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또다시 거부권 행사:
채 해병 사망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으로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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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윤석열은 전날 발표한 경찰 수사 결과를 근거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법에 대한 지지와 윤석열 정부 자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커질 것이다.
사실 큰 압력 속에서 설사 특검이 출범해도 살아 있는 권력이나 핵심 권력기관들을 제대로 수사해 특검을 통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한 사람들이 기대했던 결과를 내진 못할 것이다. 그런 전례가 없다.
김대중 정부의 옷 로비 특검, 노무현 측근 비리 특검, 이명박 내곡동 사저 특검 등은 청와대를 상대로 새로 밝혀낸 게 없었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특검, 이명박 BBK 특검, 스폰서 검사 특검 등 검찰이 수사 대상이었던 경우에도 특검은 면죄부만 줬다.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을 상대로 한 비자금 특검은 오히려 삼성에 득이 됐다는 말이 나왔다. 특별검사 조준웅의 아들이 훗날 삼성전자에 특혜 채용돼서 비난도 받았다.
이미 죽은(죽어 가는) 권력을 대상으로 벌인 특검만 그나마 성과를 거뒀다. 노무현 정부가 실시한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에 대한 특검, 박근혜가 국회 탄핵으로 직무정지 상태에서 수사가 이뤄진 박근혜 국정 농단 특검이 그런 경우였다.
사실 억압적 국가 권력 기관들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검찰·경찰 수사도 무디기 짝이 없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을 겨냥해 계엄령을 검토한 기무사나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한 수사는 수사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채 해병 특검은 대통령실, 해병대, 국방부를 상대해야 한다.
거리 운동이 중요하다
이런 과거의 교훈이 중요한 이유는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 이후 운동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확실한 위법 사항”을 찾아낼 특검 실시가 ‘윤석열 탄핵’으로 갈 수 있는 진정한 열쇠라고 본다면,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표결(의원 3분의 2 찬성)을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가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특검 추천권을 양보하겠다고 했다. 한동훈이 채 해병 특검이 필요하다고 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변화 염원 대중에게 윤석열 퇴진을 위해 거리로 나오라고 호소하는 것보다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타협이 더 중요해지는 것은 본말전도다. 더구나 이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에게 시간만 벌어 줄 뿐이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에서 거듭 봤듯이, 권력자들의 책임 규명과 처벌은 국회와 법정에서 협상과 설득보다는 진정한 정치 투쟁의 장에서 힘겨루기로 판가름이 난다. 박근혜·이명박·전두환·노태우를 처벌한 것은 커다란 대중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잠재력은 있다. 5월 말 윤석열의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규탄 집회들에는 연인원 3만 명이 모였다. 최근 국회 윤석열 탄핵 국민동의청원은 보름 만에 130만 명을 넘겼다. 비록 온라인 운동이긴 했어도 윤석열 정부에 분노하는 광범한 대중 정서를 보여 준다.
그렇더라도 국회 안 논의로 채 해병 죽음 관련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 거리 운동이 정체돼서는 안 된다.
의회 민주주의의 규칙
사실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여권을 압박하면서도 거리 운동은 자신의 주도력을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 복합 위기 시대에 민주당만이 대중의 불만을 관리할 역량이 있음을 지배계급에 입증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아래로부터 저항이 건설돼 정부와 기업들을 압박하려 하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 규칙을 준수하며 운동이 개혁 입법의 보조 수단으로 제한되면, 결국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대중 저항이 창출할 힘 자체도 제약된다.
채 해병 특검을 요구하는 운동에 야당들과 함께하고 있는 ‘거부권을 거부한다 비상행동’에는 민주노총도 참가하고 있다. 채 해병은 평범한 가정 배경이었으니만큼 노동자들은 그 죽음의 억울함에 적잖은 공감대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을 동원해 봄 직도 하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해병대원 특검법 요구 운동은 커다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윤석열은 커지는 위기 속에서 반격 기회를 노린다
윤석열 지지율은 임기 후 최저점 상태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여권 핵심부는 윤석열의 처 김건희 문제로 내분하고 있다.
여당 친윤계는 지난 총선 당시 김건희의 문자를 한동훈이 무시해서 명품백 문제에 대한 사과 기회를 놓쳤다고 비난하고 있다. 총선 참패 책임을 한동훈에게 떠넘기며 당원들을 결집해 보겠다는 것이다.
김건희와 한동훈의 폰에만 있을 문자가 공개된 것 자체가 윤석열·김건희가 이 내분의 중심에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내분은 2년 후 지방선거와 3년 후 대선을 위해선 여당이 윤석열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보는 측과 친윤계 사이의 갈등을 키울 것이다.
무엇보다 해병대원 특검에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더 커지는 것이 여권 내 갈등을 더 자극할 것이다.
그런 압박 속에서 윤석열과의 차별화 노선이 우위를 점하면, 윤석열은 임기 절반도 못 가서 레임덕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은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반격할 것이다. 최근 최대 정적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 공격, MBC·뉴스타파 등 비판 언론에 대한 공격을 이어 가고 있다. 7월 4일 농민 집회에선 구속자가 나왔다.
무엇보다 북한의 위협을 과장한 탄압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고 저항을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