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인상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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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립대가 10여 년간 대체로 동결돼 온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을 인상하려고 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48개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은 직전 3년 연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어갈 수 없다. 대학 당국들은 물가가 많이 오른 2022년의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는 올해를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5퍼센트대)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듯하다.
서강대, 국민대, 서울장신대, 한신대 등은 이미 등록금 인상을 내부 결정했다. 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당국 등이 등록금 법정 인상한도인 5.49퍼센트 인상안을 제시했다. 건국대, 경운대, 동덕여대, 명지대, 상명대, 성균관대, 신라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당국도 줄줄이 인상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간 동결됐다고는 해도 한국의 4년제 대학 등록금은 평균 약 682만 원(2024년)으로 이미 비싸다. 등록금 인상은 생계비 위기에 시달리는 학생과 그 가족에게 더한층 부담이 될 것이다.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도 매년 오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0만 원, 관리비는 8만 원으로 조사됐다. 신촌 대학가 평균 월세는 이화여대 인근 74만 원, 연세대 인근 67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은 고작 1.7퍼센트 인상된다. 이 와중에 등록금마저 오르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허덕이는 학생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지난해 대학생 학자금 대출 체납률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16.5퍼센트를 기록했다. 소득이 적거나 없어서 대출금을 낼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취업한다 해도 첫 일자리가 대부분 저임금·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학생들의 오늘뿐 아니라 미래도 걱정으로 짓눌리게 한다.
2011년 반값등록금 운동의 성과로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은 대체로 동결돼 왔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II유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간접 규제해 왔다.
그러자 대학들은 규제가 없는 유학생과 대학원생 등록금은 야금야금 인상하면서도,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황폐화’되고 ‘교육 환경이 열악’해졌다며 우는 소리를 해 왔다.
이에 윤석열 정부도 호응했다. 2022년 교육부 차관 장상윤은 총장들의 규제 완화 요청에 “정부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런 정부 기조 속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이 있었다. 2023학년도에는 19개 대학, 2024학년도에는 26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다.
또한 올해 교육부는 교내 장학금을 10퍼센트 감축해도 국가장학금 지원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 학생과 가족들의 거센 반발을 우려해 등록금 규제 완화를 전면 추진하지는 못했다.
올해 교육부 장관 이주호는 대학 총장들에게 자제를 요청했고, 교육부 실무진이 사립대 재정 관계자들에게 ‘탄핵 정국’하 등록금 인상이 학생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있다.
등록금 인상해 교육 질 개선?
사립대들은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어려워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사립대들은 무려 11조 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 두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적립금이 무려 3804억 원(3.5퍼센트) 증가했다.
이번에 등록금 인상 계획을 내놓은 성균관대, 홍익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서강대 등은 적립금이 2023년 1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또한 2023년 신규 적립금 중 20퍼센트는 등록금 회계 재원에서 나왔다. 등록금을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하기는커녕 쌓아 두는 대학들도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다고 말한다.
물론 빽빽한 대형 강의, 수강신청 대란, 노후 시설로 고통받는 학생들에게 교육 환경 개선은 꼭 필요한 일이다. 교원과 강의가 늘어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기숙사, 도서관, 강의실, 학생식당, 통학 버스 등 시설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매년 등록금을 인상되던 때에도 그에 비례해 교육의 질이 개선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교육 환경 개선에 필요한 돈을 왜 학생과 그 가족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메워야 하는가? 대학은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우선해 적립금을 사용해야 한다.
만약 대학 재정이 정말로 위기라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질 높은 고등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0.71퍼센트로 OECD 평균인 1퍼센트보다 훨씬 낮다. 정부도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유학생 차별 안 된다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이 동결된 사이에도 대학들은 정원외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의 등록금을 차별적으로 인상해 곳간을 메워 왔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저항에 나서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올해 내국인 학부생 등록금 인상을 계획하는 많은 대학들 역시 유학생 등록금도 올리고, 심지어 인상률도 더 높다. 고려대 당국이 내놓은 유학생 등록금 인상률은 무려 10퍼센트로 특히나 사악하다. 명백한 차별이다.
내국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유학생들도 한국의 높은 물가 속에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유지한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은 그 고통이 더 클 것이다.
유학생들은 대학들이 이미 수년간 등록금을 차등 인상했지만 그에 비해 유학생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성토한다. 내국인 학생들은 등록금을 차등 인상하려는 학교 당국에 맞서 유학생들과도 함께 싸워야 한다.
이런 일은 유학생의 등록금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에 가능했다. 이미 국내 학부생에게는 폐지된 대학 입학금도 유학생은 납부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학생들에 대한 차별 대우로 대학들이 등록금 수입을 올리는 것을 도울 뿐, 유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누리고 유학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대학을 관리·감독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대학 간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크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등록금 인상 인식조사에서는 학생 79.9퍼센트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96퍼센트가 반대, 49.1퍼센트는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의 비민주적 구조상 등심위의 논의를 통해 등록금 인상을 막아내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대부분 대학에서 등심위에 참여하는 학생 위원의 비율은 최소 기준(30퍼센트)에 그친다. 학생 위원이 내는 의견은 의결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등록금 인상을 막으려면 만만찮은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 일은 얼핏 막막해 보이지만, 지난 학기 여러 대학에서 수천 명이 모여 윤석열 퇴진 학생 총회를 성사시켰다. 12월 13일 윤석열 퇴진 대학생 총궐기에는 10여 년 만에 대학생 수천 명이 신촌에 모였다.
평일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는 대학생들의 퇴진 집회 참여는 계엄을 막고, 탄핵안을 가결시키고, 윤석열을 체포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 힘을 대학생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도 사용하자.
윤석열 퇴진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던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 반대 긴급 기자회견과 등심위에 항의하는 밤샘 피케팅을 벌이는 등 등록금 투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여러 사립대에서 동시에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는 만큼 여러 대학의 공동 행동이 필요하다.
1월 15일 이화여대 총학생회,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이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공동행동’을 구성해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반대하고 정부의 고등교육 책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립대 총장들이 함께 모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등록금 인상에 맞서 우리도 여러 대학에서 함께 투쟁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