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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인 서울대 교수, 팔레스타인 연대 포스터 훼손:
치졸한 행동에 학생들이 일침을 놓다

지난 2월 12일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이 붙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포스터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그것이 이스라엘인 서울대 음대 A 교수의 소행임이 드러났다. 그는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2월 9일 A 교수는 포스터를 붙이던 서울대 학생 이시헌 씨에게 다가와 포스터를 떼라며 공격적 태도로 폭언과 협박을 했다. 이시헌 씨는 학생이 대학에 정치적 표현물을 붙이는 것이 엄연한 권리라고 생각해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후 학교에 가 보니 포스터들이 훼손돼 있었다.

치졸함 A 교수는 캠퍼스 유동 인구가 적은 설 연휴에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포스터를 훼손하고 다녔다 ⓒ이시헌

이시헌 씨는 최근 서울대에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을 포함한 재학생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시헌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해도 [대자보나 포스터를] 떼라고 요구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15분 넘게 집요하게 협박하는 걸 보면서 시온주의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스라엘인 교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놀랐습니다.

“스프레이가 뿌려진 포스터를 보고 서울대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학생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훼손된 포스터를 보면 얼마나 울화가 치밀까 싶었습니다.

“누가 그랬는지 꼭 찾아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A 교수는 포스터 훼손을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혐의 여부가 전혀 쟁점이 아닌데도 서울대 당국은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얘기할 뿐, 어떠한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도 시온주의자나 극우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을 공격하거나, 대학 당국이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한 학생들을 징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 교수도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를 ‘입틀막’하려던 것입니다.

“A 교수의 비열한 행동을 널리 알려서, 그가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짓을 했고 강단에 설 자격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자 합니다.

“A 교수의 행동은 시온주의자들의 고립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더 확대돼서 시온주의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길 기대합니다.”

동아리 ‘수박’에서 함께 활동하는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주마나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니 깜짝 놀랐고, 이런 사람이 우리 학교에 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에서도 교수 같은 사회 ‘고위층’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학생들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 교수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학생에게 한 언행은 굉장히 비하적인데, 이는 점령된 팔레스타인에서 일상적으로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하는 방식의 한 면을 보여 줍니다.

“이스라엘인은 자신들의 권력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공공장소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을 모욕하고 명령하고 내려다봅니다. 그런 일은 정말이지 참기 어렵습니다.”

주마나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져 아쉽지만, 더 많은 학생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매우 긴 억압·식민 점령·인종 청소의 역사도 있지만, 그 속에는 끊이지 않는 저항과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도 있습니다. 이건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들을 만나고,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그 정당한 대의에 지지를 보내 주십시오.”

한편, 동아리 ‘수박’은 4월 23일 A 교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이들에게 우리는 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점령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다.”

이시헌 씨가 동참을 호소했던 2·17 국제 행동의 날 대행진은 성대하고 힘차게 진행됐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