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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고객센터 파업:
지지와 연대가 더 커져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고객센터 파업이 11월 7일 현재 7일째를 맞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임금 인상, 노동조건 개선,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11월 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지부 쟁의대책위원회 대표자 11명은 파업 돌입과 동시에 공단 본부 앞 농성장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파업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11월 6일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강원도 원주 공단을 방문했고, 같은 날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소속 콜센터 노동자들도 파업 연대 하루 동조 단식에 동참했다.

11월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본부 앞에서 열린 고객센터 파업 집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파업의 핵심 요구는 건보공단이 2년 전에 약속한 대로 고객센터를 하루빨리 건보공단의 소속기관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2021년에 노동자들은 건보공단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차례 전면 파업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와 건보공단은 이에 못 미치는 소속기관 전환을 결정했었다. 직고용 대신 건보공단 소속인 기관을 따로 만들어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불만이었지만,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속기관으로라도 신분이 전환되면 고용이 안정되고, 그 바탕 위에 다시 노동조건 개선 투쟁을 벌일 여지가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공단 측은 소속기관 전환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최근 노동자들을 분통 터지게 하는 전환 방식안을 내놓았다.

공단 측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 발표 시점인)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한 691명(전체 상담사의 약 40퍼센트)에 대해서 공개 경쟁 채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고용 안정을 위해 소속기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는, 도리어 노동자들을 고용 불안으로 내몰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정규직화 경쟁 상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몰라서 피해받는 일이 없도록 공공기관의 상담사라는 자부심으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담사들에게 이제 필요 없다며 공개 경쟁 채용에서 통과하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공공부문부터 [정규직화를] 시작해서 민간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목적이 아닙니까?”

공단 측은 공정성과 투명성 핑계를 댄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도 4년 10개월 이상 근무한 숙련 노동자들을 무자격자 취급하는 것이 무슨 공정이란 말인가? 이미 해당 업무를 무난하게 수행 중인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시켜 탈락시키는 것이 투명성과 무슨 관계가 있나?

공단 측이 경쟁 채용을 내세우는 진정한 의도는 소속기관 전환을 최대한 늦추고,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결국은 처우 개선 요구도 억누르려는 것이다.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경쟁 채용을 반대하며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 쟁취”를 요구하는 것은 옳다. 건강보험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숙련 노동자의 안정적 고용 유지는 필요하다.

한편, 공단 측은 11월 1일 노조의 파업 돌입을 앞두고 대화를 하자고 하더니 10월 30일 저녁 원주 공단 본사 입구에 차벽과 방호벽을 세우며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파업 돌입 후에는 조합원 400여 명을 집시법 위반,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원주경찰서에 고소했다.

반노동 표방하는 중앙정부를 믿고 공단 사측이 노사 합의마저 부정하는 것이 공정과 투명인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보수 퇴행성

한편, 같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건강보험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비정규직인 고객센터 노동자 파업에 대해 발표한 입장문은 파업에 대한 못마땅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명시적으로 파업과 요구를 반대한다고 하진 않았지만, 마치 고객센터 파업이 정규직에게 피해를 주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 간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인 양 말하고 있다.

[고객센터지부는] 불필요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간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자제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

“공단 사측은 우리[정규직] 조합원들의 업무량 가중 해소와 민원 업무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

2021년 파업 때도 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하기는커녕 파업 파괴자 노릇을 하더니, 이번에 또 비슷한 입장을 낸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정규직-비정규직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으로 경영진들만 이롭게 하는 일이다.

특히, 파업 자체가 정규직과의 갈등 요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금 공단 측이 공단 본부 앞 파업 집회와 농성을 고소하는 등 탄압을 하는 때에 완전히 부적절한 입장이다.

사실 공단 측이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이런 입장을 익히 알기 때문에 더더욱 오만하게 버티는 것이다.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이 건강보험 정규직 노조 집행부의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전혀 이롭지 않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조건은 정규직 노동자의 조건 개선에도 하향 압력이 되기 쉽다.

공공부문에서 사용자들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모두의 조건을 공격해 왔다. 예컨대, 외주화가 확대되며 비정규직이 열악한 처지로 내몰릴 때,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임금피크제나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가 계속돼 왔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나 몰라라 외면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압박 등 임금을 억누르려 한다.

공동의 적에 맞서 힘을 합친다면 사측과 정부의 공격을 막고 조건을 개선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11월 8일 원주에서, 공공운수노조는 11월 11일 서울에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