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윤석열 퇴진 집회:
50만의 외침, “윤석열을 체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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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한덕수 탄핵의 여파가 12월 28일 오늘 자신감과 기세 넘치는 수십만 행진으로 이어졌다.
분노도 식지 않았다. 전날 검찰이 김용현 공소장을 공개해 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의 ‘발포 지시’ 발언, ‘제2, 제3의 계엄 선포’ 발언이 보도됨으로써 새삼 쿠데타 기도에 대한 분노가 고조됐다.
게다가 수사는 받지 않고 시간을 끄는 윤석열, 내각, 국민의힘의 행태는 사람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래서 오늘 한 시민이 공들여 만들어 나온 단두대 모형은 광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감과 분노가 어우러져 지난주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경복궁 앞 동십자각부터 경복궁역까지, 경복궁에서 주한미국대사관 앞 차도까지. 도로는 물론, 인도에도 인파가 넘쳤다.
여러 집회가 열렸고, 다양한 깃발, 팻말, 응원봉 등이 거리를 채웠다. 촛불행동, 민주노총,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 대학생 등이 인근에서 각자 집회를 열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집회로 행진해 들어왔다.
광화문 사거리 남단에서 열린 전광훈 주도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쿠데타 옹호 집회도 규모가 컸다. 이 집회 연단에는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이 올라 색깔론을 펴며 체제 수호를 외쳤다.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드러낸 것이다.
퇴진 집회가 더 커지면서 두 집회 간격은 불과 200미터도 안 됐다. 일부 우익들은 일부러 도발 목적으로 퇴진 집회 장소에 나타나기도 했다. 몇몇 노년 여성들은 특별 호외를 나눠 주는 본지 독자를 위협했다.
촛불행동, “미국은 과거에 늘 승리하는 독재자의 편에 있었다”
오후 2시 안국역 앞 촛불행동 집회가 특히 주목할 만했다.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최근 한덕수에게 노골적으로 힘을 실어 준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은 윤석열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는 한덕수 대행 체제에 공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우리 국민의 요구와 정서에 반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결국 한덕수를 탄핵했습니다. 미국은 한덕수 대행 체제 지지를 철회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고, 1980년 광주 항쟁 당시 전두환의 군사 투입을 승인했던 미국에 묻겠습니다. 미국은 윤석열의 내란을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또한 연설에서 “미국은 지금 민주주의 편에 있는 것 같지만 과거에 늘 승리하는 독재자의 편에 있었다”고 지적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유명 배우 이원종 씨는 “우리가 잠시 잊은 동안 속에 있던 독재의 칼날이 우리를 뚫고 나오고 있다”며 철저한 처벌을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동조 세력을 끝까지 찾아내 처벌하자! 처벌하자! 우리 한번 끝까지 나갑시다.”
집회 참가자들의 구성은 다양했다. 꾸준히 윤석열 퇴진 운동을 이어 온 촛불행동 회원들뿐 아니라 윤석열의 쿠데타를 계기로 새롭게 거리에 나선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참가자 구성만큼 연단에도 다양한 사람이 올라와 발언과 공연을 했다. 한 중학생 발언자는 집회에서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만났다고도 한다.
위메프 사태 피해자 ‘검은우산 비대위’의 주정현 소비자 대표는 “피해 복구를 받지 못할까 봐 정부 기관에 고개 숙이고 부탁하는 입장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계엄령 당일 국회 앞에 모인 사람들 보며 용기를 얻었다고 해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해 비상행동 집회로 합류했다.
촛불행동은 평일 저녁 7시마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12월 31일(화) 저녁 7시에는 서울시청역 7번 출구에서 송년 콘서트를 연다.
민주노총 집회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민주노총이 ‘윤석열 파면! 구속! 헌재 판결 탄핵 심판 촉구! 사회대개혁 쟁취!’ 집회를 열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해 온 윤석열 일당에 대해 “사면 없는 처벌, 가석방 없는 처벌이 필수”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18명의 이주노동자와 5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아리셀 중대 재해 참사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최근 명태균의 녹취를 통해 윤석열의 탄압 개입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조경래 조합원은 자신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호소했다.
2030 청년들(대다수가 여성)이 깃발을 들고 참가해 발언도 했다.
“배수진을 친 것은 [윤석열 일당] 그들뿐이 아닙니다. ‘피청구인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 말을 들을 때까지 우리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범시민대행진
오후 4시 광화문 동십자각에서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비상행동 주최)이 열렸다. 2시간 전부터 수천 명이 집회 장소로 모여들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의 절절한 발언에 참가자들은 큰 위로와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지금 당장 이 악마들[윤석열과 김건희]을 체포하고 구속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주통일평화연대 이홍정 상임대표 의장은 “접경지 주민 등이 [북한 공격을 유도하려 했던] 윤석열, 김용현, 여인형, 노상원을 외환죄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토요일 남태령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에 많은 시민들이 연대한 것에 감사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봉준투쟁단은 참가자들에게 떡과 음료수를 나눠 줬다. 남태령 시위에 참가했다는 청년 여성들의 여러 발언이 있었다. 23살 김정윤 씨도 그중 하나였다.
“저는 그때 남태령에 첫 차를 타고 갔습니다. 광화문에서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남태령에서도 그리고 계엄령이 터진 12월 3일 그날 밤에도 우리가 서로를 지켜 주었지, 경찰과 군인은 우리들을 지켜 주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이 남태령을 지켜냈고, 탄핵을 가결시켰습니다.”
34일째 단식 중인 거제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강인석 씨가 보내 온 영상 메시지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충남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이태성 씨도 발언했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해야 하지만 “노동자의 삶을 폐쇄”하면 안 된다며 아무런 노동자 생계 대책 없는 “윤석열 탄핵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하고 발언했다.
행진
오늘 행진 규모는 지난주보다 더 컸다. 참가자들이 경복궁 앞에서 빠져나가는 데만 한 시간 정도 걸렸다. 행진 대열의 맨 앞이 명동 신세계백화점 건너편에 이르렀을 때, 대열의 끝은 조계사에 있었다. 다양한 팻말과 응원봉이 출렁거렸다.
행진에서 가장 많이 외쳐진 구호는 “윤석열을 체포하라”였다. 집회 때 각 단체들이 배포한 팻말 9개 중 6개가 “체포”였다.(본지 정기 호 헤드라인도 “윤석열을 체포·구속하라”였다.) “석열아 감옥 가라!” “윤석열 체포” 등의 문구를 직접 써서 만든 팻말을 들고 나온 시민이 여럿 있었다.
준비된 방송차로는 행진 대열을 다 아우를 수 없어서, 곳곳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구호를 선창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행진을 촬영하고, 버스를 기다리다 같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따라 하는 사람 등 호응이 컸다.
사기가 오른 채 행진을 마쳤다. 비상행동은 12월 31일(화) 저녁, 1월 4일(토)에 오늘과 같은 장소에서 집중 집회를 열 예정이다.
참가자들의 목소리
안양에서 온 20대 여성
[한덕수는] 옳게 잘 탄핵되지 않았나 해요.
2년 반 동안 [정부의] 모든 행보가 정말 잘못됐다고 보고요. 처음부터 ‘아 미쳤구나’ 싶었던 게 윤석열이 선거 운동 때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겠다고 한 거예요.
왜냐하면 여성가족부가 여성과 가족, 소외 계층 아동과 노인도 다 포함해서 …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인데 ... 이걸 해체한다니 너무 황당했어요.
이런 시위에 나오면 ‘아 나랑 생각이 같은 사람들, 나랑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구나’ 하고 힘을 얻어서 집회에 나오고 있어요.
미국에서 유학 중인 20세 여성
12월 3일 미국에서 아침에 딱 일어났는데 [비상계엄] 속보가 들렸어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걱정됐고 그래서 방학이 되자마자 [귀국해서] 최대한 토요일 집회에는 나오려고 해요.
[잘못이] 너무나 뚜렷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정치인과 국무위원들이] 자기 욕심만 앞세워서 정말 더 실망할 것도 없지만 … 제 욕심만 머리에 가득 차서 인간의 길에서 벗어나 버린 것 같아요. 나온 김에 한마디만 해도 돼요? 정신 차려!
한 여성 직장인
일본에서 일하는데 집회 오려고 휴가 받아서 왔어요. 비행기 값을 감당할 수 있으면 나오려고요.
이태원 참사나 여러 가지 일이 날 때 대처를 보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이 정말 안 들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이 나라에서 보호받고 피해를 입지 않고 살아 갈 수 있게 보장해 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땅한 처치를 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가장 화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여성 청소년
기억에 남는 거는 아무래도 비상계엄 아닐까요? 제가 그때 시험 기간이었거든요.
하필 전두환, 이승만 같은 독재 정권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는데 … ‘윤석열이 설마 … 그렇게 할 정도까지는 아니겠지’ 하고 엄마랑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막 사자후를 지르시는 거예요.
제가 살면서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는 교과서에서밖에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너무 무서웠어요.
[기자: 윤석열 계엄 이전 2년 반 동안에도 참 문제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여성차별 아닐까요? … 요즘 딥페이크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근데 정부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더라고요.
[국민의힘] 걔네들은 … 우리 나라 국민으로 치고 싶지 않네요. 한 나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자기 이득만 취하는 거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흙탕물에 맑은 물 부어 봤자 흙탕물밖에 더 됩니까?
이주노동자 전문 노무사
8월에 법무부가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의 난민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집트 엘시시 정부하에서 독재에 맞서 싸우다가 탄압을 피해 한국에 온 이집트인들의 난민 신청을 기각한 것이죠.
이들의 난민 인정을 위한 연대를 호소하려고 집회에서 리플릿을 나줘 주고 모금과 탄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 집회에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한국인 노동자와 서민뿐 아니라 이주민에게도 매우 불합리하고 … 아주 좋지 않은 처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난민법 개악, 대대적인 미등록 이주 노동자 단속과 탄압, 아리셀 참사 등이요. 윤석열은 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