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을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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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윤석열이 결국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10번째 거부권 행사다. 지난 2년여간 노조법 2·3조 개정 등 개혁 입법, 윤석열 일가의 비리 의혹을 다룰 김건희 특검 등이 윤석열의 거부권으로 거듭 좌절됐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자신에 대한 특검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채수근 해병대원 사망 사건은 윤석열의 정치적 책임을 덮으려 애먼 사병들을 동원했다가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지난해 범정부적 수해 대책이 시급할 때 윤석열은 이를 나 몰라라 하고는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적 전쟁을 지원하려고 우크라이나로 갔다. 그때 대통령실은 자신들이 수해 현장에 가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수해 지역에서 잇따라 참사가 터져 수십 명이 사망하며 문제가 커지자 자세가 돌변했다. 정부는 보여 주기 식으로 사병들을 다급하게 수해 구조와 복구에 동원했다.
젊은 사병들이 장갑차도 입수를 포기한 강한 물살 속에 맨몸으로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해병대원 사망 사건은 의무 복무를 하던 평범한 배경의 사병들이 대통령의 책임 면피를 위해 희생된 사회 계급 문제인 것이다.
애초에 윤석열은 채 해병 죽음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했다.
그런데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대통령실·국방부가 해병대·경찰에 수사 결과를 왜곡하라고 외압을 넣었다. 그 과정에서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의 면책을 위해 박정훈 대령이 속죄양이 됐다.
특검(법)에 대한 비판적 지지
채 해병 사망을 둘러싼 이 모든 과정이 수사돼야 한다. 특검법은 해병대원이 죽음에 이른 과정과 수사 외압, 경북경찰청에서의 수사 기록 회수 등을 모두 수사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실의 관여 사실뿐 아니라 ‘왜 그랬느냐’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윤석열의 정치적 책임이 걸려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입수 지시를 누가 했느냐’는 기소를 위해 필수적으로 규명해야 할 문제지만, 진실은 더 큰 시야 속에서 봐야 알 수 있다.
물론 특검이 진실을 속시원하게 밝혀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대통령실을 수사해야 하는 만큼, 특검이 대중들이 원하는 만큼 의욕적으로 나서리라 기대하긴 쉽지 않다. 의지 문제만도 아니다. 특히 권력 문제다. 박근혜·최순실 특검 때나 기무사 계엄 검토 의혹 수사 때는 수사팀이 대통령경호처나 군인들과 대치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았다. 이는 윤석열에 대한 불신 여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공수처에 대한 환상과 민주당의 역할을 기억하라
한편,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특검을 하든 말든 해야 한다며 시간을 벌려 한다.
최근 공수처가 수사 속도를 높였지만 너무 더디다. 참사가 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서야 해병대 지휘관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특히, 정권의 압박과 진실 부인 속에서 수사가 지체돼 온 것이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곧 공수처장에 임명될 오동운은 윤석열이 추천·임명하려는 자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이 대통령이 임명한 자의 지휘 아래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까?
게다가 오동운은 인사청문회에서 판사 출신으로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편법 특혜 문제로 국민의힘 의원에게조차 훈계를 들을 정도로 뒤가 구린 자다.
오동운의 딸은 오동운에게 돈을 빌려 엄마(오동운의 처) 명의의 주택을 샀다. 이 희한한 거래는 증여세보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였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 돼야 할 자가 공수처장이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공수처를 만들었지만, 출범 3년간 공수처가 제대로 된 권력형 부패 수사를 한 적이 없다. 본지가 거듭 지적했듯이, 공수처는 권력에서 자유로운 정의의 사정 기관이 아니라 ‘검찰2’일 뿐이다.
그런 공수처가 정치적 압박을 무시할 수 있을까? 지금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으니 특검을 도입하자는 쪽은 민주당 자신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반성 없이 다시 ‘검수완박’을 꺼내려고 한다.
채 해병 문제는 계급 문제다
채 해병 사망 사건은 윤석열 자신이 연루돼 있으므로, 진실과 책임 규명 가능성은 무엇보다 대중 투쟁에 의해 커질 것이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함께 5월 25일 장외 집회를 하겠다고 한다.
윤석열이 진작에 거부권 행사 의지를 표명했으니 시간 낭비 않고 거부권 행사 전부터 대중 집회를 열어 압박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아래로부터의 압박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진보당은 채 해병 사건을 부각시키며 기층에서 반윤석열 선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가시적이지 않은 것이 아쉽다.
노동운동 전체적으로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저항과 임금 인상 투쟁 등이 확대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채 해병 문제도 계급 문제다.
노동자 저항이 커지면, 정권의 압박으로 진실을 덮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