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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일란 파페, 교유서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지우기에 맞서는 대표작, 재출간되다

일란 파페의 주요 저서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가 국내에 재출간된다(예상 출간일 11월 22일).

일란 파페는, 나치 독일을 떠나 이스라엘로 온 부모 하에서 자란 유대계 이스라엘인으로 시온주의와 이스라엘 건국 과정을 통렬하게 비판해 온 양심적 학자다. 그는 학문적 양심을 고집하며 시온주의를 비판하다가 결국 하이파대학교에서 쫓겨나 영국으로 이주했다.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 이스라엘의 탄생과 팔레스타인의 눈물》 일란 파페 지음, 교유서가, 484쪽, 33,000원

이 책은 파페가 이스라엘에서 쫓겨나기 1년 전인 2006년에 쓰였다. 무슬림 혐오로 악명 높은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출판사 측에서 이 책의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국내에는 2017년 《팔레스타인 비극사》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다. 지난해 이-팔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책의 필요가 커졌는데 아쉽게도 진작 절판된 상태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다시 시중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다행이다. 역자는 같지만 제목이 바뀌었는데 원제(“The Ethnic Cleansing of Palestine”)를 더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책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인종청소(이 책의 번역자는 ‘종족 청소’로 번역했다*) 과정이었음을 논증한다.

이 책에서는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탈아랍화”할 계획을 어떻게 준비하고, 1947년부터 1949년까지 그 “청소” 계획을 어떻게 집행했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인구 수천 명 이상의 도시부터 200명 남짓의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각지에서 벌어진 학살과 추방, 저항을 꼼꼼히 서술한다.

파페는 여느 학자들처럼 중립적인 척하거나 시온주의의 악행을 나열하는 사실 전달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을 이끈 이들을 “인류의 영웅”이라고 부르며 명확하게 지지한다.

이 책이 1948년 인종청소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은 그 도시와 마을이 결코 저절로 사라진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함이다. 이런 노력이 중요한 이유는 이스라엘 국가의 공식 역사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진해서 떠났다’며 “나크바의 기억[까지] 학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한사코 1948년이 쟁점화되는 것을 기피해 왔다. 그래야만 이스라엘 건국 자체가 의문시 되는 것을 가로막고, 그 원죄를 감추며, 팔레스타인 문제의 기점이 1967년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외의 이스라엘 영토는 어떤 협상의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우기는 것인데, 그런 역사학에 깔린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는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권과 재산권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1948년 인종 청소와 당시 생겨난 팔레스타인인 난민들의 귀환 문제를 빼고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단언한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1948년은 문제의 핵심이며, 그때 저질러진 악행을 바로잡아야만 이 지역의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족을 추방하는 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렇게 종족 청소를 인정하는 것이 함축하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00년에 오슬로 구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권을 둘러싸고 결렬된 데서 분명히 드러난 것처럼 말이다.”

이 점은 1967년 전쟁 이전의 국경(가자와 서안만 이스라엘 영토가 아닌)을 중심으로 해법을 찾으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팔레스타인인 난민들이 간직하는 옛 집의 열쇠는 이스라엘이 인종 청소로 세워진 국가라는 증거다 ⓒ출처 The Palestine Chronicle

또한 이 책을 보면 오늘날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이 1948년 전쟁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방의 묵인, 학살을 부정하는 뻔뻔한 거짓말, 자신들이야말로 위기에 처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 레바논·시리아 등지로 확전하겠다는 야욕 등.

이런 공통점은 현재 이스라엘의 잔혹한 행태가 일부 극우 지도자 때문이 아니라 1948년 이전부터 시온주의 국가(프로젝트)에 내재된 본성임을 보여 준다. 그 때문에 오늘날 이스라엘 내 네타냐후 반대 운동이나 정권 교체에 기대를 거는 것은 무망한 것이다.

저자의 두 국가 해법 비판과 한 국가 대안은 이런 실사구시적 탐구와 분석에 단단하게 기초해 있다.

1948년과 오늘날의 공통점 또 하나는 인근 중동 국가들의 위선이다. 당시 아랍 국가들 중 군대가 가장 강력했던(무기, 훈련, 작전 모두)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튀르키예 등이 그렇듯 말이다.

파페는 이런 중동 지배자들을 폭로하면서도 평범한 중동 민중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고 전한다.

“주변 아랍 국가들의 많은 사람들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자국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또한 수많은 젊은이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고 했다. 이런 강렬한 감정의 분출에 관해 지금까지 많은 글이 나왔지만, … 아마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팔레스타인과 알제리가 격렬하고 대담한 반식민주의 투쟁의 본보기가 되어 중동 여러 나라의 아랍 젊은이들의 민족적 열정에 불을 붙인 … 것이다.”

오늘날에도 중동 지배자들은 자국민들의 “강력한 감정의 분출”을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러나 이집트 등지에서는 독재자의 엄혹한 탄압하에서도 활동가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운동은 중동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됐다. ‘팔레스타인 세대’라고 불리는 각국의 청년들(유대인 포함)은 이스라엘이 비윤리적이고 파렴치한 인종 학살 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은 1948년에 인종청소가 없었다는 이스라엘의 거짓말을 반박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권 보장을 중심에 놓는 진정한 대안으로 나아가도록 도와 준다. 절판을 아쉬워했던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thnic cleansing의 번역어

역자는 인종을 생물학적인 기준에 따른 개념으로 보면서, 아랍인이든 유대인이든 사실은 ‘단일한 인종’이 아니기 때문에 인종이라는 용어를 피한 대신 ‘종족 청소’라고 옮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래 인종은 (생물학적 지표를 내세우지만)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관념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서 시온주의가 아랍인에 대해 갖는 태도는 (생물학과 상관없이) 인종차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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