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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세계 성소수자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맞서 분출한 전례 없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안에는 급진적 성소수자들이 포함돼 있다.

미국 캠퍼스 점거 농성장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나 “탈식민주의를 지지하는 다이크[레즈비언을 일컫는 속어]” 같은 배너가 걸려 있기도 하다.

미국 성소수자 언론 〈Them〉은 점거 농성에 참가하는 성소수자 6명을 인터뷰했다. 그중 한 명인 바너드대학교의 소프 아스카나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형태의 해방은 서로 얽혀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이 자유로워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믿습니다.”

올해 4월 미국의 GLSEN(게이, 레즈비언, 이성애자 교육 네트워크) 산하 전국학생회의 고등학생 대표 4명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명하며 사임했다. 이들은 GLSEN가 이스라엘 인종 학살에 대해 입장을 내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몇 달 동안 묵살하고, 이스라엘 무기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JP모건체이스의 후원을 받고 있음을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캠페인(HRC)에 팔레스타인을 공개 지지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2024년 2월, 워싱턴) ⓒ출처 No Pride in Genocide

미국의 급진 성소수자 단체 액트업 뉴욕지부는 미국 최대 성소수자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침묵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는 업체 노스롭그루먼의 후원을 받는 것을 비판하며 시위를 벌였다.

액트업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성소수자 자긍심의 상징으로 쓰인 분홍색 정삼각형(나치 수용소의 동성애자 표식을 뒤집은 것)을 수박 무늬 정삼각형으로 바꿨다. 또한 에이즈 운동의 구호 “침묵=죽음”을 다시 내걸었다.

지난 3월 조 바이든의 아내 질 바이든이 HRC의 연례 만찬에서 기조 연설을 했을 때 질 바이든과 HRC는 항의에 맞닥뜨려야 했다. 자신을 “성소수자이자 유대인”이라고 밝힌 시위자와 동조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아이들과 퀴어 팔레스타인인이 죽고 있다,” “학살을 즉각 멈춰라” 하고 외쳤다.

2억 명이 시청하는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국가별 대항 노래경연대회)은 올해 이스라엘을 출전시켰으나 커다란 보이콧 운동에 직면했다.(그럼에도 이스라엘인 참가자 에덴 골란은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미사일에 사인을 하고 ‘이스라엘군(IDF)에 합류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성소수자 단체 60곳 이상이 유로비전 보이콧에 동참했다. 보이콧에 참가한 성소수자 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참가를 허용함으로써 [주최측] EBU는 인종 학살을 가려 줄 뿐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230만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인종 학살을 자행하면서도 진보적 이미지를 얻으려 LGBT 권리를 아전인수격으로 내세우는 것(핑크워싱)도 거들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퀴어들'(2019년, 베를린) ⓒ출처 Montecruz Foto

지난해 ‘팔레스타인 안의 퀴어들’은 전 세계 성소수자 활동가들에게 이스라엘의 전쟁과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BDS 동참과 파업, 연좌 농성 등을 호소하며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 퀴어 팔레스타인인의 해방 요구를 지지”할 것을 요청했다.

십수 일 만에 성소수자 단체 500개(일부 개인)가 서명했다.

급진적 성소수자 운동 안에는 2000년대 이래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전통이 있다.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임을 내세워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와 의미가 있다.

이스라엘이 자신의 식민 점령과 인종 학살을 가릴 목적으로 성소수자를 내세워 왔기 때문이다(핑크워싱).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의 성소수자 친화 국가’임을 내세워 왔다(그러나 네타냐후 내각엔 호모포비아가 득시글하다). 텔아비브의 자긍심 행진은 “중동·아시아 최대”임을 자랑하는데, 이스라엘 정부는 상당한 돈을 들여 이를 지원하고 홍보한다.

이런 핑크워싱은 2000년대 중반에 아예 ‘브랜드 이스라엘’이란 이름의 국가 정책으로서 추진되기도 했다.

텔아비브는 인종청소로 빼앗은 땅이고, 만약 팔레스타인인 성소수자가 장벽을 넘어 텔아비브 자긍심 행진에 참가한다면 불법 행위로 그는 곧장 체포된다.

점령과 학살이 팔레스타인 내 성소수자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킴은 두말할 나위 없다(관련 기사: 본지 506호, ‘팔레스타인, 성소수자, 제국주의’).

지난해 말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인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찍은 인증샷과 글이 올라왔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해방. 가자지구에 프라이드 깃발이 처음 내걸렸다.”

이런 역겨운 위선에 반대해 성소수자들은 이렇게 외쳐 왔다.

“우리의 이름으로 안 된다(NOT IN OUR NAME)!”

“인종 학살에 자긍심은 없다(NO PRIDE IN GENOCIDE)!”

인종 학살 공범 미국도 성소수자 권리 말할 자격 없다

오늘날 핑크워싱의 가장 주도적 행위자 중 또 하나는 미국 국가이다.

미국 제국주의자들은 성소수자 인권을 들먹이며 ‘테러와의 전쟁’ 등 중동 개입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해 왔다. 성소수자 친화적 이미지는 국내외 좌파의 지지를 얻는 데에도 유용할 수 있다.

올해 주한 미국 대사관(미국 국가의 연장이다)은 서울 퀴어퍼레이드를 후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전 세계 성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귀감이 되며 앞장서겠습니다.”

완전 위선이다.

지난해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43개 주에서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법안 550개가 발의돼 80개가 통과됐고, 성소수자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미국 성소수자의 처지는 “비상사태”다.

지금 미국은 중동에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식적인 말들을 앞세우며)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는 혹심하게 탄압하면서 말이다.

이런 때 미국 대사관이 성소수자의 친구인 양 행세하며 한국 최대 성소수자 행사에 참가하는 것에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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