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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죽음 1년이 다 돼 가는데:
권력자들은 변명과 책임 은폐에만 열심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채 해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안에(7월 4일 종료) 본회의 처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채 해병 사망 1주기(7월 19일) 전에는 입법이 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6월 21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입법청문회를 진행하고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부하 사병이 자신들의 지휘에 따르다가 사망한 사건인데도 증인 선서조차 거부하며 책임을 뭉개고 있다 (우) 증인 선서 거부하고 자리에 앉아있는 임성근과 이종섭 (좌) 증인 선서를 거부한 임성근 처벌을 촉구하는 ‘해병대 예비역 연대’의 기자회견

이날 입법청문회는 크게 주목받았다.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종섭 전 국방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수사 외압의 핵심 계선에 있던 인물들이 증인으로 불려 나왔기 때문이다. 참사의 직접 책임자인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도 나왔다.

이들은 모두 한결같았다. 윤석열의 지시 의혹 등 핵심 쟁점을 놓고는 입을 다물고, 자신의 책임 문제는 변명했다. 윤석열의 지시를 전파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임기훈은 윤석열의 격노설을 묻는 질문에 국가 안보라 밝힐 수가 없다고 답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종섭·신범철·임성근은 증인 선서조차 거부했다.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댔는데, 증인 선서를 하고 허위 증언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게 돼있으므로 증인 선서 거부는 청문회에서 거짓말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부하 사병이 자신들의 지휘에 따르다가 사망한 사건인데, 그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고 권력자를 위해서 사병의 죽음 따위, 진실이나 책임 따위는 감추고 뭉개도 된다는 것이다. 채 해병의 죽음에 대해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 주도록 훈련되는 존재”(임성근의 말)라고 말했을 때, 채 해병 같은 평범한 시민은 그들의 국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윤석열이 핵심 수사 대상

임성근을 혐의자로 포함시킨 수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임기훈-유재은-경북경찰청 순으로 통화가 이뤄진 것이 이날 청문회를 통해 확인됐다. 그날 윤석열은 이종섭, 임기훈, 신범철과 통화했다.

수사 외압 의혹에서 윤석열이 핵심 수사 대상이라는 혐의가 또다시 확인된 것이다.

채 해병 문제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잇따라 훈련병 사망 사고들이 터지면서 여권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도전을 선언한 한동훈이 자기가 당대표가 되면 채 해병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겠는가.

윤석열 최측근 출신자의 이런 발언은 또한 여권의 자중지란을 보여 준다. 나경원, 원희룡 등 당대표 경쟁자들은 일제히 한동훈을 비판했다.

물론 한동훈이 개과천선한 것은 아니다. 그의 튀는 발언의 본질은 특검법이 이번에 통과되는 것을 지연시키려는 시간 끌기다. 또한 한동훈은 그저 윤석열과 차별화하는 이미지를 챙길 속셈이다.

여권의 난맥상은 채 해병 특검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수사 외압의 핵심 당사자로 (제대로) 지목되고 있는 데다가, 사고 발생 1년간 검찰·경찰·공수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검 수사를 하라는 것이다.

이는 한 달 전 서울 도심의 특검 촉구 대중 집회가 컸던 것에서도 확인된다. 2주 연속 수만 명이 참가했다.

채 해병 특검법은 이번 본회의에서 즉시 통과돼야 한다. 물론 윤석열의 거부권 장벽이 남아 있다.

따라서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며 국회와 민주당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더 큰, 개방된 대중 동원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