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팔레스타인인 인터뷰:
"이스라엘이 제 사촌을 석방한 날 또 다른 사촌을 체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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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가자지구 휴전 합의에 따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200명이 풀려났다. 이 중에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장기수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현재 팔레스타인인 아동 300명을 포함해 1만 명 이상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감옥은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고문, 성폭력, 굶주리기 등 인권 침해로 악명 높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집회에 꾸준히 참가해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 룰라 씨의 사촌도 지난 1월 25일 풀려난 수감자들 중 하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군은 같은 날 또 다른 사촌을 체포했다.
가자 휴전 합의안의 일환으로 1월 25일에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200명이 석방됐습니다. 사촌 분도 그중 한 명이셨다고요?
네, 정말 꿈만 같아요. 저희 가족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제가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 일종의 의식처럼 매주 금요일 (서안지구의) 크파르 아까브에 사시는 고모님을 뵈러 갔었어요.
예를 들어 라마단 기간이면, 고모님은 항상 “인샤알라(하나님이 원하신다면) 내년에는 아들이 이 자리에 있을거야”라고 하셨어요. 어쩌다가 특별한 음식을 하시면 “인샤알라, 다음번에는 같이 먹을 수 있을거야”라고 말씀하세요.
언제나 말로만 했지, 정말로 사촌 오빠가 풀려나는 날이 우리 생전에 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오빠가 석방자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돌았어요. 확실한 정보는 아니었고요.
그런데 정말 석방자 명단에 오빠 이름이 들어가 있자, 다른 사촌들이 “아슈라프가 풀려난대, 믿기지가 않아”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오빠의 수감 번호가 몇 번인지, 무엇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는지도 히브리어로 공개가 됐어요.
이전까지는 오빠가 무슨 죄로 갇혀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한번도 만나본 적 없고 체포됐었다는 것 말고는 자세하게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오빠가 이스라엘인들을 죽이고 다치게 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건 몰랐어요. 하마스 회원이었던 건 알았지만요.
오빠는 이제 45살인데 2002년에 체포돼서 6건의 종신형을 선고받았어요. 원래는 절대 풀려날 수가 없고 감옥에서 죽을 처지였는데 23년을 살고 석방됐어요. 원래 전공은 패션 디자인이었대요. 오빠에 대해서 이렇게 알게 돼서 너무 신기해요.
사촌 오빠 석방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에 대한 희망이 다시 생겼어요. 제 여동생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오빠가 풀려난 것은 이제 엄연한 사실이고 이 사실이 팔레스타인이 결국엔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희망을 자신에게 준다고 했어요.
협상으로 오빠가 풀려난다는 것은 원래 가능하지 않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자유를 되찾는 것을 보니 팔레스타인도 자유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러면서 여동생은 소름이 돋았다고 했어요. 저도 그 얘기가 완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한번도 아슈라프 오빠가 풀려나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오빠가 자유로울 수 있으면 팔레스타인도 그럴 수 있어요. 이렇게 직접 경험하고 보니 이런 생각이 온 마음으로 와닿았어요.
사실 고모님은 언제나 희망적이셨어요. 그래서 돈을 계속 모아서 가족이 사는 건물 맨 위층을 증축해서 오빠가 풀려나면 살 집을 이미 마련해 놓으시기까지 했어요. 얼마나 그 희망이 굳건했는지 아시겠죠? 아들이 풀려나면 결혼을 시켜야지 하고 계획도 다 세워 놓으셨어요.
이스라엘이 같은 날 다른 사촌을 체포했다고 들었어요.
네, 아미르 오빠도 하마스와 연계가 있어요. 고모 가족이 모두 그래요. 아미르 오빠는 원래 이스라엘 감옥을 두 번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아슈라프 오빠처럼 종신형은 아니었고 짧은 기간이었어요.
아슈라프 오빠가 석방되고 마을 주민들이 축하를 하러 고모 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고모님이 모두를 초대했다기보단 다들 진심으로 기뻐서 모인 거였어요. 그런데 축하가 이스라엘에겐 너무 요란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스라엘군이 경계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고모 집으로 쳐들어와서 평소대로 집기들을 밀치고 수색한다며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그러고는 아미르 오빠의 눈을 가리고 수갑을 채워 지프 차에 태워 갔어요.
그러고 나선 이스라엘군은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어요. 사실 고모 집이 마을 중심 도로에 있어서 딱 중심부거든요. 그러다 보니 마을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였거든요.
고모부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스라엘은 우리가 행복한 꼴을 못 참는다. 이것마저 빼앗아 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의 석방은 자유가 실현되는 것이예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유는 분명 찾아올 겁니다.
휴전 발효 이후 서안지구 상황은 어떤가요?
휴전은 가자지구에만 해당이 돼요. 서안지구에서는 아예 다른 종류의 억압과 체포 작전이 벌어지고 있어요. SNS에서 보셨을 수도 있지만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을 줄 세워서 끌고 가는 일도 있었어요.
상황은 분명 더 악화되고 있어요. 이제 트럼프가 대통령이니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아요. 팔레스타인인들을 아예 추방하려는 거죠. 가족들도 계속 왓츠앱 단체 방에서 이런 얘기들을 해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보다는 조용한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결국에는 쫓아내려고 한다고요. 사람들을 숨막히게 만들어서 알아서 나가게끔 하려는 거예요.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거칠어질 거예요. 이제 위협이 제 친구나 가족들처럼 제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가왔어요. 가족들한테 직접 최근 소식을 듣다 보면 이제 진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오늘 이스라엘이 또 도로를 얼마나 많이 폐쇄했는지 봤어? 검문소를 또 설치했대” 같은 얘기들을 하세요.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출퇴근이나 등하교하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요. 라말라와 인근 마을들을 잇는 도로들에 새로운 검문소들이 생겼어요. 특히 제 가족이 살고 있는 라말라 주변이 심해요.
그런데 제닌 같은 곳에서는 세상에, 매일 순교자들이 나오고 있어요. 무기를 소지한 사람들을 모두 색출하려고 해요. 제닌은 예전부터 저항 세력이 있었던 곳인데 이들을 상대로 탄압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요. 어린아이들까지 총을 맞는 걸 보면 너무 슬퍼요.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 팔레스타인 당국(PA)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점령군과 협력하고 있다고 조롱을 받아요. ‘너희(이스라엘)가 오면 우리가 빠질게. 아니면 우리가 붙잡았으니 데려가’ 하는 식이에요. 당국이 이렇게 점령 세력에 조력하고 손발을 맞추는 모습이 참 슬퍼요.
얼마 전 제닌에서 팔레스타인 당국 병력이 한 비무장 청년을 살해하는 영상을 보셨나요? ‘이스라엘 군이 우리를 안 죽이면 당국이 죽일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지경이에요.
그런데, 사실 기대도 없어요. [PA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있었죠?
집회를 계속하면서 몇 달 만에 대통령을 끌어내린 한국이 대단해요. 우리는 완전 이야기가 달라요. 그래서 희망이 크게 없어요. 상황이 더 악화되고 제 가족들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거예요.
휴전 합의로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기뻐하는 와중에 서안지구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됐어요.
사람들은 폭격이 멈추면 팔레스타인 땅도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잊었던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처우는 어떤 합의나 협정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점령하에 있기 때문이에요.
이스라엘 점령하의 서안지구든 가자지구든 마찬가지예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던 군사 작전은 멈춘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아요. 우리들은 (휴전 합의) 당시에 너무 절박하다 보니 희망적이었던 것 같아요.
가자지구 상황이 너무 끔찍하다 보니, 휴전만 되면 서안 쪽에서는 별일이 없을 거라고 안심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너무 절박하다 보면 이런 점들이 안 보이잖아요. 폭격이 멈췄으니 끝났다고만 생각했었어요.
상황이 정말 금방 변하고 있어요. 가자지구에서 여전히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서안지구 상황도 순식간에 악화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엔 이스라엘이 우리를 정말 두려워해서 이렇게 행동한다고 봐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인질들이 석방될 때 여전히 (저항 세력은) 무기도 있고 건재함을 보여 줬어요. 이런 것들이 이스라엘에겐 정말 무서울 거예요.
이스라엘이 죽이는 만큼 저항 세력은 새로 전투원들을 모집할 거고요. 하마스는 죽지 않을 거예요.
제가 하마스의 이념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들이 아무리 죽인다고 해도 그 저항의 이념은 하룻밤 만에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지지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이제 1단계 목표인 휴전은 달성했어요. 이제 2단계에선 인종 분리 체제와 점령을 끝내야 해요. 이 하나의 목표로 계속해서 호소하고 연대한다면 결국 팔레스타인도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그러면 해방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아주 힘차게 잘하고 있어요. 이미 성과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우리가 멈춘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겠죠. 연대 운동이 지속돼야 할지 말지는 토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입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꾸준히 계속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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