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서울역 4번 출구 앞 대로에서 ‘야당·시민사회 공동 채 상병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2만여 명의 사람들이 서울역 4번 출구부터 숭례문에 이르는 도로 한 방향을 가득 채웠고, 그 주변 인도도 인파로 붐볐다. 무대 인근은 이동이 어려울 정도였다.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도 이 집회에 참가했다. 그만큼 윤석열에 대한 불신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지지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 줬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과, 최근 이른바 ‘윤석열의 격노설’에 대해 언급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통화 녹음 파일이 확보됐다는 소식이 참가자들의 자신감을 높인 듯했다.

채 해병 사건의 진실 규명에 앞장서 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채 해병과 함께 사고를 겪었던 생존 장병들과 그 가족의 목소리를 전하며, 오는 28일 국회에서 특검법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생존 장병 한 명의 어머니께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해 봐도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 말을 들었던 [다른 생존 장병] 어머니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생존 해병들이 특검법 통과 이후 군인권센터에 보내 온 편지 글귀를 하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눈앞에서 죽은 이를 놓쳤던 그때처럼 수근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미안함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된 해병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던 우리 청년들이 더는 서로 미안해 하며 마음 아파하지 않도록 … 당론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표결하고 압도적 찬성으로 특검법을 가결시켜 주십시오.”

박정훈 대령의 변호인인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도 연단에 올라, 공수처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해병대원 특검을 반대하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공수처의] 인력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1명 조사하는 데 한 달씩 걸리는 공수처입니다. 이런 속도로 이종석, 이시원, 임종득, 신범철, 그 밖에 이름도 모르는 대통령 비선들을 언제 다 조사할 수 있습니까? 공수처는 기소권도 없어서 이거 끝나면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됩니다. 결국 7월, 8월 [혐의자들의] 통신 기록이 다 삭제될 때까지 질질 끌어 보겠다는 수작이 아니겠습니까?”

이어서 한창민 사회민주당 당선인,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석현 새로운미래 비대위원장,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연설했다.

7개 야당 대표자들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해병대원 특검법에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규탄하고,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국민의 힘으로 현장에서 그들을 항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국회에서 해병대원 특별법이 통과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아쉽게도 이에 대비한 다음 행동 계획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대통령을 수사해야 하는 만큼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증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