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에서 시온주의 정착자들과 이스라엘 군대가 함께 자행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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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마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소피 스콰이어는 자치정부가 명목상 통치하는 지역인 서안지구를 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에 부역해 오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수치로 여겨지고 있다고 폭로한다.
어느 토요일 아침 압드 알-자와드 칼릴과 그의 아들 니자르는 서안지구 북쪽 아스-사위야 마을 근처에 있는, 가족이 운영하는 올리브 과수원에서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땔감을 모아오기로 했다. 일을 하다가 이들 부자는 언덕 꼭대기에서 자신들에게 오고 있는 20명의 무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이 무기와 쇠막대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스라엘 정착자들이었다.
정착자들은 이들 부자에게 욕을 퍼붓고 돌을 던지며 다가왔다. 고령인 압드 알-자와드는 뛰어서 도망갈 수 없었다. 아들 니자르가 대신 돌멩이를 맞으려고 아버지 앞을 가로막고 섰다. 안타깝게도 돌 하나가 아버지 압드 알-자와드에게 명중했고 그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렸다.
이런 공격은 서안지구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자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폭력·살인·위협 행위는 모두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일부다. 이런 행동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땅을 차지하고 그 땅에 사는 아랍인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정착자들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지역에 거주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이스라엘 시민들이다. 주류 언론은 흔히 이들을 종교적 광신도들로 이뤄진 비주류 집단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정착자들이 벌이는 서안지구 침략과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잔혹 행위를 후원하고 지원하는 것은 바로 이스라엘 국가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의해 운영되지만, 이 정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협조한다.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는 폭력과 토지 강탈을 의미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두 국가 방안이라는 거짓된 환상의 현실이다.
서안지구에서 토지를 빼앗는 것은 50년 넘게 시온주의 프로젝트가 내세운 정치 목표다. 이스라엘인들은 1967년 ‘6일 전쟁’ 직후 정착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하에 놓였다.
2005년까지는 가자지구에도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었는데,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 이곳에서 정착촌을 철수시켰다. 이스라엘 군대의 가자지구 철수는 그곳의 정착자들이 서안지구에 정착하도록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각종 유엔 결의안은 1967년 이후 군사 점령과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임을 거듭 명시했다.
아니나다를까 미국의 후원을 받는 이스라엘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텔아비브나 예루살렘에 사는 이스라엘인과 비교해 정착촌에 사는 이스라엘인에게는 한 명당 약 두 배나 되는 예산을 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비영리 자선 단체들도 정착자들을 후원한다.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자선 단체들은 이스라엘 정착자 조직에 2억 2000만 달러를 보냈고, 많은 경우 면세를 받았다. 유엔은 이스라엘 정착민 수가 2012년 52만 명에서 2022년 7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정착자들은 이제 이스라엘 국가의 일부다
이스라엘 지배자들은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정착자들이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위협하고, 쫓아내도록 더한층 부추겼다. 그러나 서안지구 활동가 하메드는 이스라엘 국가가 단순히 정착자들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소셜리스트 워커〉에 전했다. 하메드는 정착자들이 갈수록 이스라엘 국가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 서안지구에 주둔하던 많은 병력이 가자지구에 배치되면서 이스라엘 군대는 정착자들 사이에서 병력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경찰과 군대가 정착자들로 충원되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누구도 정착자들의 지배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국제 기구에서 일합니다. 전에는 헤브론 언덕에 일주일에 3번씩 차를 타고 올라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3번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무 권리도 누리지 못합니다”
1995년 제2차 오슬로 협정에 따라 서안지구는 A, B, C 구역으로 분할됐다. A구역은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팔레스타인 도시 라말라, 베들레헴, 나블루스, 제닌, 툴카름이 이 구역 안에 있다.
B구역은 서안지구의 약 22퍼센트를 차지한다. A구역과 B구역 모두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서류상 통치권을 얼마간 갖는다. 그러나 이 두 구역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여전히 그들은 이동하려면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고 이스라엘 국가와 정착자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서안지구 영토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C구역에서는 이스라엘이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C구역에는 대략 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끊임없이 쫓아내려는 40만 명의 정착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에후드 크리니스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작은 단체 ‘빌리지그룹’의 회원이다. 이 단체는 살림과 데이르 엘 하타브라는 두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도와주고 지원한다. 그 마을들의 일부는 C구역에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어떤 권리도 누리지 못합니다. 이들은 점령하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C구역에서는 ‘조용한 퇴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착자들과 군대는 이 지역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극도로 힘들게 만들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A구역이나 B구역으로 떠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에후드는 C구역에 사는 아랍인을 모두 내쫓으려는 이스라엘 국가의 잔인한 계획을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가는 계획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차근차근 조직적인 방식으로 쫓아내려 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시켜 그들이 밭을 갈 수 없게 만들고, 그들이 기르는 가축이 풀을 뜯지 못하게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들은 10월 7일 이전에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훨씬 더 절박합니다. 우리와 연락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정착자들이 길을 막고 있어 자신이 사는 공동체 바깥으로 거의 나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군대가 이들의 집에 쳐들어와 돈을 훔치고 연장을 망가뜨리고 모든 것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그저 소수의 극단적 정착자들의 소행으로 치부하려 한다고 에후드는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일부 ‘폭력적’ 정착자들에게는 비자 발급을 금지하겠다고 말하며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 줬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모든 정착촌 건설의 배후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가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정착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합니다. 그런데도 국제 사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정착자 정당들이 지금 이스라엘 정치의 중심에 있다
자신의 목표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정착자 운동은 지난 몇 년 사이 이스라엘 정부 안에서 급속히 세력을 키웠다. 이스라엘의 새로운 연립정부는 여러 우익 정당과 극우 정당으로 이뤄졌고 이들 중 다수는 토지 강탈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안에 존재하는 정착자 운동의 대표 인물 중 하나가 현 재무장관인 베잘렐 스모트리치다. 그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점령지] 골란고원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하스핀에서 태어났다. 2017년 스모트리치는 이스라엘 국가가 “정착촌을 통한 승리”를 추진해야 한다며 그 방안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지난해 2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스모트리치에게 서안지구에 있는 모든 시온주의 정착촌을 감독하는 책임을 맡겼다. 그러나 정착촌에 대한 지원이 느는 것은 몇몇 인사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스라엘 연립 정부는 정착자 지지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정당들의 지지로 유지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3월 예산 중 6800만 달러를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에 주며 서안지구의 네게브와 갈릴리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하도록 했다.
시온주의 국가는 정착촌 건설과 관련해 다른 서방 강대국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국은 때때로 미온적인 반대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베단트 파텔은 일부 특정한 이스라엘 법률이 백악관이 보기에 “매우 거슬린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서안지구 북부에서 불법 정착촌 건설을 재개할 수 있게 한 법률을 두고 한 말이었다. 때때로 이스라엘 국가는 자신이 정착자 운동 지원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숨기려 했다. 에후드는 이스라엘이 정착촌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지난 몇 년 사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이스라엘 정부는 모든 정착촌을 승인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이스라엘 국가가 일부 정착촌은 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정착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세 번째 흐름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정착촌을 목장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정착촌은 그저 목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애초에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에후드는 정착자 운동이 20~30년 전에는 주변적이었지만, 이제 더는 주변부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정착자들은 정치적으로 매우 강력합니다. 저는 이들이 이스라엘 사회 일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정착자가 동일한 견해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이 더 극단적이고 과격해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항은 계속된다
끔찍한 점령 아래 살아가면서도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언제나 저항했다. 하메드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이들에게 10월 7일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곳 서안지구에서는 저항 세력에 대한 지지가 높습니다. 그런 지지가 언제나 하마스라는 특정 단체에 대한 지지는 아니지만 반격에 나서는 모든 이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배신자로 여깁니다. 하마스가 무너지면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다스리려고 대기 중이라고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죠.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인의 유일하고 적법한 대표 세력을 자처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서안지구에 사는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저항 세력과 함께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국가의 거세지는 탄압에도 아랑곳 않고 서안지구 도시들에서 가자의 저항 세력에 연대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들이 벌어졌다. 하메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국가가 사용한 방법은 그 어느 것도 통하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1996년 네타냐후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는 자유시장 정책을 추진하고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노동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안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자기 집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멋진 차를 가질 수 있지만, 단 한 순간도 고향으로 귀환할 권리를 누리거나 해방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서안지구의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런 삶이 더 나은 것이라 믿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네타냐후는 우리를 매수하거나 자결권 투쟁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