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양대 노총 전국노동자대회:
11만 명이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을 촉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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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민주노총(주최 측 추산 5만 명)과 한국노총(주최 측 추산 6만 명)이 서울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각각 열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양대 노총 소속 노동자 11만 명이 모였다.
전국노동자대회 이틀 전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조·3조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더 넓게 인정하고, 사용자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공격으로부터 노동자(노조)들의 고통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노란봉투법 통과 전부터 결사 반대를 외치던 정부·여당과 사용자들, 친기업 언론들은 법이 통과되자 수용할 수 없다며 방방 뛰고 있다.
오늘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 검토를 강력 규탄하며 즉각 법안을 공포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노동, 민생, 민주, 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3년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통일로에서 열렸다. 서대문역에서 독립문공원까지 대로를 가득 채운 노동자들은 윤석열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시도와 노동 개악을 성토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사용자들의 손해배상 탄압으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노조 활동할 권리도 부정당하는 현실을 폭로하며, 윤석열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는 건강보험공단 소속기관으로의 전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11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와 10월 30일부터 공공 어린이집 민간 전환 반대 파업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노동자들, 11월 9일~10일 인력 감축 반대 경고 파업을 진행한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원들도 참가했다. 이들은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이틀 전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믿고, 방송통신위원장인 이동관 탄핵소추안 표결을 막으려 노란봉투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포기하는 꼼수를 부렸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KBS 낙하산 사장 임명, YTN 민영화 등 이동관의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하며 이동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전희영 위원장은 교사 정원 축소 등 윤석열 정부의 개악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대회 사전 순서로 올해 윤석열 정부와 자본의 탄압에 맞서 분신한 두 열사의 유가족들의 발언이 있었다.
먼저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한 양회동 열사의 형인 양회선 씨는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달라는 양회동 열사의 유언을 상기시켰다.
“우리한테 의무는 철저히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도 부정하고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는 이 나라, 제대로 가고 있는 나라는 맞는 것입니까? ... 야당 대표님들께 부탁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윤석열 정권 무너뜨려 달라고 했던 동생의 피울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한 달여 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다 분신 사망한 택시 노동자 방영환 열사의 딸 방희원 씨는 해성운수의 악랄한 탄압을 낱낱이 폭로하며 눈물로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고자 아버지가 생전에 하던 투쟁을 이어받아 싸운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 [그러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회사는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사과는커녕 그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으며 끝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두 열사 유가족들의 발언에 함께 애통해 하며 커다란 박수로 화답했다.
오늘 대회엔 좌파적 노동·정치 단체들이 간행물을 판매하거나 유인물을 나눠줬다. 여러 단체들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하고 이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가자시티 시가전 돌입 초읽기: 이스라엘군이 패퇴하기를 바라자”를 헤드라인으로 한 본지 이번 호 종이 신문도 참가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많이 받았다.
수만 명이 모인 이날 집회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기조와 노동 탄압, 생계비 공격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보여 줬다. 그러나 윤석열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둘로 나눠져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서울노동청을 향해 행진을 벌였다.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윤석열 정권 심판과 노동 탄압 저지를 내건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렸다. 수만 명이 모여 정권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올해만 전국 동원 집회가 네 번째다.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사회적 대화를 중시해 온 한국노총조차 대규모 대정부 집회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집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사용자 편들기가 사용자들의 태세를 더 강경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사전 대회에 이철빈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초대해 서민의 목소리도 반영했다. 이철빈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전세 사기 무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측의 임금체불에 맞서 싸우고 있는 강용석 위니아전자노조 위원장도 발언해 연대를 호소했다.
오늘 집회에서 한국노총은 이틀 전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법안 공포를 윤석열에게 촉구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금속노련의 김만재 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 법안 수용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다 감옥에 갇혔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김 처장을 가두었던 근본적인 문제인 노조법 2·3조 개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하며 대통령이 결코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합니다.”
뤽 트리앙글레 국제노총 사무총장도 화상으로 전한 연대사에서 윤석열 정부에게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과 배제 기조를 규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결국 장시간 착취 노동으로의 회귀, 자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에 대한 권력의 통제와 간섭. 노조 고립을 통한 노동운동 공격밖에 없었습니다.”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가 한국노총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과 총선 심판 투쟁을 더 강력하게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집회에는 금속노련, 공공노련, 전력연맹 등이 대거 참가했다. 금속노련은 한국노총 산하 연맹 중 유일하게 윤석열 퇴진 기조를 채택하고, 노조법 개정을 강하게 촉구해 왔다. 오늘 금속노련은 “윤석열 퇴진” 풍선을 대량 제작해 이목을 끌었다.
공공노련은 공기업 민영화와 직무성과급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전력연맹은 최근 불거진 한전 구조조정과 자회사 지분 매각 등에 반대하고 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말처럼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함께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이 정부를 압박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