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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역사가 일란 파페의 공개 서한:
나의 이스라엘 친구들에게 ─ 이것이 내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이 글은 저명한 유대인 역사학자로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해 온 일란 파페가 10월 10일 발표한 글이다. 일란 파페의 저서 《팔레스타인 비극사: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 청소》 등은 한국에도 번역돼 있다.

나의 이스라엘인 친구들에게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 ⓒ출처 Hossam el-Hamalawy

여러분이 속한 사회의 지도자·언론 모두가 도덕적 우위를 강하게 내세우며 모든 이들이 그들처럼 도덕적 공분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요구받는 상황에서는 양심의 나침반을 계속 따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네, 지난주 토요일(10월 7일)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가세하라는 유혹을 거부할 방법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당신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라도, 심지어 이스라엘에 사는 유대인 시민으로서 보기에도, 시온주의의 본질이 정착민에 의한 식민 지배라는 것을 깨닫고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 원주민에게 시행하는 정책이 끔찍하다고 느꼈던 경험입니다.

여러분이 과거 한 번이라도 그런 현실에 눈을 뜬 적이 있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을 짐승으로, 아니 “인간 짐승”으로 묘사하는 사악한 선동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선동을 퍼뜨리는 자들은 또한 지난 토요일 사건을 “홀로코스트”라고 부르며 엄청난 비극의 기억을 오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언론과 정치인들 모두가 주야장천 이런 감정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들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으로 팔레스타인 대중의 편에 서도록 이끄는 것은 바로 양심의 나침반입니다. 동시에 그 나침반 덕에 우리는 팔레스타인 투사들이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격퇴하며 군사기지 십수 개를 접수해 낸 그 용맹함을 우러러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동시에 저같은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수행된 일부 작전의 도덕적·전략적 가치에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팔레스타인의 식민지 해방 투쟁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지배가 오래 지속될수록 해방을 위한 투쟁이 “무결”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전 세계에서 벌어졌던 모든 해방 투쟁이 그랬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큰 그림은 잠시 잊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 큰 그림이란 식민 지배를 받는 대중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와중에 식민지 억압자들은 어떤 정부를 선출했습니까? 팔레스타인 파괴를 가속화하는, 아니 사실상 팔레스타인 민족을 멸절시키는 데에 혈안이 된 정부로,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성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행동, 그것도 신속한 행동에 나서야 했습니다.

이런 반박의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은데 서구 언론·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의 담론과 서사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문제가 얼마나 많든 그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영국 국회의사당 건물과 파리 에펠탑을 이스라엘 국기의 색으로 물들이겠다고 결정한 이들 중, 그런 외견상 상징적인 제스처가 이스라엘에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몇 명이나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지 의문입니다.

일말의 인간성은 갖췄다는 자유주의 시온주의자들조차 그런 제스처를 보며, 이스라엘이 그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1948년부터 저지른 일체의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자행하고 있는 인종 청소를 이어 가도 좋다는 백지수표로 이해합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희생자를 애도하는 팔레스타인인들 ⓒ출처 〈팔레스타인 크로니클〉

다행히 지난 며칠 사이 벌어진 사건에 대한 다른 반응들 또한 존재했습니다.

이전에도 그랬듯 서구 시민사회의 많은 부문은 이런 위선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런 위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미 확연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1967년 6월 이후 팔레스타인인 100만 명이 평생 최소한 한 번 이상 투옥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투옥되면 학대, 고문, 재판 없는 무기한 감금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압니다.

바로 그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해 만들어 낸 끔찍한 현실도 잘 압니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철저하게 봉쇄했고, 동시에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어린아이들을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이런 폭력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시온주의가 끊임없이 취해 온 모습이었습니다.

나의 소중한 이스라엘 친구들이여. 바로 그 시민사회 때문에 결국 당신의 정부와 언론이 틀렸다는 것이 입증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정부와 언론이 더 이상 피해자 행세를 할 수도, 무조건적 지지를 받을 수도, 자신의 죗값을 피할 수도 없는 때가 올 것입니다.

결국에는 큰 그림이 드러날 것입니다. 서구 언론의 편향적 본성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의 이스라엘 친구들이여, 과연 여러분도 그들처럼 이 큰 그림을 똑똑히 볼 수 있게 될까요? 여러분에게 가해진 수년간의 사상 주입과 사회공학을 떨치고서 말입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최근 벌어진 사건들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게 될까요? 무지막지한 무력만으로는 정당한 정권과 부도덕한 정치 프로젝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없다는 교훈 말입니다.

그러나 대안이 있습니다. 사실 대안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바로 강에서 바다까지*, 시오니즘 없는 해방된 민주적 팔레스타인을 세우는 것입니다. 난민들의 귀환을 기꺼이 환영하고, 어느 누구도 문화·종교·인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그런 팔레스타인 말입니다.

이 새로운 국가는 과거의 잘못을 최대한 교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경제적 불평등, 재산 탈취, 권리 부정이 그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중동 전체에 새로운 여명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닌 양심의 나침반을 따르는 것이 항상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나침반이 북쪽, 즉 식민 지배의 종식과 해방을 가리킨다면, 그 나침반은 여러분이 사악한 프로파간다, 위선적 정책, 잔인무도함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안내해 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서구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횡행하는 그 안갯속 말입니다.

10월 10일

일란 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