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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팔레스타인 여성 시마 인터뷰: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억압과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강인한 존재입니다”

다섯 달째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지속되면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은 혹심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매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을 이어오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하는 집회·행진을 개최한다. 이 운동에는 재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인 시마(사진)를 만났다.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시마이고요. 이화여대에서 아시아 여성학 연구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안지구의 라말라라는 도시에서 태어났고 잠시 다른 지역에서 살 때도 있었지만 주로 라말라에서 23년을 살았어요.

다섯 달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극심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요. 현재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의 상황을 얘기해 주세요.

지금 이스라엘의 학살이 벌어지는 상황은 단지 페미니즘이나 여성의 이슈만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엄청난 고통을 받는 인도주의적인 문제죠.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특별한 면이 있어요.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성들이 생리대 같이 필수적인 여성 용품을 전혀 구할 수 없어요. 천 쪼가리 등 손에 잡히는 아무거나 쓰고 있어요. 출산 과정에서 필요한 의료적 지원이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또한 여성들은 자신이 돌보는 사람으로서 실패하고 있다고 느껴요. 아이들한테 줄 음식이 없고, 출산 후 모유 수유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감정적으로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요. 중동 지역에서는 주로 여성들이 돌봄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좌절감이 더욱 커요.

가자지구에서 학살이 시작된 이후 포로로 잡혀간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증언도 있어요. 이스라엘군의 저격수들이 갑자기 길거리에 있는 여성을 쏴서 그 자리에서 피 흘리며 죽는 영상을 봤어요. 이런 상황은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인도주의적 비극이지만 그 안에서 여성들이 겪는 특별한 고통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서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한 시마 ⓒ이미진

이번 가자 학살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점령 속에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아 왔나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하기 전부터 상황이 안 좋았어요. 서안지구는 곳곳에 이스라엘군 초소가 있고 군인들이 다녀요.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총으로 가격하는 일은 다반사예요. 히잡만 쓰고 있으면 히잡을 당기고 괴롭혀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어요.

이번 가자 학살 이전에 이미 감옥에 포로로 갇혀 있는 여성 수감자들이 있었어요. 이스라엘 군인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잡아가요. 그런데 아무 근거도 없이 감옥에 가둬요. 증거도 없고요. 단지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는 혐의만으로도 잡아가요. 수감된 여성들은 생리대도 지급받지 못하고 임산부들도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해요. 알몸 수색을 기본으로 하고 강간도 벌어져요.

얼마 전에 포로 교환이 있었잖아요? 이때 풀려난 한 팔레스타인인 여성이 있었는데요. 이 여성도 몇 년 전에 감옥에 끌려갔는데 단지 뭔가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는 혐의였어요. 아이도 있는 평범한 여성이 무슨 범죄를 저지르겠어요? 이 여성은 차 사고로 체포 당시 심각한 화상을 입었는데 감옥에서 8년 동안 치료도 못 받은 채 방치됐어요. 그러다가 이번 포로 교환으로 다행히 풀려 나와 요르단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요.

지난 학기에 제가 한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고 싶어요. 이스라엘의 정책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은 차등적으로 시민권이 나와요.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인 여성이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인 남성과 결혼하면, 통행권이 제한돼 여성은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며 살아야 하죠. 이혼하게 되면 아이들도 못 만나고 그 지역에서 쫓겨나게 돼요. 이스라엘의 정책이 팔레스타인 가족을 망가뜨리고,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일상을 영위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한다는 것이 제 연구의 요지예요. 물론 아무리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졌더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열등한 대우를 받아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서는 인종차별주의가 항상 그 중심을 관통하고 있어요.

저는 4년 동안 칼란디아라는 난민 캠프에 살았어요. 그 바로 옆에 예루살렘으로 가는 검문소가 있어서 교통이 엄청 복잡하고 붐비고 공기 오염도 심한 곳이에요. 사람들이 항상 불을 피우고 있고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어요. 그리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매일같이 최루탄과 총을 쏴 대요. 한밤 중에도 창문을 다 내리고 양파를 코에다 대고 살아야 해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비르제이트 대학을 나왔는데요, 아주 좋은 명문 대학이에요. 여기에서도 이스라엘 군인들이 총을 쏘면서 학생들을 잡아가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교차성’ 개념을 아시나요?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은 다른 모든 여성처럼 가부장제하에서도 차별받지만, 이스라엘 점령이나 백인 우월주의 등 여러 다른 방향에서 오는 억압을 받아요.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 지도자들은 자신이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의 수호자인 양 행세하며 이스라엘의 추악한 점령과 학살을 가리려고도 하는데요.

이런 일은 오래됐고 놀랍지도 않아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학살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수법이죠.

비단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서방 지도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우월한 존재이고 인류의 모범이 되는 양, 인권에 대해 민감하고 고귀한 정신을 가진 양, 그리고 남들은 자신보다 더 열등한 양 행세해 왔어요.

여기에는 이슬람 혐오와 인종차별주의가 있어요. 저들은 마치 이슬람 국가들은 테러를 저지르고, 인권이 없고, 여성의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하죠.

서방 지도자들은 다른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의 문화나 사상 등을 주입시키고 싶어 해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 전통, 사상을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죠.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예를 들 수 있겠어요. 탈레반이 좋은 세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구해 주겠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돼요. 미국이 진짜 관심이 있는 건 여성의 권리가 아니에요. 사실 가부장제라는 말 자체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나왔잖아요?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여성의 히잡을 무조건 벗기려고 해요. 이것은 무슬림 여성들의 기본적인 선택권과 인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거예요.

저도 원래 히잡을 썼었고 히잡을 쓰지 않는 문제로 가족들과 갈등을 겪었어요. 그런데 이런 문제 하나를 두고 이슬람 종교 자체가 문제라거나 모든 무슬림 여성이 억압받고 강제로 히잡을 쓰고 있다고 얘기하면 안 돼요. 우리 어머니는 히잡을 쓰고 싶어 해요. 저는 쓰고 싶지 않고요. 이것은 어머니와 저의 선택이고, 그것은 존중받아야 해요.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억압받는다면, 그건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싸우고 투쟁해서 바꿔 나가야죠. 그건 다른 누군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녜요.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에 맞서 끈질기게 저항해 왔다 ⓒ출처 Activestills

팔레스타인인들은 고통의 피해자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 점령과 학살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해 왔는데요.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의 저항에 대해 알려 주세요.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은 여러 시위와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여러 일을 조직하거나 봉사하는 일을 해 왔어요. 인티파다가 일어나던 때에는 직접 나가서 남성들과 함께 돌을 던지고 싸우고 전쟁에도 참가했어요.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여성들은 많은 재능을 발휘했어요. 글, 영화, 그림 등에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저항을 예술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볼 수 있죠.

최근에 한 팔레스타인 여성 언론인이 죽었는데, 그녀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전하려다가 죽임을 당했어요. 한 여성 의사는 병원 앞에서 총에 맞고 쓰려져 있는 환자를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서기도 했죠.

지금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저항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우리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은 억압과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강인한 존재예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이후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부상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매주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고, 여기에 당신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과 내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이 운동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 개인으로서 말하자면 지금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요. 어떤 점에서 저는 특권을 누린다고도 느껴요. 지금 팔레스타인에서의 고통을 직접 겪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일부는 언제나 팔레스타인에 있어요. 팔레스타인은 나의 고향이고 나의 나라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오는 복잡하고 미묘한 심정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제가 거기에 일부가 됐다는 것이 정말 많은 위로와 위안이 됐어요.

저는 이 문제가 단순히 팔레스타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고 인도주의적 문제예요. 그래서 만약 다른 나라에서 이런 학살이 있었더라도 저는 제일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고 주의를 환기하고 행동에 나섰을 거예요. 어떤 나라 사람들이든 간에 인간이 이런 학살을 당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요. 이것은 부정의예요.

지금 다섯 달 동안 학살이 멈추지 않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 바로 저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들과 합쳐서 학살을 멈추라고 하는 행동에 참여하는 거예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세계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감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함께 행동함으로써 평화, 정의, 평등이 중시되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요.

지금은 이게 어렵고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한 명 한 명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지금으로서는 모두 전진이고 진보예요. 〈노동자 연대〉 독자 여러분이 주신 모든 지지와 연대에 깊이 감사해요.

3월 8일(금) 세계 여성의 날,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을 지지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행진에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