탄소중립’ 공약을 모두 달성하더라도 세계 평균 기온이 2.1도 안팎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기후 재난이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빈곤층에게 미칠 파괴적인 영향을 강조했다. 최근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을 물에 잠기게 만든 홍수처럼, 파괴적인 영향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보고서 발표 후 “이토록 거대한 재난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류가 화석 연료에 중독된 대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석연료 중독”이 인류 전체를 “미지의 파괴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의 충격적인 경고는 분명히 정치인들과 기업주들을 향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해 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다.

기후 위기를 멈추려면 인내심을 갖고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들을 성장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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