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서평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일란 파페, 교유서가):
이스라엘의 거짓말을 통렬히 반박하는 역사서

저명한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신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충돌하는 역사 속 진실을 찾아서》이 출간됐다.

저자 일란 파페는 나치 독일을 피해 이스라엘로 온 유대인 부모 하에서 자란 유대계 이스라엘인이다. 그는 시온주의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 대해 비판하고 연구하며 학문적 양심을 고집했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 내부에서 배척받아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일란 파페 지음, 교유서가, 203쪽, 17,000원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시작부터 이스라엘의 거짓말(‘팔레스타인은 주인 없는 땅이었다’ 등)을 통렬히 반박하는 역사서라는 점이다.

파페는 책의 절반을 할애해 19세기 후반 시온주의의 태동부터 1948년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 땅에서 추방당하는 나크바로 가는 길까지를 다룬다.

나크바 이전 초기 시온주의 지도자들의 이스라엘 건국 준비 과정은 그 시작부터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평화로운 공존 따위를 염두에 둔 적이 없었다. 파페는 나크바 이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시온주의자들의 인종청소 계획과 전략을 차근차근 폭로한다.

“1897년 그(헤르츨)가 바젤에서 소집한 1차 시온주의자 대회에서는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을 위한 조국’을 세운다는 강령을 채택했다.”

“1895년 일기에서 그(헤르츨)는 ‘무일푼 주민들’, 즉 가난한 팔레스타인인들을 국경 너머 이웃 나라들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런 점들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학살이, 네타냐후와 극우 연정과 같은 지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에 내재된 본성임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 국가는 팔레스타인 고유의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고 지워야만 존재의 정당성이 부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페는 시온주의가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임을 분명히 한다.

시오니즘은 강탈한 팔레스타인 땅을 근대화시켜 자신들의 단일 유대민족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다. 이스라엘 건국을 위해 토착 원주민인 팔레스타인인들을 “청소”하는 일은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단순한 폭력의 과정이 아니다. 정착민들은 토착 사회의 역사를 지워버린다. 그리고 자신들이 처음 도착한 때부터 역사를 지워버린다. 그리고 자신들이 처음 도착한 때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듯 여긴다. ... 간단히 말해, 이 땅은 비어 있는 곳이 아니다. 그리하여 정착민들은 땅을 비워버린다.”

1948년 5월 15일 시작된 나크바 대재앙로 인해 강제 추방된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랍 주변국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현재 가자지구 주민들 대부분은 1948년 나크바 때 이주한 난민들이다. 파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적 역사적 맥락을 기억하기 위해선 “1948년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오늘날에도 이스라엘은 숱한 거짓말로 “나크바의 기억[까지] 학살”하려 하기 때문이다.

1948년 이뤄진 나크바를 부정해야만 이스라엘 건국을 정당화하고 인종학살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11년 공식 기관이 나크바를 기념할 시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보호받을 지위 등을 박탈하는 나크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스라엘인은 시온주의자들이 도착해서 ‘사막에 꽃을 피우기 전까지’ 팔레스타인이 사실한 광활한 사막에 불과했다는 신화를 되풀이한다. ... 앞서 살펴보았듯, 팔레스타인은 결코 사막이 아니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유랑민이나 원시인이 아니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 시절이나 제국주의 열강들이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스라엘의 건국에 일조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다. 또한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운동이 성장하는 과정, “점령의 형태만 바꾸려던 시도였던” 평화 협정에 실망한 팔레스타인 대중들이 무장 저항에 지지를 보내는 과정들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가자지구 봉쇄와 학살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일어났다.

올해 6월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를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했다. 중동의 확전 양상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한국의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시초와 원인에 대한 도서와 영상물이 큰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진행되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에 의해 시작된 응분의 ‘보복’ 행위가 아닌 19세기 말 시온주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돼 현재진행형인 나크바를 낳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또렷히 밝히는 책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의 시작과 진실을 알고 싶은 이들,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이들, 저항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이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