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유학생들이 말한다:
학교 당국은 등록금 인상 말고, 유학생 교육 환경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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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에는 20만 명이 넘는 유학생이 있다(2024년, 한국교육개발원). 유학생들은 흔히 언어 장벽, 생활고, 각종 차별을 마주한다.
많은 대학 당국들은 유학생들의 고충 해소를 실질적으로 지원해 주지는 않으면서 내국인 학생들보다 더 높은 등록금을 요구한다. 정부는 내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을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것과 달리, 외국인 등록금은 규제하지 않고, 인상률도 법정 한도를 설정하지 않아 사실상 차별을 용인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당국은 내국인 학생 등록금을 법정 최대치인 5.49퍼센트, 유학생 등록금은 무려 10퍼센트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유학생들은 이미 내국인 학생에 비해 연간 80만 원가량 높은 등록금을 내고 있다. 고려대 당국이 수년간 유학생 등록금을 야금야금 올려 왔기 때문이다. 2018년 5퍼센트 인상을 시작으로 2019년 4퍼센트, 2020년 3.8퍼센트 인상에 이어 2022년 1학기에는 무려 7퍼센트를 올렸고, 2024년에도 5.5퍼센트 인상했다.
고려대 유학생들은 학교 당국이 올해 등록금을 10퍼센트 인상하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유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고충과 외국인 등록금 차등 인상의 부당함을 디자인조형학부 유학생 A 씨와 화학생명공학과 유학생 B 씨에게 직접 들어 봤다.
“글로벌 고려대”라고 홍보하는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A: 디자인조형학부에서는 영어 성적이 높으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 없이 입학을 허가해 줍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 강의만 듣고 졸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려대가 ‘글로벌 캠퍼스’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학교가 그렇게 광고하니까요.
현실은 달랐습니다. 강의계획표에는 ‘영어 강의’라고 써 있었는데 실제로는 영어로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식당에서 샐러드를 시켰는데 수프가 나오는 것처럼 황당한 일이죠. 영어 강의를 실제로 하는 교수님은 여태까지 딱 두 분 봤습니다.
B: 영어 강의가 실제로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PPT 자료나 시험 문제는 영어로 써 있지만 수업은 한국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학생들은 쉽게 번아웃을 겪습니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거든요. 한국어능력시험이 몇 급인지와 상관없이, 한국어 과학 용어들을 이해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심지어 어떤 교수님은 영어로 가르치고 싶지 않다며 저에게 수강 포기를 권유하시기도 했어요. 어쩔 수 없이 한국어로 듣겠다고 약속하고 그 강의를 들었는데, 시험도 한국어로 출제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미적분 강의에서 계산기를 써도 되는지 물어봤다가 모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수님의 호통을 들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국 학교에서는 계산기를 안 쓴다는 것을 몰랐어요. 그런데 대뜸 “다른 나라를 존중하라”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저는 유학생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학금 등 주요 공지가 올라오는 학과 웹사이트는 대개 영어 지원이 안 됩니다. 그리고 학과 행정실에 영어 대응 가능자가 한 명씩은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2021년 코로나 기간에 학교로 돌아왔을 때 주소 변경 등 법률적인 업무를 지원받아야 했는데 그런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등록금 10퍼센트 인상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A: 한국 물가는 매일같이 오릅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정말 지출에 신경 쓰면서 살았습니다. 사치스러운 것은 사지도 않았고, 돈이 드는 활동도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았어요. 저는 공부하고 밥 먹고 자는 기초적인 생활만 했습니다. 그렇게 절약해도 휴대폰 통신비, 보험료, 월세, 관리비, 식비, 그리고 꼭 필요한 미술 용품들을 사고 나면 월말에 남는 돈이 거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몇몇 내국인 학생들은 유학생들이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더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오해입니다. 우리는 매달 7만 5000원이 넘는 한국 건강보험료를 냅니다. 이번에 학교 당국이 제시한 등록금 10퍼센트 인상안도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더 내는데도 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B: 저는 유학생들이 얻는 혜택이 하나도 없다고 보는데, 도대체 왜 10퍼센트나 인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영어 강의를 신청할 때, 과연 이 강의가 영어로 진행될지 한국어로 진행될지 도박을 걸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말입니다. 등록금을 더 낼 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합당한 이유를 투명하게 밝히지도 않으면서 더 내라고만 하니까 정말 화가 납니다.
등록금을 올리기 전에도 제가 내는 것만큼의 교육을 받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내국인 학생들보다 더 올리는 것은 완전히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의 수업 환경은 어떻습니까?
A: 디자인조형학부는 고려대에서 가장 작은 학부입니다. 사람이 적은데도, 우리는 공간 부족 문제로 고생합니다. 학기 당 개설 강의 수도 적습니다.
한 타과생이 저에게 “너희는 학부가 작으니 등록금이 비싼 게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예술 전공생들의 실상을 생각하면 이 주장이 이상하고, 약간은 멍청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우리가 어떤 보상을 받고 있나요? 우리 학부는 건물도 따로 없어서 [다른 학부 건물인] 미디어관을 씁니다. 미술 용품도 제대로 제공해 주지 않아서, 어떤 때는 강사님이 사비로 사 주시기도 합니다. 학교가 빌려주는 프로젝터와 [전자 회로와 프로그래밍 학습을 위한] 아두이노 키트는 꽤나 낡아 있고 업데이트가 자주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스튜디오를 직접 다 청소해야 합니다. 바퀴벌레 문제도 심각하고요. 졸업 전시를 할 때, 스튜디오에는 이젤과 의자밖에 없습니다. 만약 책상이 필요하다면, 직접 사서 써야 합니다. 학기 중에 사용할 사물함을 신청할 때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B: 실습 시간은 재미있지만, 장비와 시간 부족으로 저희가 스스로 실습해 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인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우리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사실, 여러분은 교수나 학장보다 저희들과 비슷한 점이 더 많습니다!
B: 유학생들은 학교 당국에 항의하기를 두려워 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무시당한 적이 있고 불이익을 당하거나 처벌받을까 봐 두려운 것입니다. 유학생들의 고충을 듣거나 유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 있는 안전한 공간도 없습니다.
유학생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유학생들을 지원해 주고 유학생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없으면 그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유학생들의 처지를 잘 모릅니다. 한국인 학생들에게 꼭 알려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전부 부자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한국에 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은 한국에 재미로 왔고 열심히 안 한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언어 장벽, 그리고 선배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는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학생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키워 주면 좋겠습니다.
왜 오늘 인터뷰에 응했나요?
A: 저는 그저 침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우리의 목소리를 낼 분출구가 없었습니다. 저는 변화를 원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기여하고 싶습니다.
B: 이 문제가 제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하고 정말 화가 났습니다. 저는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온 학생인데, 기존 등록금도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학교의 교육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못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당한 일에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 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