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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이화여대 극우 폭력 사태:
경찰과 학교 당국은 나 몰라라 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윤석열 반대 학생들의 팻말을 부수고 있다 ⓒ조승진

2월 26일 이화여대에서 일부 학생들의 윤석열 탄핵 반대(반탄) 시국선언에 맞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화여대 반탄 학생들은 극우 시위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렇게 모여든 극우 세력은 교정으로 난입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나도 그 현장에 있었다.

우선 경찰은 26일에 극우 세력이 학교 정문 안팎에서 벌인 모든 폭력 사태를 수수방관했다. 2016년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투쟁 때 1600명 경찰을 투입해 점거를 해산시키려 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극우에 도움이 될 만한 일도 했다. 우리 측에 연대하러 온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학생들 다섯 명가량과 이화민주동우회 선배들이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모여 있었는데, 경찰은 황당하게도 극우 집회가 신고된 곳이라며 이들을 둘러싸고 위협하며 해산 명령을 했다.

그런 경찰의 비호 덕분에 극우 유투버들과 시위대는 정문 앞에서 온갖 여성 차별적 욕설을 쏟아내며 집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경찰뿐 아니라 학교 측도 결코 친민주주의 학생들의 편이 아니었다.

이날 학교 당국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생증과 출입증을 검사하며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학교 측은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쿠데타와 서부지법 폭동을 옹호하는 등 진짜 위험한 세력인 극우 측만 막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맞불 시위에 참가하러 온 타 학교 학생과 시민들, 심지어 9시 30분 무렵부터는 졸업증명서를 보여 주는 졸업생들마저 무차별적으로 막았다. 나를 비롯한 맞불 집회 측 학생들이 정문에서 민주주의 수호 학생들과 시민 참가자들의 신원을 직접 확인하고 보장하겠다고 하는데도 완전히 불통이었다.

또, 정문 펜스를 사이에 두고 교정 안에서 한 졸업생이 대진연 학생들과 동문 선배들에게 팻말을 전달하고 대화를 나누려 하자 학교 측 여성 경비원이 달려들어 온몸으로 그 졸업생을 밀어냈다.

심지어 학내 노동자가 학생들을 지지하며 맞불 집회에 참가하자, 학교 측은 현장 소장을 불러 해당 노동자에게 업무 복귀를 압박하게끔 했다.

맞불 집회를 지지하며 참가한 교수님이 극우 시위대에 밀려 넘어졌을 때도 학교 측은 수수방관이었다.

만약 우리 측에 연대하러 온 시민들이 맞불 시위에 참가할 수 있었다면, 이후 극우 세력이 본격적으로 난입해 폭력을 쓰기 시작했을 때 우리 쪽 학생들이 좀더 보호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극우 세력들은 집단적으로 난입하기 전부터 이미 삼삼오오 학교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나는 나이가 어린 재학생들과 70~80년대 학번 선배들에게 위협과 조롱을 가하는 한 남성 극우 유튜버를 따라다니며 “나가라”고 항의했다. 학교 측은 ‘외부인’을 통제하겠답시고 맞불 시위 참가자들을 다 걸러냈으면서, 남성 극우 유튜버는 전혀 내보내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학교 측 경비 직원들은 그가 아닌 나를 여러 번 막아섰고, 내가 물러서지 않으려 하자 나를 물리력으로 제압하기까지 했다.

오후 12시 10분경 본격적인 폭력 사태가 벌어질 때도 학교 측은 학생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고, 이따금 극우 폭력범들을 다독여 떼어 놓는 수준으로만 관여했다.

이후 동문 선배들이 학교 측에 이러한 책임 방기를 항의했지만, 학교 측은 ‘양측 집회를 모두 허용하지 않으려 했으며, 그로 인해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책임질 게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경찰과 학교 측이 우리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줬다. 무차별적인 외부인 통제를 요구하는 등 학교와 경찰의 권한에 기대려 하면 우리 쪽 집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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