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성소수자,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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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을 벌이는 이스라엘과 서방의 자유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동성애 혐오적이라고 비난한다.
이것은 중동 사람들이 유난히 성소수자 혐오적이고 후진적이라는 인종차별(이슬람혐오)적 편견의 일부이다.
이런 편견의 결론은 서구 ‘민주주의’가 ‘불쌍한’ 무슬림 성소수자를 ‘해방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미국 등 서방의 제국주의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려고 체계적으로 조장됐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구 여러 나라의 성소수자는 오늘날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는 바로 그 우익과 정부에게서 공격받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465호, 극우 부상 속에서 공격받는 세계 성소수자들)
팔레스타인 성소수자들의 저항
오늘날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나라에서 성소수자들이 엄혹한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법적으로 보자면, 서안지구에서는 1951년부터 동성 간 관계가 비범죄화됐다. 가자지구에서는 2007년부터 남성 간 성행위를 최대 10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도 성소수자 저항의 역사가 있다.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 2차 인티파다 무렵에 형성됐다. 이들은 지금도 예루살렘, 하이파, 자파와 서안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당국(PA)이 종종 성소수자를 탄압하지만 언제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2019년 팔레스타인 당국(PA)은 팔레스타인 성소수자 단체 alQaws[아랍어로 ‘활’. 여기서는 무지개를 상징한다]의 활동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PA는 성소수자들이 “외국 첩자”이고 “전통적인 팔레스타인 가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alQaws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백래시는 성소수자 팔레스타인인의 존재가 가시화된 것의 직접적 반응[이며] ...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의] 현장 활동에 대한 반응입니다.
“우리는 2001년부터 역사적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활동하며 가부장적, 자본주의적, 식민주의적 억압에 도전하는 팔레스타인 반식민주의 조직입니다.”
친이스라엘 부역 세력인 PA가 반식민주의 성소수자 조직을 희생양 삼아 “외국 첩자”라고 처벌하는 것은 가증스런 일이다.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은 팔레스타인 성소수자를 더욱 열악한 처지로 내몬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성소수자에게 식민 점령과 성소수자 차별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안의 퀴어들’(QIP)은 이렇게 말했다. “독립, 공동체, 해방에 대한 우리의 꿈은 본질적으로 자결권에 대한 우리의 열망과 결부돼 있다. 정착-식민주의로는 어떤 퀴어 해방도 이룰 수 없[다.]”
제국주의의 유산
중동·아프리카 지역 국가의 동성애 불인정은 이 지역의 “전통적 가치“이거나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동성애 혐오적”이어서가 아니다.
이 지역 국가들에서 동성애를 처벌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의 일이다.
19세기와 20세기 초 영국 등의 서방 제국주의가 식민지 지역에 동성애 혐오를 수출한 결과였다.
예컨대 팔레스타인에 존재한 동성애 처벌법은 1936년 영국 위임 통치령 형법 조례의 일부였다. ‘팔레스타인 안의 퀴어들’은 이렇게 말했다. “퀴어를 범죄화하는 가자지구의 모든 현행법은 사실 영국의 것이며 시온주의가 이를 지지한다.”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이 유럽보다 동성애에 더 관대했던 전통을 열등하고 야만적인 것으로 치부했다.
제3세계 민족 해방 운동의 중간계급 지도자들은 제국주의에 맞서면서도 제국주의자들의 성관념을 받아들였다. 때마침 당시 민족 해방 운동이 흔히 본보기로 삼았던 소련(국가자본주의 사회였다)에서도 동성애가 불법이었다.
즉, 동성애에 대한 비관용은 이슬람 종교나 중동·아프리카 지역 전통의 산물이 아니라 자본주의화(또는 그것을 지향한 근대화 운동)의 산물이었다.
신생 독립국의 지도자들은 ‘전통 문화’의 위대함을 옹호하면서, 과거에 동성애가 용인되던 문화를 부정하고 동성애를 외부 세력 침략의 결과로 간주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원래는 서구의 것이던 동성애 처벌법을 활용해 성소수자를 억압했다.
오늘날 ‘성소수자 인권’을 앞세운 서방 제국주의의 중동 개입은 오히려 중동·아프리카 지역 지배자들의 성소수자 억압을 더 쉽게 해 준다.
이렇듯이 오늘날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성소수자 문제는 제국주의라는 그물에 얽히고설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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